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호르무즈 그물에 잡힌 美군함…이란 또다른 무기 ‘광장 광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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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은 여전히 폐쇄되어 있다
지난 8일 이란 테헤란 엔켈라브(혁명) 광장에 “호르무즈해협은 여전히 폐쇄되어 있다”라는 문구와 미국 군함과 전투기, 드론 등이 그물에 잡힌 모습이 그려진 대형 광고판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일 이란 테헤란 엔켈라브(혁명) 광장 앞 대형 광고판에 이 같은 문구가 걸렸다. 이란 군인 3명이 바다에서 거대한 그물로 무언가를 건져 올리는 그림과 함께다. 그물 안에는 미국의 군함과 전투기, 드론 등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이날은 미국과 이란이 39일 간의 전쟁 끝에 2주간의 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다음날이다.
지난 2월 22일 이란 테헤란 엔켈라브 광장 광고판에 푸른색 미국 항공모함 갑판이 공격을 받아 붉은 피가 띠 모양으로 바다로 흘러내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전체적으론 ‘피에 젖은 성조기’처럼 보인다. 그림 한편엔 ‘바람을 뿌리면 회오리를 거두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22일 엔켈라브 광장 광고판엔 미국 항공모함이 걸렸다. 푸른색 항공모함 갑판이 공격을 받아 붉은 피가 띠 모양으로 바다로 흘러내리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론 ‘피에 젖은 성조기’처럼 보인다. 그림 한편엔 ‘바람을 뿌리면 회오리를 거두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이란 주위로 항공모함 등 군사 전력을 집결시킨 미국이 전쟁을 시작하기 엿새 전이다.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이란의 ‘광고판 선전’이 주목받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와중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광고판 그림을 통해 자신들에 유리한 이미지를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24년 4월 이란 테헤란 엔켈라브 광장 대형 광고판에 이란의 탄도미사일 그림과 함께 아랍어로 “정직한 [사람의] 약속” 페르시아어로 “이스라엘은 거미줄보다도 약하다” 는 문구가 적혀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대형 선전 그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혁명 이후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과거엔 주로 건물 외벽에 페인트로 직접 그리는 벽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매체인 자유유럽라디오/유럽라디오(RFE/RE)에 따르면 이란의 대형 선전 그림 게시 방식이 진일보한 건 지난 2015년 쯤이다. 한 번 그리면 수정하는데 오래 걸리는 벽화가 아닌, 대형 프린트물이 광고판에 적극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게시물 교체 주기도 빨라졌다.

지난해 11월 이란 테헤란 엔켈라브 광장에 붉게 물든 미국 자유의 여신상 모습과 “미국의 자유에 대한 약속 이면에는, 미국을 신뢰한 대가로 닥치는 파멸이 있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다. EPA=연합뉴스
엔켈라브 광장의 대형 광고판 선전이 알려진 건 2023년 이란 매체 등을 통해 모습이 공개되면서다. 엔켈라브 광장은 한국의 광화문 광장처럼 수도 테헤란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해 대형 반미 관제 집회 장소 등으로 주로 사용되는 곳이다.
프린트물을 활용한 광고판의 장점은 그림의 내용을 수시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게시 하루만에도 광고판의 그림을 바꿀 수 있다. 이를 통해 언제든 자신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RFE/RE는 두 달에 다섯번꼴로 엔켈라브 광장 광고판의 그림이 바뀌어 왔다고 전했다.
지난달 9일 이란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에 1대와 2대 최고 지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왼쪽), 알리 하메네이(가운데)가 3대 최고 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이란 국기를 넘겨주는 선전 포스터가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엔켈라브 못지 않게 발리아스르 광장 광고판에도 정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선전 그림이 수시로 걸리고 있다. 최근엔 이란 3대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부각하는 데 활용됐다. 1대와 2대 최고 지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와 알리 하메네이가 모즈타바에게 이란 국기를 넘겨주는 선전 포스터가 지난달 초 발리아스르 광장에 걸렸다.
이란이 광고판 선전을 즐겨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런 린빌 클렘슨대 미디어 포렌식 허브 교수는 RFE/RE에 “이란은 저렴한 비용을 들여 만든 이미지를 소셜미디어나 언론에 노출시켜 서구 미디어 생태계에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다고 본다”며 “대형 포스터를 자주 바꾸는 데 비용이 들지만, 전체적 관점에서 보면 (홍보효과 대비)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이란 테헤란 엔켈라브 광장에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해 숨진 이란과 이란의 대리조직 주요 간부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왼쪽부터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 지도자, 하셈 사피딘 헤즈볼라 고위 관리,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하마스 수장. 이에 더해 페르시아어로 ‘신께서는 억압받는 이들을 돕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명하셨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EPA=연합뉴스
국내 여론 통제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자나탄 사예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은 광고판 선전의 목적에 대해 “지하철에서 공원에 이르기까지 이란 시민들이 어디에서나 선전물을 접해 (정부 이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란 국민들에게 정권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심리적 전술”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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