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조율 없이 군함 돌파 안 먹혔다…트럼프 초조하게 한 숨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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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21시간에 걸친 종전 협상이 2분짜리 ‘결렬 선언’으로 끝났다. 미국 협상단을 이끈 JD 밴스 부통령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1일(현지시간) 시작돼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협상을 마친 뒤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히고는 30분 만에 파키스탄을 떠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UFC 대회 관람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 전용헬기로 이동하고 있다. 이란과의 종전협상 결국 결렬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엔 백악관 인근 자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고, 저녁엔 전용기 편으로 마이애미로 이동해 가족과 함께 UFC 대회를 관람했다. AFP=연합뉴스
“합의 실패”…협상 ‘노딜’로 끝났다
밴스 부통령은 12일 오전 6시30분께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은 우리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직전 “12일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알렸지만, 이를 뒤집는 결렬 선언이었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협상에 앞서 협상을 중재한 파키스탄 총리와의 회담을 위해 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밴스는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우리는 그들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고, 신속하게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수단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시적 약속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미국 대통령의 핵심 목표이고 우리가 협상에서 얻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이자 최종인 제안을 제시했고 이란이 수용하는지 지켜보겠다”며 이를 미국의 ‘레드라인’이라고 했다. 이어 “협상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6~12번가량 통화했다”며 협상 중단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결정임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UFC 대회 참관을 위해 전용헬기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UFC 참관에 앞서 워싱턴 인근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AP=연합뉴스
“내가 이겼다”지만…종전 명분 필요
이란의 핵 위협 제거는 미국이 이란 전쟁을 시작한 핵심 명분이다. 전쟁을 끝내려면, 이란 측의 고농축 우라늄 440㎏을 전량 반출하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중에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 하고 철군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이란의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호르무즈해협 문제와 핵물질 제거를 포함해, 전쟁에서 얻을 수 없었던 양보를 협상장에서 얻어내려는 것이 미국의 의도였다”며 “이란 대표단이 이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軍투입…안 먹힌 트럼프식 압박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이 시작된 이날 호르무즈해협에 구축함 2척을 투입해 이란이 설치한 기뢰제거 작전을 펼쳤고, 군함 2척은 호르무즈해협을 돌파해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개전 이후 미군 함정이 해협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성명을 내고 “오직 비군사적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만을 허용한다”며 “해협을 통과하려는 군함은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맞섰다.
지난달 11일 호르무즈해협에 선박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악시오스에 따르면 호르모즈 돌파 작전은 이란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 이란이 ‘인질’로 잡아온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무너뜨려 압박하려 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란의 강한 반발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타결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이란과 합의가 되는지 여부는 나와는 상관 없다”며 특히 호르무즈해협과 관련해 “내 입장에서 보면 상황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실제 쟁점은 ‘유가’ 좌우할 호르무즈?
미국은 이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협상 상황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그러나 이란 측을 통해 호르무즈해협 문제가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미국 워싱턴의 한 주유소에 갤런당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이란이 해협을 미국과 함께 통제하자는 방안을 거부하고 단독으로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타스님통신도 “해협 사안에서 심각한 의견 불일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후 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이란이 미국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압박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함을 가중시킬 카드가 될 수 있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은 최종 합의가 타결된 후에야 해협을 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UFC 대회를 참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상 직전 소셜미디어(SNS)에 “비료 가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의 표심 이탈 가능성을 경계했다. 유가가 상승하며 비료 가격 역시 인상됐기 때문이다.
협상은 ‘안갯속’…트럼프는 골프 이어 UFC
밴스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요구했던 ‘동결자산 해제, 전쟁 피해 배상, 중동 전역에서의 교전 중단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자 “모든 문제를 논의했다”면서도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가족들과 함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UFC 대회를 참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측엔 딸 티파니 트럼프와 이방카 트럼프가 보인다. AP=연합뉴스
향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투명한 가운데 NYT는 “오는 21일 종료되는 휴전 시한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작전 재개 등으로 (이란을) 위협할 수 있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고 이란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클럽에서 골프를 쳤다. 이후엔 전용기를 타고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날아가 가족과 함께 UFC 대회를 관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UFC 경기 관람 도중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무언가를 보고받고 있다. 이 무렵 파키스탄에서 진행된 이란과의 종전협상은 결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UFC 경기장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동행했다. 격투기 경기 도중 루비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무언가를 심각하게 보고하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루비오 장관의 보고가 이뤄진 이후 파키스탄에선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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