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숏폼·AI 등장하는데 한국 드라마 방향 못 잡아”...한국드라마PD협회 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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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한국드라마PD협회 창립기념식이 열렸다. 사진은 이정섭 PD가 '숏폼 드라마 제작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최혜리 기자

지금 숏폼 드라마를 만드는 중국의 ‘드라마박스’는 제작의 30~40%를 AI(인공지능)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색보정과 특수촬영, 음악까지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가 요즘 저의 고민입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케이스퀘어강남2빌딩에서 열린 ‘한국드라마PD협회’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이정섭 PD가 한 말이다. 그는 ‘제빵왕 김탁구’,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을 연출한 KBS 출신 PD로, 2024년 스튜디오 달감을 차려 숏폼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이날 이 PD는 협회원 대상의 세미나 발제자로 참여해 ‘숏폼 드라마 제작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11일 창립 기념식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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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창립기념식을 연 '한국드라마PD협회' 협회원 등 관계자들.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회장인 김종창 PD고, 그 뒤가 이은규 PD다. 사진 이은규 PD

이날 출범한 ‘한국드라마PD협회’는 한국 프리랜서 드라마 PD 67명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한국 드라마 PD들이 공식적으로 단체를 조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는 ‘전원일기’ ‘걸어서 하늘까지’ 등을 연출한 MBC 출신 이은규 PD와 ‘노란 손수건’ ‘장밋빛 인생’ 등을 연출한 KBS 출신 김종창 PD 등이 구심점이 되어 만들어졌다. 김종창 PD가 회장으로, ‘개인의 취향’ 등을 연출한 MBC 출신 노종찬 PD가 부회장으로 나섰다.

이정섭 PD의 말처럼 OTT와 AI의 등장으로 급격히 재편 중인 드라마 제작·유통 환경이 협회 출범의 계기가 됐다. 현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프리랜서 드라마 PD들의 목소리를 모으겠다는 취지다.

창립기념식엔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을 연출한 윤석호 PD, ‘야망의 세월’ 등을 연출한 김현준 PD,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을 집필한 주찬옥 작가 등 40여명의 드라마 업계 종사자들이 모였다. 이은규 PD는 “(드라마 산업의) 위기가 크니, 공부하고 조직적으로 대처하자는 취지에서 기념식 이후에 세미나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직접 ‘TV드라마 환경변화와 대응전략’의 발제자로 나선 이은규 PD는 최근 드라마 제작환경 변화에 대한 유럽과 아시아 각국의 대응 현황을 비교했다. 그는 “중국은 숏폼으로 성장하고 일본은 브랜디드 드라마 확장 등으로 수익을 보완하고 있다. BBC는 송출 방식을 유튜브로 옮기기도 했는데, 한국은 숏폼 시장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국내 OTT 적자도 못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시대, 드라마 제작혁명’을 주제로 발제한 정락현 한국인공지능협회 부회장은 제작자들에게 “AI의 본질은 디지털 기술일 뿐이라는 것”이라며 “AI가 픽셀 단위까지 제어할 수 있는 환경에서 결국 인간인 드라마 PD에게 중요해지는 것은 스토리텔링과 프롬프트 설계 능력이다. 젊은 인력과 팀을 이뤄 AI 적응력을 키우며 다작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축사를 위해 자리한 주찬옥 작가는 “최근엔 작가들도 AI를 보조 작가처럼 활용한다. 대사가 개성 있고 생생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자료 수집이 빠르다보니 다양한 방향으로 상상하기에 좋다”고 AI 활용 경험을 밝혔다.

SBS 출신으로 ‘지금은 사랑할 때’ ‘얼음꽃’ 등을 연출한 김영섭 PD는 “(현재 드라마 업계는) 넷플릭스에 올라탄 생태계는 돌아가지만 나머지 생태계는 다 무너졌다”며 AI로 제작 비용을 절감하면서 퀄리티를 담보한 작품을 만들어내면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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