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물가·가계부채는 잡았지만, 환율 앞에선 멈췄다...이창용의 146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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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전쟁과 금융위기, 팬데믹과 계엄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가 흔들린 지난 4년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 6%대 시기에 취임해 2%대에 임기를 마친다. 같은 기간 환율은 1200원대에서 1500원대로 치솟았다. 긴축과 완화를 오가며 금리 인상·동결·인하의 전 과정을 한 임기 안에서 모두 겪었다. 이창용의 1460일은 명과 암이 뚜렷했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의 임기는 오는 20일 마무리된다. 그는 지난 10일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임기 마지막 출장길에 올랐다. 19일 귀국하는 일정으로 사실상 총재로서 마지막 공식 행보다. 후임 신현송 총재 후보자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안이 채택될 경우 21일 부임할 예정이다.
이 총재 임기는 물가과의 싸움으로 시작됐다. 2022년 4월 취임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으로 6%대까지 치솟았다. 이 총재는 같은 해 7월과 10월 두 차례 ‘빅스텝(0.50%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3.50%까지 9개월 만에 2%포인트 끌어올렸다. 이후 금리는 동결을 거쳐 2024년 하반기부터 인하로 전환돼 현재 2.50% 수준이다.
그 결과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물가를 2% 수준으로 되돌렸다. 고물가 국면에서 선제적으로 긴축에 나선 판단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총재는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늦췄다는 비판도, 충분히 올리지 않아 환율이 올랐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며 “양쪽에서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균형 있게 대응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가계부채도 처음으로 꺾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9.1%에서 89.4%로 낮아졌다. 금리 인상과 금융당국 공조를 통한 거시건전성 정책의 결과다.
한은의 변화도 뚜렷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소통 강화에 공을 들였다. 향후 금리 전망을 제시하는 포워드가이던스와 ‘K점도표’를 도입했고, 저출생과 고령화, 교육개혁, 주택시장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구조개혁 연구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으며 정책 메시지를 강화했다. ‘한은사(寺)’로 불릴 만큼 조용했던 조직은 정책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는 중앙은행으로 변모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측하기 어려운 이벤트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정책 대응이 크게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2022년 4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 취임식에서 이 총재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적극적인 소통은 부작용도 낳았다. 환율 급등 원인을 개인의 해외 투자 확대와 연결 지은 ‘서학개미’ 발언은 논란을 낳았고, 금리 관련 인터뷰가 정책 신호로 해석되며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임기 초 1200원대 중반이던 환율은 이후 1400~1500원대까지 올라서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평균 환율은 1421.97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면서 1500원 선을 위협했다. 이 총재는 “환율을 안정된 상태에서 넘기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성장 역시 부담으로 남았다. 고금리 여파로 내수와 건설투자가 위축되며 성장률은 2022년 2.6%에서 2023년 1.4%로 떨어진 뒤 1%대에 머물렀다.
차기 신현송 체제의 부담도 크다. 고환율과 저성장이 겹친 상황에서 통화정책 여력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첫 시험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 물가와 환율, 주택 가격을 함께 안정시키는 것이 과제”라며 “미국 금리 변화에 따른 자본 유출 대응과 재정·통화정책의 조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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