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하이힐 뒤축이 사라졌다…올봄 챙겨 신어야 할 이 구두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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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이어진 스니커즈 중심의 신발 트렌드 속에 다시 구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슬림하고 구조적인 실루엣의 옷이 트렌드를 조성하면서, 신발 역시 가볍고 정제된 형태가 선호되기 시작했다. 여성 신발에서는 한동안 보기 어려웠던 힐(heel)도 여러 브랜드를 통해 다시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는 아이템은 ‘뮬(mule)’이다.
샤넬은 두툼한 굽과 직선적인 실루엣을 특징으로 하는 뮬을 공개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 실루엣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진 샤넬
뮬은 발뒤꿈치를 감싸지 않는 형태의 신발을 뜻한다. 쉽게 말해 뒤축이 없는 구조다. 슬리퍼와 달리 앞부분은 펌프스나 로퍼처럼 완전한 구두 형태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올해 봄·여름 시즌에는 많은 디자이너가 하이힐을 주력 신발로 선보인 가운데, 다양한 높이의 뮬 역시 핵심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뒤축이 실제로는 존재하지만 이를 접어 뮬처럼 연출할 수 있는 구두도 함께 등장했다.
올해 등장한 뮬은 3~7㎝ 정도로 너무 높지 않은 힐이 더해져 편안한 착화감을 갖췄다. 슬리퍼처럼 편하게 신을 수 있으면서도 격식을 갖출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단순한 실루엣은 와이드 팬츠나 데님, 스커트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보테가 베네타의 곤돌라 클로그는 투박한 볼륨감과 매끈한 라인이 대비를 이룬다. 곤돌라 클로그는 러버 소재로 만들어져 가벼운 착화감을 자랑한다. 사진 보테가 베네타
미니멀 또는 투박함, 그리고 투명까지
샤넬이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뮬은 구조적인 실루엣이 돋보인다. 절제된 디자인으로 형태와 비율에 집중했다. 두툼한 굽과 사각 앞코로 직선적인 인상을 강조하고,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 실루엣 자체에 시선을 모았다. 대신 스웨이드와 페이턴트처럼 대비되는 소재를 조합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보테가 베네타 ‘곤돌라 클로그’는 이번 시즌 뮬 트렌드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나무 굽을 연상시키는 조형적인 솔과 라스트를 사용해 독특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전통적인 클로그의 구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뮬 형태로 재해석해 착용의 간편함과 조형적 완성도를 동시에 잡았다.
투명한 소재로 발이 드러나도록 한 ‘투명 뮬’은 여름 시즌까지 인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이다. 투명한 TPU(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소재를 적용해 마치 힐 위에 맨발을 올린 듯한 착시를 만들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더한다.
끌로에는 신발 전체를 TPU 소재로 구현한 젤리 뮬을 공개했다. 젤리 뮬은 스피어민트·앰버 브라운·애쉬 그레이 등 세 가지 컬러로 출시됐다. 사진 끌로에
끌로에는 2026 봄·여름 컬렉션 쇼에서 플라워 패턴 원피스부터 단정한 슬랙스까지 다양한 룩에 ‘젤리 뮬’을 매치했다. 오픈 토 디자인에, 신발 전체를 투명 TPU 소재로 구현해 가볍고 경쾌한 인상을 준다. 앞면에는 주름 장식의 매듭 디테일을 더했고, 과하지 않은 높이의 힐은 곡선형으로 완성했다.
구찌 비토리아 펌프스는 뒤축 부분에 절개선을 더해 접어 신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펌프스와 뮬 하이힐 등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사진 구찌
뒤축을 접어 뮬처럼 연출할 수 있는 펌프스도 등장했다. 로퍼의 뒤를 꺾어 신을 수 있게 한 블로퍼의 힐 버전이다. 구찌가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비토리아 펌프스’가 대표적이다. 슬림한 앞코의 스틸레토 힐에, 뒤축에는 절개선을 더해 접어 신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전면에는 홀스빗 장식을 더해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냈다.
상류층의 상징에서 관능의 아이콘으로
다시 돌아온 뮬의 유행은 Y2K 트렌드의 일환으로 풀이되지만, 뮬의 기원은 의외로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뮬(mule)이라는 단어 자체도 고대 로마 시대 귀족들이 신던 붉은 슬리퍼 ‘뮬레우스 칼케우스(mulleus calceus)’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늘날처럼 뒤꿈치가 없는 신발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17세기 이후다.

루이 14세의 초상화. 두툼한 굽과 화려한 장식이 더해진 뮬을 신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DB
초기 뮬은 실내에서 착용하는 슬리퍼에 가까웠으나, 프랑스 상류층을 중심으로 외출용 슈즈로 확장됐다. 프랑스 궁정의 부유한 여성들은 굽이 높고 화려하게 장식된 뮬을 무도회 드레스에 매치했다. 화려한 드레스 아래에서 살짝살짝 드러나는 뮬은 여유와 사치를 보여주는 아이템으로 기능했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 그네를 타는 여인이 분홍색 실크 뮬을 벗어던지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DB
‘태양왕’ 루이 14세 역시 굽이 있는 뮬을 즐겨 신은 것으로 전해진다. 뒤꿈치가 열린 구조는 발목과 종아리 라인을 드러내며 당시 복식의 관능적인 실루엣을 강조한다.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의 작품 ‘그네(1767)’는 당시 뮬이 지닌 장식성과 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림에는 연회 도중 그네를 타던 여인이 분홍색 실크 뮬을 벗어던지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뮬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았다. 1950년대 마릴린 먼로와 제인 맨스필드 등 할리우드 배우들은 발가락이 살짝 드러나는 오픈 토 스타일의 뮬 하이힐을 즐겨 신으며 감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발의 실루엣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디자인은 매혹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낙관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화려한 스타일이 부상하며, 뮬 하이힐은 실용성과 여성스러움을 동시에 갖춘 슈즈로 주목받았다. 당시 유행하던 보디라인을 강조한 실루엣과도 맞물리며 뮬은 할리우드 스타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시대 흐름에 변화하는 뮬
뮬은 2000년대에 들어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1990년대 미니멀리즘이 저물고 보다 화려한 스타일이 부상하면서, 실루엣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패션 트렌드가 변화한 결과다. 로우라이즈 팬츠와 크롭톱, 슬립 드레스 등 노출이 강조된 스타일이 유행하며 다리 라인을 드러내는 뮬 하이힐이 자연스럽게 부상했다. 특히 뾰족한 앞코와 얇은 스트랩을 결합한 하이힐 뮬은 200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패리스 힐튼 등 당대 패션 아이콘이 뮬을 착용한 모습이 파파라치 컷을 통해 자주 포착되며 트렌드는 대중적으로 퍼졌다.

로제가 킴 카다시안의 글로벌 브랜드 스킴스의 발렌타인 캠페인에 분홍색 뮬을 신고 등장했다. 사진 스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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