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휴전 직후에도 레바논에 포탄 쐈다…궁지 몰린 네타냐후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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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미국의 중재로 휴전에 돌입했지만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살얼음판 상황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효 직전은 물론 직후에도 포격이 오간 데다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차가 팽팽하다는 점에서다. 이번 협정을 둘러싸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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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미국 워싱턴DC에서 휴전 및 헤즈볼라 무장해제 등을 두고 협상했다. 양측은 향후 직접 협상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휴전 문제는 결론 내지 못했다. 사진은 회의에 참석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가운데)과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주미 레바논 대사(오른쪽 둘째), 예키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왼쪽 둘째)의 모습. 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세계 10번째 전쟁 해결”

미 국무부가 16일 공개한 합의문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 기준 17일 오전 6시)부터 10일간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휴전에 들어갔다. 합의문 6개 조항에는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를 비롯한 비국가 무장단체의 모든 대(對)이스라엘 공격을 방지할 실질적 조치에 나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스라엘은 계획되고, 임박되며 진행 중인 공격에 대해 자위권을 보유한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휴전 기간 양국은 성실한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또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레바논이 주권 행사 능력을 효과적으로 보인다면 상호 합의에 따라 휴전이 연장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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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번 합의는 14일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주재로 열린 양국 간 직접 회담의 후속 조치다.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이 열린 건 1993년 이후 처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휴전 발표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전 세계 9건의 전쟁을 해결해 온 것은 나의 영광이었고 이것은 10번째가 될 것”이라며 “그러니 (평화를) 달성해보자”고 적었다.

"역사적 합의 기회"라지만…궁지 몰린 네타냐후의 양면 카드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휴전에 대해 “레바논과 역사적 합의를 만들 중대한 기회”라면서도 “헤즈볼라 해체라는 핵심 군사 목표는 계속 남아있다”고 밝혔다. "남부 레바논에 투입한 지상군 병력을 빼지 않고 시리아 접경까지 이어지는 광범위한 안보지대를 유지하겠다"면서다.

일각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 정치적 입지 때문에 다시 강경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휴전 발표 후 이스라엘 내에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스라엘 우파 야당에선 이번 휴전을 레바논 국경을 맞댄 북부 주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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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결렬된 12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지상전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이날 일제히 ″이스라엘군이 이란과의 전쟁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연합뉴스

부패 혐의로 3건의 형사재판에 기소돼 궁지에 몰린 상황도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의 불씨를 살려야 할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란 전쟁 등 전시 비상사태가 이어져야 재판이 계속 중단되기 때문이다.

레바논 정부의 거리두기…헤즈볼라는 적대감 여전

레바논 정부는 휴전 자체는 반기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자칫 이스라엘의 점령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16일 오전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는 시기상조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다. 악시오스는 아운 대통령 측근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토를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한 백악관이 추진 중인 미국·이스라엘·레바논 3자 대면에 아운 대통령이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휴전 협상의 주체가 아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적대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헤즈볼라에 대한 레바논 정부의 통제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헤즈볼라는 휴전 후 공식 입장에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토 안에 남아 있는 한 레바논과 그 국민에게는 저항할 권리가 있다”며 “어떤 휴전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안에서 자유롭게 군사행동을 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헤즈볼라 강경파의 핵심 인물인 후세인 하지 하산 의원은 "레바논 정부가 적국인 이스라엘과 직접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결정 자체가 심각한 역사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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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사이의 적대 행위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내 한 건물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폭발하고 있는 모습. REUTERS=연합뉴스

휴전 발효에도 이어진 포성…합의문 속 뇌관은 자위권 조항

전장 상황 역시 심상치 않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휴전 발효 시점을 불과 10분 앞둔 시점까지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국경 지대를 겨냥해 무력시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휴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이후에도 약 30분 동안 레바논 남부 접경 지역 일대에서 이스라엘군의 포격과 기관총 사격 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번 합의문에 이미 충돌의 뇌관이 포함돼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넓게 인정된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대표적이다. AP통신은 “이 문구 때문에 이스라엘은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언제든 자유로운 공격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온건하게 행동해달라" 트럼프의 당부…결국 10일짜리 숨 고르기

휴전의 위태로움은 트럼프 대통령이 헤즈볼라를 향해 희망 섞인 당부에 나선 데서도 드러난다. 그는 휴전이 발효된 지 약 2시간 30분 후 SNS에 “헤즈볼라가 중요한 시기에 온건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길 바란다”며 “그렇게 한다면 그들에겐 정말 멋진 순간이 될 것”이라고 올렸다. 적대세력에 과격한 언사로 엄포를 놓는 특유의 화법 대신 타이르는 듯한 태도로 변화를 시도한 게 이번 사안의 남다른 까다로움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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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남부에 투입된 이스라엘 공수부대원들. 사진 이스라엘군

결과적으로 해당 조치는 10일짜리 전술적 숨 고르기에 가까울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입장에선 이란과 협상에 집중할 여력을 확보하고, 레바논과 헤즈볼라는 누적된 피해를 수습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전직 미 당국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최근 이틀간 레바논 휴전을 강하게 밀어붙인 배경에 이란과의 합의 추진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헤즈볼라가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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