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군부, 외무장관에 경고 날렸다…‘호르무즈 재봉쇄’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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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군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에게 사실상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으며 정부와 군부 간 엇박자가 드러나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17일(현지시간) 엑스(X)를 통해 남은 휴전 기간 동안 상선에 한해 이란이 사전 조정한 항로를 따라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조정 항로’ 제한 조건이 붙었지만 이 발표 직후 국제 유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에 큰 파장이 일었다.
군부 즉각 반발…“혁명수비대 허가 받아야”
아라그치 장관의 발표에 이란군은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아라그치 장관이 글을 올린 직후 익명의 이란군 고위 관계자는 국영방송 등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적과 연관되지 않은 선박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엄격한 통제 조건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군부 성향 매체 총공세…“트럼프에 명분 줬다”
이란 강경 보수 진영과 군부 성향 매체들도 아라그치 장관의 발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엑스 게시물이 혼란을 불러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명분을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라그치 장관의 게시물 직후 “고맙다”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농축우라늄 문제까지 거론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관련 내용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외무장관의 예상치 못한 게시글과 뒤이은 트럼프의 초조한 허세가 동시에 터져 나와 이란 사회는 혼란의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비판했다.
메흐르 통신도 “외무장관의 글 이후 전쟁 승리를 선언하고 과시하려는 트럼프와 언론 간 접촉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트럼프는 심지어 전쟁이 한창일 때도 주장하지 않던 것들까지 자신의 공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가 가장 애를 먹었던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였다”며 “추가 설명이 빠진 외무장관의 글은 트럼프에게 ‘승리자’로 자처하며 승전고를 울릴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제공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란 외무부 진화 나섰지만 결국 재봉쇄
비판이 이어지자 이란 외무부는 해명에 나섰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결정에 대해 “외무부만의 결정이 아니라 이란의 의사결정 체계에 기반한 결정으로, 8일 발표(휴전합의)의 약속에 따른 것 ”이라며 “상대가 합의를 깨면 이란도 그에 상응하는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계열 매체들은 아라그치 장관의 게시글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관한 여론을 주도할 기회를 줬다고 비판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란 군부는 18일 미국의 해상봉쇄가 계속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란 정권 내부 분열 반영” 해석도
이처럼 정부와 군부의 엇갈린 메시지가 이어지면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 권력 핵심부에서 실제 균열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ISW는 “이란 정권 내부의 광범위한 분열을 반영한다”며 “이란 내 서로 다른 파벌이 협상안에 대해 입장이 매우 상이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과의 2차 협상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란이 의도적으로 강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협상에서 핵심 지렛대인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개방과 봉쇄를 오가며 국제 유가와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논란의 아라그치, 군부에 감사 메시지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선 아라그치 장관은 17일 오후 텔레그램 채널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 관련 글을 올린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다가, 18일 ‘이란군의 날’을 맞아 ‘친애하는 아미르 하타미 이란군 총사령관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군의 희생에 감사를 표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과 화물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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