[문화] 30년간 연평균 9.6% 초고속 성장했던 한국 경제의 3대 요인[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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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성장의 정치경제학
조윤제 지음
박영사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 이후 1990년대 전반까지 30여년간 한국은 연평균 9.6%의 초고속 성장을 했다. 인구 4000만 명 이상의 나라가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10% 가깝게 성장을 지속한 건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주영대사를, 문재인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내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에 임명됐던 저자는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라는 세 가지 틀로 한국 경제의 기적을 분석한다.
먼저 천시.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미국 주도 자유세계 질서의 최대수혜자였다.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출범하면서 자유무역 시대가 열리고 선진국 관세가 빠르게 인하되고 공산품 교역이 급증했다.
다음은 대외환경의 이점을 뜻하는 지리. 미국의 원조는 전후 혼란을 벗어나는 데 큰 힘이 됐을 뿐 아니라 원조 공여를 지렛대로 영향력을 행사해 한국이 시장경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가드레일 역할을 했다. 저자는 한미동맹을 “한국이 남미나 인도, 혹은 다른 많은 개도국과 같이 사회주의 성향의 제도와 정책을 취하지 않고, 특히 모든 초기 조건이 유사했던 북한의 경제 발전 경로와 크게 대조되는 길을 걷게 되었던 결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행히도 일본과 중국이 우리 가까이 있었다. 일본의 정책과 제도를 참고하고 기술과 기업경영 방식을 따라감으로써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일본이라는 ‘변압기’를 거친 서구의 기술과 제도를 도입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했다. 한국보다 경제 발전이 늦었던 중국은 저임금 노동을 활용하는 한국 기업의 투자 기회이자 거대한 시장이었다. 베트남 전쟁으로 국내 설비투자를 위한 달러 자금을 확보하고 건설·수송 등 서비스 용역에서 국제 기준의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인화는 사람과 지도자 역할을 말한다. 토지 개혁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1960년대의 한국 사회는 신분계급의 완전한 붕괴로 인해 모든 사람이 똑같은 출발선에 서게 됐다. 성공의 기회를 추구할 기회가 모두에게 열린 사회가 됐다. “출생의 배경보다 성공을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해진 사회”이자 “피부 색깔과 종교에 의한 차별은 없애지 못한 ‘아메리칸 드림’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코리안 드림’의 무대”에서 민중의 재능과 에너지는 용암처럼 분출됐다. 국가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 유능한 관료와 행정시스템도 한몫했다.
한국의 경제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천시·지리·인화가 요즘 모두 역풍으로 바뀌었다는 게 저자의 걱정이다. 보호무역 강화로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는 불리해졌다. 미국은 미국우선주의에 빠져있고 일본은 더 이상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며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사라졌다. 사람이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인데 일에 대한 전문성, 지식수준, 교육의 질에 있어 선진국보다 뒤떨어졌다. 경제이론과 정책 실무에 두루 밝은 저자가 시대별·분야별이 아니라 한국 경제발전의 요인을 중심으로 정리했다는 점이 기존 저서들과의 차이점이다. 일부 내용이 반복되고 오·탈자가 자주 눈에 띄는 ‘옥에 티’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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