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교황 갈등에 속터지는 美 공화당…중간선거 앞두고 악재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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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레오 14세 교황.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오 14세 교황 사이 갈등에 미국 공화당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악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핵심 지지 기반인 보수 가톨릭 유권자들마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교황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공화당에 새로운 부담을 안겼다”며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한 공화당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여러 돌발 악재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으로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내부의 분열을 초래했다. 마가는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해외 분쟁 불개입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상승하는 등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무당층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확산 중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이란 전쟁과 관련해 자신을 비판해온 교황을 향해 “정치인이 아닌 훌륭한 교황이 되는 데 집중하라”고 비난하며 새로운 논란이 추가됐다. 설상가상 본인을 예수로 묘사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트루스소셜에 게시했다가 삭제하며 파장은 더욱 커졌다. 민주당 진영은 물론이고 보수 가톨릭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잇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성한 종교자유위원회 위원인 로버트 배런 주교는 전날 공개 사과를 촉구하며 “교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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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1월 6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선 개표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유지하려면 보수 가톨릭 유권자들의 지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가톨릭 유권자들은 가톨릭 신자인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5%포인트 더 지지했지만 2024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20%포인트 차의 압도적 우위를 안겨줬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교황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으로 기울었던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교외 지역, 국경 지역의 가톨릭 유권자 지지를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 성향 미국 가톨릭 신자 단체 ‘가톨릭을 위한 가톨릭’의 존 옙 대표는 이날 NYT에 “가톨릭 신자들은 맹목적으로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논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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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AFP=연합뉴스

전임 교황과 달리 레오 14세가 보수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미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는 미국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84%의 호감도를 기록하며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오 14세의 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이민 정책 등을 두고 대립했으나 당시에는 보수 가톨릭 유권자들의 지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NYT는 “많은 보수 가톨릭 신자들은 프란치스코가 빈곤층과 이민자 문제를 강하게 옹호하면서 다른 의제들을 소홀히 했다고 느꼈다”며 “그런 이유로 백인 가톨릭 유권자들의 지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 교황을 비난한 것과 관련해 “사과할 게 없다. 그가 틀렸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도 “누군가 교황에게 이란이 지난 두 달 동안 무고한 시위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제발 알려주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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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거드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미국 부통령이 공공정책에 대해 발언할 때 신중해야 하는 것처럼 교황도 신학적 문제를 언급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교황이 X(옛 트위터)에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한편 레오 14세는 이날 교황청 발행 메시지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는 도덕적 가치에 뿌리를 둘 때만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런 토대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다수의 폭정, 경제와 기술 기득권층의 지배를 위한 허울 중 하나가 돼버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등 구체적인 대상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외신은 이날 교황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와 연계해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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