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태호, “유일한의 모든 삶이 드라마…언제까지 이순신에 빚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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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절대적 불확실성’을 마주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웹툰 ‘NEW 일한’ 그린 윤태호 인터뷰
웹툰 ‘NEW 일한’을 그린 윤태호가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 1층에 있는 ‘유일한 기념관’에서 유일한 박사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유한양행
웹툰 ‘NEW 일한’의 등장하는 대사 한 대목이다. ‘한 소년’은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1895~1971) 박사다. 웹툰 제목은 유일한의 영문 이름(Ilhan New) 이다.
‘미생’‘이끼’ 등으로 이름난 웹툰 작가 윤태호(56)가 그렸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 정도로 알고 있던 유일한을 소재로 윤태호가 웹툰을 그린 건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의 제안이 계기였다.
작업을 결심한 건 유일한의 극적인 삶의 궤적을 본 후. 유일한은 9살에 미국 유학을 떠나 자수성가한 뒤 조국에 돌아와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는 고국의 동포를 돕기 위해 유한양행을 설립했다. 독립을 위한 특수 작전에 자원하기도 했다. 해방 후에는 교육·자선사업을 이어가고 회사와 재산을 가족에게 물려주는 대신 사회에 환원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웹툰 ‘NEW 일한’을 그린 윤태호. 사진 유한양행
지난 15일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에서 만난 윤태호는 유일한의 삶을 두고 “거의 모든 장면이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교육을 받고, 50세에 독립운동에 참여하며 이후 기업가로서 새로운 가치를 실천한 과정까지 그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자 딜레마의 연속이었다”라고 말했다.
윤태호는 이런 유일한의 이력 너머를 그리려 했다. 그는 “유일한은 당시는 물론 지금으로 봐도 ‘찐 엘리트’인 만큼, 마음만 먹으면 최상류층의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어릴 때 나라가 아예 없어졌는데, 어떻게 애국심이라는 것이 그의 평생을 지배할 수 있었는가가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일한의 전기를 보면서 ‘왜 영웅을 멀리서 찾아야 할까, 언제까지 이순신에게 빚을 져야 할까’라는 생각도 했다”라며 “현재와 가까운 근현대에도 충분히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인물들이 있고, 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제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자료를 검토하면서 ‘지옥문에 들어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게 가장 큰 난관이었다. 유일한이 직접 남긴 기록은 거의 없고 남아 있는 전기 등의 자료는 주변인들의 증언에 의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심 끝에 그는 작품의 형식을 ‘콘텐트 제작사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정했다. 유일한의 생애를 다루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콘텐트 제작사가 투자를 이끌어 내는 과정을 그렸다. 윤태호는 “나와 마찬가지로 유일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라며 “잘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 시대의 영웅을 피상적으로 알 수밖에 없는 입장으로 그려내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웹툰 ‘NEW 일한’. 사진 유한양행
지난 달 1일 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를 시작한 ‘NEW 일한’은 지난 18일 8화로 연재를 마무리했다. 평점 10점 만점에 9.9점을 기록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일한이) 원래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인물이었다”라는 댓글도 달렸다.
윤태호는 “요즘 젊은이들이 불확실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유일한이 살았던 시기만한 불확실성의 시대는 없을 것”이라며 “그런 불확실한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경영한 사람이 유일한이다. 이점이 많은 사람에게 보였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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