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석 달 가까이 시달렸다…욕지도 1900명의 ‘가뭄 사투’ [이슈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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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저수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이후인 2월 3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의 욕지댐(욕지저수지) 모습. 사진 통영시
가뭄 시달린 그 섬…‘댐 채우기’ 사투 벌여
올해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 사는 섬 주민 1900여명은 석 달 가까이 식수난에 시달렸다. 비 소식이 뚝 끊긴 지난 1월부터 이 섬의 유일한 식수원인 욕지댐(욕지저수지)이 마르기 시작해서다. 뭍에서 30㎞ 이상 떨어진 이 섬은 상수관 연결이 안 됐다. 댐 바닥을 드러내는 최악의 상황을 늦추려, 통영시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 당국은 댐에 물을 채우느라 바빴다. 섬 곳곳에 파 놓은 관정에서 지하수를 퍼 올리고, 정수장 세척수도 재사용했다. 이렇게 하루 100t씩 댐에 물을 채웠다. 급수선도 4차례 띄워, 한 번에 200t씩 물을 보냈다.
생활용수 공급량도 줄였다. 지난해 하루 평균 1000t씩 공급했지만 점차 양을 줄였다. 종국엔 하루 공급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인 566t까지 줄였다. 덕분에 가뭄 단계가 ‘관심(댐 저수율 40% 이하)’에서 ‘주의(30% 이하)’로 높아진 지난달 17일에도 제한급수 조치는 격일제가 아닌 시간제(5시간→4시간 공급)에 그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섬 주민과 방문객의 목을 축일 병물(0.3~1.8L)만 2만5000병이 전달됐다. 이번 달 초 단비가 쏟아지기 전까지 욕지도에서 벌어진 가뭄과의 사투다.
한국수자원공사와 경남 통영시 직원들이 지난 3월 11일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고 있는 통영 욕지도에 1.8L 병물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 통영시
4월 초까지도 댐 수위↓…단비 덕에 위기 모면
겨울 가뭄으로 생활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통영 욕지도는 최근 집중호우로 급한 불을 껐다. 17일 통영시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욕지도에 있는 욕지댐 저수율은 평시 수준인 48%(수위 6.25m)까지 회복했다. 지난 1월 20일 30% 이하(4.5m 이하)로 떨어진 지 85일 만이다. 직전 통영의 3개월(11~1월) 누적강수량은 41.8㎜로 평년 113.2㎜ 대비 약 37% 수준에 그치면서 댐 수위가 계속 낮아졌다.
댐 저수율이 회복되기 12일 전인 지난 3일까지도 저수율은 28.6%(4.36m)에 불과했다. 곧이어 쏟아진 봄비가 댐을 채웠다. 기상청 기상자료통계포털을 보면 지난 4일과 9일 통영에는 각각 49.7㎜, 75.5㎜의 비가 내렸다. 통영시 관계자는 “수위가 한 번에 2m 가까이 회복됐다”고 전했다.
욕지도 가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갈수기 때마다 욕지댐이 마를까 주민들은 노심초사한다. 가뭄이 심했던 2022년 3월엔 주민들이 섬에서 가장 높은 천왕산(높이 393.5m) 꼭대기에 올라 제사상을 차리고 기우제까지 올렸다. 당시 댐 저수율이 10%대로 뚝 떨어지자, 섬 주민들은 비상용 소방용수까지 끌어다 썼지만 해갈되지 않았다.

2022년 3월 경남 통영 욕지면 욕지도의 천왕산 정상에서 섬 주민들이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사진 통영시
물그릇 2배 키웠지만…줄 곳은 많고 누수도 심해
이 때문에 물그릇도 키웠다. 2023년 12월 욕지댐을 증설, 저수용량을 9만4300t에서 18만1600t으로 2배 늘렸다. 가뭄 상황이 과거보단 나아졌지만, 식수난을 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댐 용량이 늘어난 만큼, 급수 지역도 기존 10개 마을에서 25개 마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욕지도의 19개 마을과 해저 관로를 통해 주변 4개 부속섬(연화도·우도·상노대도·하노대도) 6개 마을에도 생활용수를 공급 중이다.
계속된 가뭄 탓에 정부는 욕지댐에 물을 채워 넣을 또 다른 물그릇도 준비 중이다. 약 62억원을 들여오는 2027년 완공할 계획인 지하저류댐이다. 길이 232m, 높이 1~8m인 지하차수벽을 설치, 땅 아래에 흐르는 지하수를 모아 하루 260t씩 댐에 공급할 예정이다. 애써 모은 물이 정수장을 거쳐 각 가정에 공급되는 과정에서 누수되지 않게 20년 이상 된 노후상수관 7.3㎞을 정비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73억원을 투입해 2031년까지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실제 욕지도는 상수도의 핵심지표인 유수율이 60%로, 통영시 평균인 80%보다 낮다. 유수율은 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이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도달해 요금으로 받는 비율이다. 유수율이 높으면 이송 과정에서 누수 등으로 사라지는 수돗물이 적다는 뜻이다.
지난 15일 평시 저수율을 회복한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 있는 욕지댐(욕지저수지) 모습. 사진 통영시
비 안 오면 그릇 못 채워…통영시 “해수 담수화 계획 수립 중”
물그릇을 키워도 그릇을 채울 비가 내리지 않으면 식수난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통영시는 중장기 대책으로 해수 담수화 시설 설치 계획을 수립 중이다. 시 관계자는 “정부에 지속해서 건의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통영 욕지도와 비슷한 시기 가뭄이 덮친 전남 완도군 넙도의 경우, 해수 담수화 시설을 가동하는 등 대체 수원을 확보하면서 지난달 17일 가뭄 ‘관심’ 단계가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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