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현물 132달러인데 선물은 99달러…'오일쇼크 불감증' 부른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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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항에 정박 중인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흔히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올랐다”고 말한다. 그런데 국제유가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 하다면 어떨까. 주요 외신이 원유를 둘러싼 복잡한 거래 구조가 ‘오일 쇼크’ 경고등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최근 국제 원유 거래 시장에서 현물(現物·spot) 유가가 선물(先物·futures) 유가보다 월등히 높은 이례적인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실제 인도까지 10~30일을 앞둔 실물 ‘데이티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13일 기준 배럴당 132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날 기준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9달러 수준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아거스 미디어에 따르면 브렌트유 현물·실물 가격 그래프는 지난 2월 28일 미국이 이란을 처음 공습한 이후 악어 입처럼 벌어지기 시작했다. 게리 로스 블랙 골드 인베스터스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최근 원유 현물·선물 가격 차이가 역사적인 수준까지 벌어졌다”며 “이 정도 규모 원유 거래 시장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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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시장에서 원유 거래는 실물을 즉시 인도받는 현물과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넘겨받기로 약속하는 선물로 나뉜다. 보통 국제유가에서 언급하는 건 중동 두바이유, 브렌트유, 미 서부 텍사스유 등의 선물 거래다. 선물은 ▶거래 가격이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며 들쭉날쭉한 현물에 비해 신뢰할 만하고 ▶단순한 현재 수급뿐 아니라 외부 변수와 원유 생산 정책, 경기 전망까지 포함한 시장의 컨센서스(전망치 평균)가 반영돼 공식 지표로 쓴다.

가격 괴리가 커진 건 전쟁 이후 현물 원유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해지며 현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면 향후 유가 변동성이 너무 큰 탓에 거래자들이 선물 시장 참여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며 선물가는 하락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관련 언급을 할 때마다 선물 거래가 급증하며 리스크(위험)가 커졌다. 실제 트럼프가 소셜미디어(SNS)에 “이란과 생산적 협상 덕분에 공격을 연기한다”고 발표하기 약 15분 전후로 7억6000만 달러(약 1조1200억원) 규모 원유 선물 계약이 체결됐다.

쉽게 말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물리적인 원유 공급 부족에 직면하자 웃돈을 얹어서라도 물량부터 확보하려는 수요로 현물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종전에 대한 기대감, 정책 기대감, 투자 낙관론 등을 반영한 선물 가격은 그만큼 뛰지 않아 ‘착시’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WSJ은 “향후 원유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알고 싶다면 선물 시장이 아니라 호르무즈해협에서 실제 벌어지는 일을 주시하는 편이 더 낫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오일 쇼크는 생각보다 심각하다(The Oil Shock Is Worse Than You Think)’란 제목의 기사에서 가격 괴리의 위험성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근 며칠간 현물·선물 가격 차이는 지난 20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왜 차이가 이렇게까지 벌어졌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스터리”라고 보도했다.

현물은 이미 준(準) 오일 쇼크 상태인데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하 수준에 머무를 경우 오일 쇼크 위기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카스 드위베디 맥쿼리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는 NYT에 “선물 가격이 실제 원유 시장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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