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동 사태로 무급휴가에, 재활용까지...고육책 내놓는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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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과 종전 협상 결렬 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역(逆)봉쇄에 나서면서 국내 산업계가 잇따라 고육책을 내놓고 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로 고유가와 물류 불안이 상수가 되면서 공급망 확보를 위한 단기 처방마저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오는 5월부터 두 달간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시적 무급휴직을 시행한다. 고유가ㆍ고환율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운항 규모를 줄이고 인력 운용 유연화에 나섰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강제성 없이 희망자만 일정 기간 휴직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이 무급휴직에 돌입한 건 지난 2024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한국무역협회
항공사는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떠안게 된다. 현재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은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진에어ㆍ에어부산ㆍ에어서울ㆍ에어프레미아 등 저비용항공사(LCC)도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편을 줄이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오전 한때 전날보다 8.7% 오른 배럴당 103달러대를 기록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8.7% 오른 104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6.8원 오른(원화가치는 하락) 1489.3원에 마감했다. 기업 입장에선 수입물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유가가 1달러 상승할 경우 연간 약 3050만 달러(약 455억원), 환율 10원 상승시 약 55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항공업 영업비용이 전년보다 약 3%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헬륨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헬륨은 천연가스 처리 과정의 부산물로 추출되는 중간재로 반도체 웨이퍼 냉각ㆍ장비 진공 유지 등에 쓰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카타르는 세계 헬륨 공급의 38%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국으로,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헬륨의 64.7%가 카타르산이다. 무역협회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이미 카타르 최대 헬륨 산업단지 가동이 중단됐다”며 “헬륨 생산국은 카타르ㆍ미국ㆍ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해 수입처 다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티웨이 항공. 연합뉴스
높은 열전도율을 가진 헬륨을 대체할 물질조차 마땅치 않자 반도체 기업들은 재활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는 일부 생산라인에 ‘헬륨 재사용 시스템(HeRS)’를 운용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헬륨 재활용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 헬륨은 공급처를 변경할 경우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단기간 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 반도체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제약업계도 후폭풍이 거세다. 나프타 공급 부족으로 의약품 포장재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제약업계는 의약품 주문 제한 조치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최근 수액 주머니 형태의 의약품 주문량이 급증하자 해열진통용 ‘아세트아미노펜’은 200개, 기타 수액제는 500개로 주문을 제한하고, 제한 수량을 초과할 시 별도 확인 절차를 거쳐 공급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약국용 비닐 약봉투 포장지를 주문할 경우 최근 3개월 구매 수량을 기준으로 개수를 제한해 판매 중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기업 재고나 정부 비축 물량을 활용하는 것은 이란 사태의 단기적 대안에 그친다”며 “정부의 외교ㆍ통상 역량을 총동원해 핵심 원자재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제3국을 통한 우회 공급망 확보하는 등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 지수는 중동발 공급망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며 전장보다 50.25포인트(0.86%) 하락한 5808.62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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