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업 비업무용’ 보유세 도마 위...국세청 “법인 고가주택 2630개부터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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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기업 부동산 점검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부담 강화 지시에 따른 것이다. 다주택자에서 기업으로 규제 전선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상 자산과 투기성 보유를 가려내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12일 국세청은 기업이 보유한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의 탈세 여부를 검증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4㎡)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을 보유한 법인은 1600여곳에 이른다. 해당 주택 수는 2630개다. 전체 공시가격은 5조4000억원으로 평균 공시가격은 약 20억원으로 나타났다. 50억원이 넘는 주택이 100여개에 이르고,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도 있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법인이 왜 고가주택을 보유하고 있을까? 사주 일가가 법인 주택에 거주하면서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면, 이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이용한 탈세에 해당한다”며 “탈세를 넘어, 기업 자금이 생산적 투자 대신 사주 일가의 호화생활이나 부동산 투기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 법인이 보유한 고가주택을 모두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그 이하 주택, 토지까지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탈루 혐의가 있다면 세무조사로 전환해 관련 세금을 추징한다는 방침이다.

주택 외에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토지 규모는 재산세 과세자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세 통계연감’에 따르면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가 포함되는 종합합산 토지 면적은 2024년 기준 약 2126㎢로, 여의도 면적의 약 730배에 달한다. 여기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법인의 종합합산 토지분 종부세 결정세액은 2020년 1조1660억원에서 2024년 1조5559억원으로 4년 새 약 33% 증가했다. 납세 법인 수도 약 30% 늘어난 2만1859개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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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현행법상 취득 후 1~5년 이내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않아 비업무용으로 분류되는 종합합산 토지분의 종부세 세율은 15억원 이하 1%, 15억원 초과 45억원 이하 2%, 45억원 초과 3%다. 과세표준은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공제액(5억원)을 빼고 공정시장가액비율(100%)을 반영해 설정한다. 업무용으로 인정되는 토지는 별도합산으로 분류돼 80억원의 공제를 적용받고 0.5∼0.7%의 낮은 세율이 부과되는 데 비해 훨씬 부담이 크다. 또한 법인이 비업무용 부동산을 처분할 때는 일반 법인세에 10%포인트 추가로 과세한다.

이 대통령은 이달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유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한번 검토해보자”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업들이 비업무용 토지를 연구ㆍ개발(R&D) 등 생산적 용도로 전환하도록 하거나, 매물을 유도해 주택 공급 등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이를 위해 종합합산 토지에 부과되는 종부세 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거나 공제액을 축소해 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우선 검토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종합합산 토지 중 기업의 고유 업무와 관계없는 토지를 솎아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건설사들은 자체 분양사업을 위해 토지를 미리 사들여 놓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방치된 경우가 적잖다. 공장 설립을 위해 부지를 매입했는데 자금 조달이나 인허가 문제로 착공이 지연되기도 한다.

일각에선 노태우 정부 시절 5ㆍ8조치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대기업 땅 투기 논란이 거세지자 비업무용 토지를 6개월 내 강제 매각하도록 조치했는데, 이후 경기 위축과 정책 후퇴로 이어졌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 부동산 투기는 제재가 필요하지만, 비업무용 토지 정의 등 기준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비업무용으로 보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전 상담 등으로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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