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당신의 독서를 도와드릴게요”...책 같이 읽는 AI, 독서 문턱 낮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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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플라이북에서 한 도서관에 설치한 'AI 키오스크'의 모습. 질문을 선택하고 자신의 연령대와 취향, 관심 분야를 고르면 추천 도서와 도서가 비치된 장소 등 빌려볼 수 있는 정보가 나온다. 사진 플라이북
AI(인공지능)가 고른 책을 사고, AI의 도움을 받아 책을 읽는 시대가 왔다. 교보문고, 예스24 등 서점은 물론 도서관까지 책 추천 서비스에 뛰어들었고, 전자책 플랫폼을 중심으로 독서 중 생긴 질문에 답하는 AI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교보문교 어플에서 서비스 중인 '트렌드플러스(+)'. MD들의 추천을 학습한 AI의 실시간 추천을 볼 수 있다. 사진 교보문고 어플 캡처
AI는 ‘맞춤형 큐레이션’ 영역에 가장 활발히 쓰이고 있다. 교보문고는 지난달 MD(상품 기획자)들의 큐레이션을 학습해 도서를 추천하는 AI 서비스 ‘트렌드 플러스(+)’를 공개했다. 앱 하단의 탭을 누르면 최근 발표된 해외문학상, 화제를 모은 미디어 등 이슈를 반영해 책을 추천하는 페이지로 이어진다.
예스24는 지난해부터 AI와의 대화를 통해 책을 추천하는 챗봇 ‘크레마 AI’를 도입했다. ‘지치고 힘들 때 읽기 좋은 소설’ 등 이용자의 구체적인 상황을 챗봇에 입력하면 예스24에 축적된 도서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책을 제안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 플라이북에서 한 도서관에 설치한 'AI 키오스크'의 모습. 질문을 선택하고 자신의 연령대와 취향, 관심 분야를 고르면 추천 도서와 도서가 비치된 장소 등 빌려볼 수 있는 정보가 나온다. 사진 플라이북
독서 커뮤니티 앱을 통해 개인 맞춤형 도서 추천을 하는 스타트업 플라이북(Flybook)은 국내 도서관 약 250곳에 ‘AI 책 추천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키오스크에서 나이와 성별, 요즘의 기분, 관심사, 읽고 싶은 장르를 차례로 선택하면 탑재된 ‘AI 사서’가 도서관에 있는 책 중 추천 도서를 5권 정도 골라주는 방식이다.
김준현 플라이북 대표는 “사서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이전엔 인기도서, 신착도서 위주로 도서 대출이 이뤄졌다면, 키오스크 도입 이후 발견되지 못한 양서(良書)의 대출 비율이 확연히 높아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밀리의 서재에서 서비스 중인 'AI 독파밍' 활용 모습.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접속 후 '책에서 물고기는 어떤 존재인지' 물었다. 본문으로 읽어볼 수 있는 링크가 답변 중 하나로 나온다. 최혜리 기자
구독형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는 추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전자책 하단에 보이는 ‘AI와 함께 읽기’를 누르면 대화형 챗봇이 나타나 이용자의 질문에 답한다. 이를테면, 이용자가 룰루 밀러의 과학 책『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다 “책에서 물고기는 어떤 존재인지” 물으면 “물고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질서와 격자를 넘어선 삶의 은유로 볼 수 있다”면서 깊게 읽어볼 만한 본문을 추려 추천해준다.

밀리의 서재 'AI 독파밍' 안내 페이지. 유료 구독자는 책을 읽으며 총 100개의 질문을 할 수 있다.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 인문교양서, 취미실용서 등 비문학 위주로 서비스 중이다. 사진 밀리의서재 캡처
밀리의서재는 현재 2700권의 책에 이와 같은 ‘AI 독파밍’ 서비스를 도입했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독파밍의 경우) 경제경영서·자기계발서 등 비문학 도서의 이용자 활용도가 높은 편”이라며 “독서의 문턱을 낮추고, 더 깊은 독서경험을 할 수 있는 도구로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독서플랫폼 부커스는 지난해 AI 기술을 기반으로 ‘AI 저자와의 대화’ 기능을 선보였다. 도서의 내용을 수집·분석한 AI가 독자와 대화하는 형태의 챗봇 기술이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 15만명이 몰린 당시 도서전의 참여자는 대부분 2030세대 여성 독자였다. 연합뉴스
이러한 ‘AI 서비스’의 타깃 이용자는 ‘텍스트힙’ 열풍으로 대표되는 2030세대다. 밀리의서재에서 지난 1년간 ‘AI 독파밍’을 활용한 독자의 50%는 2030세대 여성이었다.
출판계에서는 이러한 AI 서비스가 ‘독서 메이트(mate)’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도서 본문을 활용해 책을 추천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깊은 층위의 AI 활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딸깍 출판’(간단한 클릭으로 노력 없이 출판물을 만든다는 뜻)이라는 속어가 생길 정도로 현재 출판사와 저자, 독자들의 AI 거부감은 큰 편이다. 이 때문에 독서 관련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들은 입을 모아 “도서 본문을 무단 학습하지 않는다”며 “공개된 책의 기본 정보와 독자 리뷰, 익명화된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선을 긋는다.
최근 ‘AI 독파밍’ 서비스에 도서 70종을 공급한 다산북스 김길한 본부장은 “책의 정보나 맥락을 빠르게 찾고 싶은 독자들 입장에서는 (본문을 학습하지 않은) 지금 수준의 AI 서비스도 충분히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독서의 본질은 텍스트를 해석하고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데 있기 때문에 AI가 통찰의 과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그 한계도 분명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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