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장도 안 했는데 "스페이스X 편입"…'뻥튀기&…

본문

bt0d2e1118a6904ff9c21c7e9492b13b59.jpg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콘9 로켓에 실려 나사의 화물 우주선이 발사되고 있다. UPI=연합뉴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 상장이 다가오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간접 투자 방식을 ‘직접 편입’인 것처럼 부풀린 광고로 투자자들을 오인하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 6월 상장 예정인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최대 2조 달러(약 2944조원)로 추산된다. 독보적인 재사용 로켓 기술력과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의 수익 가시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세계 투자자의 관심을 받는 중이다.

스페이스X 상장 전인데…간접 투자 나선 ETF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날 각각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와 ‘TIGER 미국우주테크’ ETF를 신규 상장했다. 아직 상장 전이라 스페이스X를 직접 담을 수는 없지만, ‘상장 시 편입’이라는 전제로 우선 미국 우주산업 관련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두 상품에는 상장 첫날에만 각각 110억원, 320억원이 몰렸다.(시가총액 기준)

하지만 실제 구성 종목을 들여다보면 펀드명과 달리, 순수 우주 기업의 비중은 크지 않다.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의 경우 스페이스X 지분 3%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성통신 기업 에코스타 비중이 22.98%로 가장 높다. 이외에도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알파벳(구글)과 테슬라를 각각 4.45%·3.75%씩 편입했다. IPO 주관사 선정 가능성이 높은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1.88% 담았다.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을 통해 상장 전 프리미엄을 간접적으로 노리는 전략이다.

bt85a22783fc923cf873e2737a2e0f953b.jpg

차준홍 기자

이런 방식의 간접 투자는 실제 손익 구조를 투자자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나 ETF를 통해 간접 투자할 경우 투자자들이 실제 손익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일부 해외 ETF의 경우 자금 이탈로 인해 비중이 착시 현상처럼 높아진 사례도 있어 구조적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과장 광고도 논란이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달 26일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 스페이스X 편입 안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공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페이스X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방식이 아닌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미국 ETF ‘Baron First Principles’(RONB)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어 관련 수익률만 반영하는 구조를 구상했다. 운용자산 중 RONB에 투입하는 규모도 0.3%에 불과해 논란을 키웠다.

논란이 커지자 하나자산운용은 사과문을 내고 “‘편입’이라는 표현이 스페이스X 주식을 직접 보유한 것처럼 오인될 수 있었다”며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와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TRS 계약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허위·과장 광고 등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bt6dbf9e781c7630f922ee517240dc9181.jpg

하나자산운용이 과거 자사 블로그에 올린 '1Q 미국우주항공테크' 홍보 이미지. 사진 하나자산운용

예금만큼 안전? ETF 과장 광고 주의보

이 같은 ETF 경쟁의 이면에는 기록적인 증시 활황이 자리 잡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 기대감에 전 거래일보다 159.13포인트(2.74%) 오른 5967.75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6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는데, 이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달 초 이후 처음이다.

ETF 시장 규모가 300조원에 육박하면서 운용사 간 마케팅 경쟁이 점점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일부 운용사는 만기매칭형 채권 ETF를 홍보하며 “예금만큼 안전하다”거나 “1억원을 넣으면 월 150만원씩 따박따박 들어온다”는 식의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워 논란을 빚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달 신규 상장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를 홍보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편입 비중이 65%라고 부풀려 홍보했다가 50% 수준이라고 정정했다. 15% 비중으로 편입한 SK스퀘어가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까지 SK하이닉스 비중인 것처럼 홍보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테마형 ETF일수록 광고 문구보다 편입 종목과 운용 방식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주 산업의 성장성 자체는 분명하지만, 지금처럼 관련 상품이 한꺼번에 쏟아질 때는 테마의 화제성만 보고 접근해선 안 된다”며 “실제 어떤 기업이 얼마나 담기는지, 순수 우주 기업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수익 구조가 어떻게 설계됐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6,306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