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오늘밤 '호르무즈' 닫는다…"원유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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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의 종전협상을 결렬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이란을 출입하는 호르무즈해협의 모든 해상교통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봉쇄 시작 시점은 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주말을 보낸 뒤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 관할권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온 이란을 제압하기 위한 일종의 역(逆)봉쇄 전략이자, 이란의 돈줄을 끊기 위한 승부수다. 그러나 휴전 합의 이후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단숨에 100달러 선을 넘어섰고, 해협에서의 충돌로 인한 전쟁 재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란 ‘해상 봉쇄’…원유 자금줄 차단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미 동부시간 기준 13일 오전 10시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란을 향하거나 이란에서 출발하는 모든 선박은 국적과 무관하게 호르무즈해협을 지날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달 11일 호르무즈해협에 선박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부사령부는 다만 “이란을 경유하지 않는 선박들은 호르무즈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해협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조치는 이란의 모든 교역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이란의 모든 항구를 무력화하는 ‘해상 봉쇄’ 조치 형식으로 조정됐다.
세계 원유 유통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전면 차단에 따른 유가 수급 문제를 고려한 결정으로 추정된다.
박경민 기자
미군은 구축함 2척을 투입해 호르무즈해협 내 안전 항로 개설 작업에 착수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전날 “미 해군 구축함 프랭크 E. 피터슨함(DDG-121)과 마이클 머피함(DDG-112)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규 항로 개설 절차를 개시했으며 향후 해운업계에 안전 항로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무인수중기(UUV)를 비롯한 기뢰 대응 전력도 수일 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미 군함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것은 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 당국자는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에 “공해상에서의 항행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투입된 구축함들은 기뢰를 직접 제거하기보다 향후 전개될 기뢰 대응 전력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역 내 위협을 억제하고 작전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기 중인 선박들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마린트래픽, 한국해양진흥공사]
원유 판매 허용하더니…3주만에 번복
플로리다에서 주말을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봉쇄 발효 시점을 재확인하며 “다른 나라들도 이란이 석유를 팔지 못하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번 조치가 이란의 ‘석유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임을 분명히 한 말로 해석된다.
2020년대 국제 유가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블룸버그. KB증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0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유조선에 실린 채 해상에 대기 중이던 이란산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의 판매를 30일간 허용했다.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한 건 2018년 이란의 핵협정 탈퇴 이후 처음이다. 전쟁 상대의 ‘돈줄’을 풀어 전쟁 물자 구입과 생산을 묵인해야 했을 정도로 유가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유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원유를 팔 수 있게된 이란은 그간 미국의 제재 조치를 무시했던 중국에만 헐값에 판매했던 원유 1억 4000만 배럴을 비싼 값에 팔아 막대한 전쟁 자금을 확보했다. 시장에 풀린 이란산 원유는 전세계가 하루반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의 한시적 판매도 허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이날 미국과 이란은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산 원유 판매 허용 조치는 지난 11일로 끝났다. 이란산 원유 유통도 중단되면 원유 공급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전세계 원유 공급 수도꼭지 잠근 것”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경유하는 선박을 제외한 모든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행은 방해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은 이러한 주장을 신뢰하지 않았다.
미국의 봉쇄 조치 발표에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8% 이상 상승하며 배럴달 1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 주말 소폭 하락세를 보였던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도 갤런(약 3.79L) 당 4.12달러가 됐다. 개전 시점과 비교하면 38%의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차준홍 기자
외교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무관한 선박의 항행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이란의 공격 가능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항행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조치는 제한적으로 공급됐던 중동산 원유의 수도꼭지를 완전히 틀어 잠그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선박 추적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려던 다수의 선박들이 이날 해협 진입을 포기하고 뱃머리를 돌렸다. 미국의 봉쇄 발표엔 이란과 무관한 선박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 대책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
현지시간 11일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경기를 관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뒤로 딸 티파니 트럼프와 손녀 카이 트럼프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같은 시간 파키스탄에서 진행된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은 결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우리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석유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산)석유를 싣기 위해 우리나라로 향하는 배들이 많다”며 미국산 원유를 구입을 종용했다. 그는 전쟁 중에도 “유가 상승은 큰 돈을 벌 기회”라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죽음의 소용돌이”…유가 인상 조롱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조치에 이란측 종전협상단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X(옛 트위터)에 워싱턴의 휘발유 가격 지도와 함께 “현재 가격을 즐기라”며 “곧 (갤런당) 4∼5달러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조롱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해상봉쇄 조치와 관련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 지도를 게시한 뒤 “현재의 휘발유 가격을 즐기라. 이른바 봉쇄가 시행되면 (갤런당)4~5달러짜리 휘발유가 그리워질 것”이라고 적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CG)도 앞서 “호르무즈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은 이란 군 당국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다”며 “적들이 단 한 번이라도 오판한다면 해협은 그들을 집어삼킬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약 미국이 해협 봉쇄를 실행하기 위해 군함을 호르무즈해협으로 투입하고, 이란이 실제 공격에 나설 경우 휴전 합의는 무용지물이 되고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해상봉쇄 자체가 전시 또는 준전시 상황에서 적국을 고립시켜 보급로를 끊는 조치로 사실상 ‘전쟁행위’로 간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봉쇄 시도에 대해 경고하면서 공개한 드론 영상. 사진 세파뉴스 텔레그램 캡처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중국 견제의 성격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이란산 원유를 비교적 저렴하게 수입해왔고, 전쟁 중에도 중국 국적의 초대형 유조선 일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해 이익을 얻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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