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시 납치 안한다”…‘술렁’인 중앙대 파격 선언, 교육부가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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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가 지난 9일 공개한 2028학년도 입학전형 시행 계획 발표 동영상 중 일부 캡쳐. 수시에 합격하고도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 중앙대 입학처 동영상 캡쳐

중앙대가 수시에 합격한 수험생에게도 정시 지원 기회를 열어주는 제도를 내놨다. 수능 응시 후 성적 발표 전 수험생이 신청하면 수시 합격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상위권 수험생의 오랜 고민이었던 ‘수시 납치’를 대학이 풀어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 등은 현행 대입 규정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이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중앙대는 지난 9일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CAU FORMULA 2028’이라는 이름의 입학전형 설명회를 열고 ‘2028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공개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중앙대 측은 ‘수시 납치 방지’를 내세운 ‘CAU 수능 케어’ 제도를 전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수험생이 수능 응시 후부터 성적 발표 전까지 중앙대가 지정한 특정 기간에 신청서를 접수하면 해당 수험생은 수시 ‘합격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른 대학의 수시 전형에 합격한 이력이 없다면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대는 CAU 수능 케어를 2027학년도(현 고3) 대입에선 창의형 논술과 지역균형 전형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28학년도부터는 ‘최저있는 학종’, 재학생 논술, 지역균형 전형 등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원해서 지원했으니 가야”…25년 원칙, 최상위권엔 족쇄로

입시업계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대학이 직접 수시납치 문제를 전형 설계로 풀겠다고 나선 사례는 이 대학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고1 학부모 김보영(45)씨는 “대부분 학생이 수시와 정시를 같이 준비하는 상황에서 수능을 잘 봐도 수시에 합격하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없다는 건 상당히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느껴졌는데, 대학이 나서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수시 합격자의 정시 지원은 오랫동안 제도적으로 금지돼 왔다. 2001년 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 2항은 “수시모집에 합격한 자는 정시모집 및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교협이 매년 내놓는 대입전형기본사항에도 같은 취지의 조항이 담겨 있다. 수시는 수험생이 가고 싶은 대학을 직접 골라 지원한다. 자신이 원해서 지원했으니 그 대학에 합격하면 입학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수시 합격자의 정시 지원금지는 수시 합격자가 다시 정시로 몰리면 대학들의 입학 전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준비하는 최상위권 수험생이 늘고 의대 증원·N수생 급증으로 정시 변수가 커지면서, 수능을 잘 보고도 이미 합격한 대학에 발이 묶이는 ‘수시 납치’ 공포는 상위권일수록 더 짙어졌다. 중앙대 관계자는 “ 수험생의 선택권을 보다 더 존중하면서, 지원자의 풀을 넓혀 우수 학생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교육부 제동, 대학가 술렁…“막아도 또 나올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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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에서 지난 9일 학부모 설명회 등을 통해 발표한 2028학년도 입학전형 시행 계획 발표 자료 중 일부 내용. 중앙대 입학처

중앙대가 어떻게 시행령을 비켜가려 했는지를 두고 입시업계에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중앙대가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 수험생에게 최종 성적이나 학생부 제출 동의 여부를 묻고, 동의하지 않은 학생은 서류 제출 미비로 자동 탈락시키는 방식을 쓰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수시 합격을 사후에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합격자 명단에 들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 시행령 42조 2항이 규정한 “수시모집에 합격한 자”에 해당하지 않게 만들어 정시 지원 금지 조항의 적용을 피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교육부와 대교협의 해석은 다르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앙대 전형안을 두고 “현재 (입시) 체계상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학에 (교육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학생이 원하면 합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중앙대의 방식이 사실상 ‘합격 취소’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수시 납치 해소라는 방향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이런 카드가 늘어나면 수시·정시 이원화 체제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고, 대입 현장의 혼란 속에 수시가 사실상 정시에 흡수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시업계에선 중앙대의 시도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유사한 시도를 하는 대학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로 우수 학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현행 규정의 틈을 찾아 수험생 친화적인 전형을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선 좋은 지원자를 많이 모을 수 있는 경쟁률이 최대 화두인데 그 풀을 최대한 넓힐 수 있고 수험생 선택권도 넓혀주는 만큼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중앙대를 시작으로 다른 경쟁 대학들도 내부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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