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AI는 통과, 20년차 연출가는 탈락…혼란 키우는 '예술인 증명&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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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시스트 김동환. 사진 김동환씨
불후의 명곡, 인기가요 등 지상파 방송에 출연한 베이시스트 김동환씨는 지난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으로부터 예술활동증명 반려 통보를 받았다. 예술활동증명을 받으면 직업적으로 예술활동을 한다는 게 인정되고,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고용보험이나 창작지원사업 등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4년 차 베이시스트인 김씨가 직업적으로 예술활동을 한다는 걸 인정받지 못한 건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다. 일정 기간 방송 3개, 음원 3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김씨는 방송 2개, 음원 9개였다. 김씨는 “공연을 한 달에 많게는 10건까지도 하는데, 인디밴드 특성상 별도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증명하기 매우 까다롭다”고 토로했다.
유명 뮤지션도 예외는 아니다. 20년 차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씨와 가수 이랑 역시 반려됐다. 윤씨는 “올해 활동증명을 갱신하며 저작권 협회에서 받은 인세 영수증 등을 첨부했지만 충분치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여러 예술 분야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랑은 자신의 X(엑스)에 “올해부터 활동증명이 안 되는데, 보완 요구 내용이 너무 가독성이 떨어지고 마치 보험 약관처럼 해독을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이 2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신간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 제목과 동명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신청자 절반 넘게 ‘미승인’
김영희 디자이너
‘정량 요건 미충족’ ‘정보 확인 불가’ 등 모호한 사유로 예술활동증명이 줄줄이 반려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손솔 진보당 의원실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활동증명 신청자 6만6464명 가운데 59.4%인 3만9481명이 미승인됐다. 신청자 수는 해마다 약 1만명씩 느는 추세다.
‘움직임 연출가’ 홍예원씨 역시 아르코예술극장 등에 작품을 올린 20년 경력의 예술인이지만 올해 반려 통보를 받았다. 제출한 홍보 포스터에 티켓 가격과 러닝타임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홍씨는 “실무적 고려가 전혀 없는 불승인 사유에 항의하는 의미로 보완 서류 대신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곧바로 인정 처리됐다”고 했다.
이에 더해 소셜미디어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음원으로 활동증명을 신청해 인정받았다는 사례가 공유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홍예원 움직임 연출가. 사진 홍예원씨
고질적 예산 부족, 심사 인력 부족, 직업 예술인을 가려내기 위한 기준 설정의 어려움 등이 이런 혼란을 키우고 있다. 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올해 들어 3개월 동안 신청 건수가 3만8000건을 넘으며 전년 대비 3배 이상 폭증했다고 한다. 재단에서 심의를 담당하는 행정 인력은 15명뿐이다. 반면 예술활동증명 관련 예산은 지난해 14억원에서 올해 20억300만원으로 6억300만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 “직능별 조합 구성 필요”…문체부, 제도 개편 논의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예산과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해 많은 예술인이 생계를 위해 투잡·쓰리잡을 병행한다”며 “배우·가수 등 직능별 조합을 구성하고 여기에 정부가 예술활동증명 예산을 배정해 자금을 불리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예술활동증명 제도 개편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심의 기준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다. 예산 확대와 노후 시스템 개선, 담당 인력 충원 방안 등도 논의된다. 22일에는 관련 국회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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