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호르무즈 역봉쇄에 영국의 즉각적 거부…또 시험에 든 동맹들

본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역봉쇄 초강수가 이란의 굴복보다 서방 동맹의 균열을 먼저 불러오고 있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 결렬 직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최우방국인 영국이 즉각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럽과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날을 세웠다.

bt9fef0eb81e619be970dccf243e3eeb4d.jpg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역봉쇄 엄포에 영국, 경제난 들어 즉각 거부

12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의 지원을 받아 호르무즈해협을 역봉쇄할 것이라고 주장한 데 “어떠한 봉쇄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항행의 자유와 호르무즈해협의 개방을 계속 지지한다”며 “이는 세계 경제와 영국 가계의 생활비를 위해 시급한 일이고 호르무즈해협은 통행료 부과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입장은 미국의 강경 기조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이 호르무즈해협을 오가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국제 해역에서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한 모든 선박을 추적·차단하라고 해군에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돈줄을 묶어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btbe7caac8b5cecdccd25eb1bac19851b7.jpg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앙숙 된 미·영 정상… 트럼프, 스타머 향해 ‘히틀러 유화책’ 맹비난

영국의 거부는 예견됐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그동안 이란 전쟁에 비판적이었다.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문명 파괴 발언을 거론하며 “영국은 우리의 원칙과 가치를 갖고 있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그것에 따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가정의 에너지 청구서가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트럼프의 행동 때문에 오르내리는 현실에 신물이 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란 본토를 공습할 때도 스타머 총리는 영국 군기지 사용을 거부했다가 추후 제한된 방어 작전에만 기지 이용을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동맹의 미온적 반응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스타머 총리를 네빌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에 빗대 비판했다. 히틀러 유화책을 꺼내들었다가 유럽을 전쟁으로 내몬 체임벌린 전 총리의 전례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맹국을 정조준했다. 그는 “일본은 석유의 93%, 한국은 45%를 호르무즈에서 얻는데 이 나라들은 우리를 돕지 않는다”며 “우리의 4만5000명과 5만 명의 병력이 그 두 나라에 주둔한다”고 말했다. “나토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그랬다”면서 한·일과 서방을 한데 묶어 동맹의 시험대로 올린 것이다.

고립되는 트럼프 일방주의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트럼프와 보조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btb1719cbe75149cdb9ed143b85b18c8ec.jpg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차 한-프랑스 경제계 미래대화 폐회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 직후 유럽연합(EU)·파키스탄·오만 등은 미국 봉쇄 계획을 지지하는 대신 지속적인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경우 13일 “봉쇄 동참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호르무즈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하고 국제법이 요구하는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방 동맹국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해 군사적 동참을 요구한 당시에도 제각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美 우산 벗어나려는 동맹국들…별도 연합 가시화

대신 이들 국가는 미국과 별개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스타머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통화에서 호르무즈 항행 자유 보호를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 정부는 “우리는 프랑스 및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항행의 자유를 보호할 광범위한 연합을 시급히 구축하고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마크롱 대통령도 지난 8일 “프랑스 주도 아래 약 15개국이 이란과 협의 하에 순수한 방어 임무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 봉쇄 작전에 들어가지 않고 이란과 협의를 전제로 한 별도 다자보호 틀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여러모로 미국과 밀착해온 일본도 신중한 입장이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일본 관방장관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와 기뢰 제거 참여 가능성에 대해 “자위대 파견 이야기라면 조금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외교를 통해 조기에 최종합의에 이르는 것을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6,03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