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월정사, 오대산의 선사들 ‘고승전 시리즈’로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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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1층에서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과 작가들이 『오대산의 고승』(민족사)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총 10권의 고승전 시리즈 중 세 권이 먼저 출간됐다. 대상이 된 고승은 자장 율사, 범일 국사, 나옹 선사다.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월정사는 신라 시대부터 지금까지, 1400년 수행 전통이 깃든 사찰이다. 불교 조계종에서 한 본사(本寺)가 자기 산문을 거쳐 간 고승들의 생애와 가르침을 시리즈로 출판해 체계화한 예는 지금껏 없었다. 월정사 측은 “오대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 수행이 축적되고, 사상이 형성되며, 문화가 스며든 공간”이라며 “이번 ‘고승전’ 작업은 오대산이라는 정신 공간의 계보를 세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이 오대산에 머물렀던 선사들의 생애를 다룬 '고승전' 시리즈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월정사
월정사의 이번 작업은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념 스님은 “오대산은 과거에 머무는 산이 아니라, 지금도 4개의 선원에서 100여 명의 선승이 치열하게 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살아 있는 공간”이라며 “역사 속 고승들의 생애와 가르침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고, 그 정신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야말로 지금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장 율사(590~658)는 신라 진골 귀족 출신이다. 선덕 여왕에게 경주 황룡사 9층 목탑의 건립을 건의한 인물이기도 하다.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종남산 등에서 수행했다. 설화에 따르면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 뒤 부처님의 가사와 발우, 그리고 진신사리를 전해 받았다고 한다. 신라로 귀국한 자장 율사는 통도사 금강계단에 진신사리를 봉안했다고 한다.
범일 국사(810~889)는 신라 말 구산선문 중에서 가장 세력이 컸던 사굴산문의 시조다. 범일 국사는 “부처의 뒤를 따르지도 말고, 남의 깨달음도 따르지 말라”며 자기 안에서 부처를 찾으라고 강조했다. 신라 왕실의 부름이 있었으나 “산승은 산에 있을 때 아름답다”며 끝까지 거절했다.

고려 말의 국사였던 나옹 선사는 당시 불교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조선 건국에 관여한 무학 대사의 스승이기도 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불교 선맥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중앙포토
나옹 선사(1320~76)는 고려말의 고승이자 공민왕의 왕사였다. 조선 건국에 깊이 관여한 무학 대사의 스승이기도 하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라는 유명한 선시도 남겼다.
자장 율사가 신라 불교의 틀을 잡았다면, 범일 국사는 선종의 씨앗을 뿌렸고, 나옹 선사는 선종의 정신을 이어받아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불교 대중화를 이끌었다.
‘자장 율사’를 집필한 김형중 작가는 출판사로부터 세 가지 원칙을 주문받았다고 했다. “쉽고 재미있되 소설은 아닐 것. 일대기 중심의 평전도 아닐 것. 자장 율사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책일 것.” 이런 책의 모델이 있느냐고 출판사에 물었더니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번 작업의 고충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정념 스님은 "오대산 선승들의 수행과 정신, 그리고 사상과 문화를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고자 '고승전' 기획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 월정사
『오대산의 고승』은 총 10권이며, 고승 8인의 생애를 다룬다. 자장ㆍ범일ㆍ나옹을 시작으로 신미 대사, 사명 대사, 한암 선사, 탄허 선사, 만화 선사까지 담는다. 2027년 상반기까지 출간을 마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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