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르 코르뷔지에, 로버트 롱고, 데이비드 호크니, 양혜규…이들 작품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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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 그룹 ‘아르케 II’의 공동 소장품과 각 회원의 소장품이 ‘미완의 지도’ 특별전에서 공개됐다. 양혜규의 설치(2016). [사진 헤레디움]

르 코르뷔지에, 로버트 롱고, 올라퍼 엘리아슨, 데이비드 호크니, 양혜규, 아니카 이, 최병소 등 국내외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이 한 공간에 나란히 전시됐다. 대전 인동 복합문화예술 공간 헤레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미술 특별전 ‘미완의 지도(Tracing the Unfinished)’. 14인의 미술품 컬렉터가 공동 소장한 작품을 보여주는 독특한 전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주체는 컬렉터 그룹 ‘아르케 II(ARCHE II)’로, 건설·증권·회계법인 대표와 병원장 등 14명이 2017년 결성한 모임이다. 현재 병원(한송이영상의학과의원)을 운영하는 한송이 원장이 이끌고 있다. 또 다른 멤버인 검사 출신 컬렉터 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은 이번 전시를 위해 헤레디움 공간을 제공했다. 헤레디움은 1922년 세워진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로, 황 회장은 이곳을 보수·복원해 2023년 문화예술 공간으로 개관했다. 이번 전시엔 이들의 공동 소장품 14점을 비롯해 각 멤버의 소장품 등 총 30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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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소의 설치 ‘무제 00911’(2009). [사진 헤레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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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의 드로잉 연작(1952). [사진 헤레디움]

황 회장은 “회원들은 각자 법인을 운영하며 미술품을 조금씩 수집해왔다. 그러나 그룹으로 수집하는 것은 미술에 더 깊이 다가간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14인의 회원은 해마다 일정 금액을 갹출해 공동 예산을 마련하고, 국내외 주요 아트페어가 열릴 때 후보 작품을 골라 의논하며 3~5점씩 매입해왔다. 한 원장은 “각자 개인으로 수집하다 보면 자칫 갤러리가 주도하는 대로 끌려가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공동 컬렉션은 집단 지성의 힘으로 보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미술 시장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에서 달랐다”고 말했다.

이들의 롤 모델은 세계 최초의 컬렉터 공동체 ‘곰가죽 클럽(La Peau de l’Ours)’이다. 1904년 프랑스 예술 애호가 앙드레 르벨이 신진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만든 ‘곰가죽 클럽’은 10년간 작품을 꾸준히 사들인 뒤 1914년 수집품 145점을 경매에 부쳐 대성공을 거뒀다. 이들의 컬렉션엔 피카소·마티스·고갱 등의 작품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신진 작가도 발굴하고 투자에도 성공한 컬렉션 그룹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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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암 칸의 수채화(2015). [사진 헤레디움]

‘아르케 II’도 이미 널리 알려진 예술가보다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위스 출신의 여성 미술가 미리암 칸, 영국 조각가 앤서니 카로, 캐나다 조각가 데이비드 알트메이드, 중국 미술가 허샹위, 독일 출신의 프랑스 미술가 앙스 아르퉁 등이 그들이다.

한 원장은 “이미 유명해진 작가의 작품을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파는 게 우리의 목표는 아니다”라며 “우리가 봐서 좋고, 뻔하지 않고, 앞으로 더 높게 인정받을 작품을 주로 골랐다”고 강조했다.

열네 명의 의견이 항상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황 회장은 “처음엔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을 사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회원과 토론을 벌인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결국 내가 설득돼 공동으로 작품을 구입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지금은 내가 그 누구보다 그 작품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공동 컬렉션은 수업료가 꽤 비싼 공부다. 이들이 이 방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원장은 “돈을 들이는 만큼 확실하게 배운다. 예술 작품은 아주 작더라도 직접 사보는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이해와 안목이 함께 자란다”며  “다양한 규모의 컬렉션 그룹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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