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울 임대차 10건 중 7건이 월세…‘전세 시대 종말’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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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한 부동산에 전월세 임대 매물 대신 매매 매물만 가득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등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뉴스1

직장인 A씨는 이달 초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센터피스’ 전용면적 59㎡를 보증금 4억원, 월세 140만원에 반전세 계약했다. 이 아파트는 2300여 세대 대단지지만 25평 전세 매물은 현재 1건뿐이다. 대신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70만원, 2억에 220만원 등 월세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 반전세 매물이 11건 나와 있다. A씨는 13일 “전세는 거의 없어 어쩔 수 없이 월세를 택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전셋집을 구하던 30대 신혼부부도 “상태가 괜찮은 아파트는 보증금 1억~2억원에 월세가 200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며 “월세가 100만원 이하인 인근 신축 빌라를 둘러봤다”고 했다.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빌라 같은 비(非)아파트뿐 아니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도 반전세·월세가 주요 임대차 거래로 자리 잡으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서울 임대차 시장 내 월세 비중은 70.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0건 중 7건이 월세 거래란 의미다. 2024년 60.7%, 지난해 65.2%에 이어 월세화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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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저무는 전세 시대…아파트서도 월세 50% 육박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의뢰해 지난 10년간 서울 아파트만 추려 전·월세 거래 비중을 집계한 결과, 2019년 72%를 차지했던 전세 거래는 올해(1~3월) 52%까지 내려왔고, 28%에 그쳤던 월세(반전세) 거래가 48%까지 올라왔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 사기 여파로 비아파트는 월세 거래가 3~4년 새 대세가 됐는데, 요즘은 아파트까지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1970년대 이후 임대차 시장의 주축이었던 전세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임대차 시장이 월세화로 가속도가 붙은 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영향이 크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과 경기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됐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가 차단되면서 전세 공급이 크게 줄었고, 대출 규제에 금리까지 오르며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집주인은 큰 목돈의 전세보증금보다 매달 현금(월세)을 선호하게 됐고, 세입자도 대출 금리가 5~6% 선까지 올라 전세대출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여기에 다주택자 매물 출회까지 작년부터 모든 정책이 월세화를 가속하는 방향으로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전세보증보험 한도 축소, 소유권이전 조건부전세대출 금지 등에 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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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문제는 이로 인해 전세 매물이 급격히 잠기고 월세화로 서민의 주거 안정이 더 불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오피스텔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1만5129건으로 1년 전 대비 거의 반 토막 났다(-47%). 월세도 38% 감소했다. 특히 성북구, 노원구, 관악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전세 물량 감소 폭은 1년 새 80~90%에 이른다. 현장에선 2020~21년 임대차 3법 시행으로 혼란이 컸던 ‘전세 대란’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월세값은 고공 행진 중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2주 연속 상승세다. 주요 단지 전세는 1년 새 1억~2억원씩 뛰었다. 오른 전셋값은 월세에 전가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 평균 가격은 지난달 151만5000원으로 역대 가장 높았다. 월세 거래 중 200만원 이상 고액 월세 비중도 2022년 11%에서 지난해 17%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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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실거주 정책 일변도에 현장은 ‘전세 절벽’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 대출 규제, 세제 강화 기조 등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인만 소장은 “문제는 속도”라며 “전·월세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 세제로 조이면 자금이 부족한 저소득층, 젊은 층이 가장 먼저 타격받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매물을 늘려 집값이 내려가면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중저가 지역 집값과 전세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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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세가 서민의 자산 형성을 돕고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과도한 전세대출이 집값을 올리고 전세 사기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며 “젊은 층에서 전세가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고, 거액을 부동산에 묶기보다 주식 투자 등으로 활용하는 인식 변화도 전세에서 월세로의 구조 전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다만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전·월세 공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가 관련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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