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재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어떻게 성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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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싱가포르 난양공대 변환경제센터 앞에서 조남준 교수가 최근 펴낸 『대학의 미래는 싱가포르에 있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NTU

싱가포르 난양공대(NTU)는 세계적인 대학평가기관에서 수년째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은 교수들의 논문 발표 건수와 피인용 건수를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1991년 설립돼 개교 40년이 되지 않은 대학이 단기간에 어떻게 주목을 받고, 좋은 평가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2011년부터 난양공대 강단에 서왔던 조남준(54) 재료공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대학의 미래는 싱가포르에 있다』를 통해 학교를 움직이는 리더십 구조와 우수 인재 영입 과정을 소개했다. 조 교수는 지난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한국의 대학이 위기에 놓여 있다”며 “대학의 기능을 새로운 시대에 맞춰 살아남아야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싱가포르에는 갈만한 대학이 많은가.  
“손에 꼽을 만한 대학이 4~6개 정도 있다. 인구 600만명에 이 정도 대학이 살아남았다. 인구 5100만명인 한국에 대입하면 40~60개 살아남을 수 있는 셈이다. 현재 한국에는 전문대를 포함해 400여개 대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많은 대학이 위기에 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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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준 난양공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펴낸 『대학의 미래는 싱가포르에 있다』 책 표지. 사진 김영사

-난양공대가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 거주 공간과 집안 헬퍼까지 신경 쓰는 점이 인상깊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비율은 30~40% 수준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부보다는 대학원으로 많이 가는 편이다. 핵심 기술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대학원 연구실이라면 박사 과정 학생들도 생활에 큰 불편 없이 지낸다. 스타 교수를 영입할 때는 배우자 직업에 자녀 국제학교, 요리와 청소를 해주는 헬퍼까지 대학에서 신경 써준다.”

-박사 과정 학생들을 몇 명 데리고 연구하나.
“많을 때는 박사 후 과정(포스트닥터)을 포함해 40명까지도 데리고 있었다. 해외에서 인재를 영입할 때 박사 과정 장학생 수도 챙겨준다. 처음에는 4~5명을 데리고 시작했다가 연구 성과가 좋아지면 점차 늘리는 식이다. 인재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우수 인재 영입 시 한국 대학도 염두에 둬야 하는 요소다.”

-연구비는 얼마나 지원 받나.
“2011년 난양공대로 영입될 당시 50억원가량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5개월 뒤에는 싱가포르 연구재단 펀딩을 통해 60억원이 더 들어왔다. 5년 안에 쓸 수 있는 연구비였다. 내 연구는 공학과 의학, 재료과학과 생명과학 경계를 넘나들었기 때문에 독립적인 연구 공간과 고가의 실험 기자재가 필요했다. 지금 하고 있는 주요 연구는 꽃가루 기반 소재 개발이다. 인도 국적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학장 출신인 수브라 수레시 난양공대 전 총장도 내 연구에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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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준 교수(가운데)가 최근 난양공대에서 열린 아너스 칼리지 르네상스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진 NTU

-총장과 프로보스트(Provost·교무총장)와 비서실장이 함께 움직이는 난양공대 핵심 조직을 ‘삼각편대’라고 표현했다.  
“프로보스트가 나를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와서 영입 조건을 제시하더라. 비서실장은 행정 업무를 맡아 총장의 리더십 부담을 줄인다. 최근에는 삼각편대 조직에 최고운영책임자까지 더해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됐다. ”

-최근 한국 대학도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통해 연구와 취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는 대학과 기업,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인다. 정부도 연구비 투자에 참여한다. 기업만 내는 건 아니다. 대학은 최근 떠오르는 핵심 기술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럴 때 정부가 나서 대학에 기업을 연결시켜준다. 롤스로이스나 GE, 존슨앤드존슨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싱가포르 정부 소개로 대학들과 공동 연구를 한다.”

-AI로 대학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학문 간 장벽인 전공이 무의미해질 것으로 본다. 질문을 중심에 두고, 대화와 생각을 구조화할 수 있는 대학만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다. 뻔한 커리큘럼을 답습하고, 남들이 하는 것을 복사하는 ‘패스트 팔로워’보다는 ‘퍼스트 무버’에 가까운 인재를 찾아야 한다. 논문을 많이 낸 학자보다는 다른 학문이나 산업과 경계를 넘나들며 질문을 확장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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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준 난양공대 재료공학과 교수. 사진 NTU

????조남준 교수 = 1972년 서울 출생. 미국 UC버클리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에서 재료공학으로 석사학위를, 화학공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스탠포드 의대에서 포스트닥터를 거쳤다. 2011년 싱가포르 난양공대 재료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학내에서 총장 석좌 교수(President’s Chair)와 산업처장, 변환경제연구센터장 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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