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석기시대 88분 남기고…트럼프 협상 이끈 ‘파키스탄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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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란의 ‘2주 휴전’을 처음 공개 제안한 건 ‘중재자’ 셰바즈 샤리프(75) 파키스탄 총리였다. 샤리프 총리는 “이란을 석기시대로 만들” 미국의 군사작전 개시를 앞둔 8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모든 교전 당사자가 2주 동안 전면적인 휴전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그(샤리프)를 아주 잘 안다.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결과는 휴전 승낙. 이란도 동의했다.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폭발을 불과 88분 남기고 멈췄다. 샤리프는 지난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첫 종전 협상에도 중재자로 나섰고, 협상이 깨진 후에도 부지런히 양측을 오가며 2차 협상을 설득하고 있다.

샤리프가 이번 전쟁의 ‘중재자’가 된 것은 ‘친미 시아파 국가’라는 파키스탄의 지정학적 특징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권력 엘리트’의 궤적을 걸어온 그는 자신에게 닥친 여러 정치적 위기를 타협과 줄타기로 극복해 온 실용주의자이자 타고난 중재자다.

샤리프 총리는 파키스탄 철강 대기업 이테파크가 가문 출신이다. 형 나와즈 샤리프는 세 차례 파키스탄 총리를 지낸 권력 실세다. 라호르 관립대를 졸업한 뒤 이테파크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던 그는 1988년 펀자브주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1997년 펀자브주 총리에 당선됐다.

그는 ‘형제 정치인’에 머물지 않았다. 펀자브에서 대형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성과 중심 행정가’ 이미지를 쌓았다. 불도저 업무 스타일이 흔히 그렇듯, 권위주의적이란 평가도 따라붙었다.

1999년에는 위기를 맞는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이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하며 형이 실각했고, 그도 가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해야했다.

무샤라프 정권의 힘이 빠진 2007년 귀국해 다시 펀자브주 총리에 오른 그는 전용 차로, 선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라호르 메트로 버스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다시 한번 행정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기업가 출신으로 서울시장을 지내며 청계천 복원, 버스 환승 시스템을 도입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로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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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의 한 TV방송에서 회담 중인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의회 의장(왼쪽부터)의 모습을 방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평소 군부 등과의 관계를 착실히 다져 놓았던 그는 2017년 형이 ‘파나마 페이퍼스’(해외 조세회피처를 통한 재산 은닉, 탈세) 사건으로 권력을 잃자 대안으로 떠올랐다. 샤리프는 임란 칸 총리 시절인 2018년부터 야당인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 총재를 지내다 2022년 총리에 오른다.

총리 집권 후의 행보 역시 실용주의, 혹은 줄타기의 연속이었다. 경제면에선 보조금 축소, 증세, 에너지 가격 인상 등 긴축을 추진했다. 외교면에선 미국과 관계 복원을 추진했다. 지난해 9월엔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면담했다. 이후 트럼프를 “평화의 메신저”라고 치켜세우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중국과의 관계도 끈끈하게 유지했다. 중국 측은 경제 협력 프로젝트에서 그의 빠른 의사결정에 감탄하며 “셰바즈 스피드”라고 치켜세웠다. 사우디와는 지난해 9월 상호방위협정을 맺었다. 이란과도 협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샤리프의 옆자리를 지키는 아심 무니르(58) 파키스탄군 총사령관도 중재자로서 가장 든든한 우군이다. 파키스탄 군 서열 1위인 무니르 총사령관은 특히 트럼프와 가깝다. 트럼프는 무니르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전 원수(元帥)”라고 치켜세운다.

19일 현재 파키스탄은 자국에서 곧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이란 2차 종전 회담 준비를 위해 이슬라마바드 공항 주변을 봉쇄하고 1만 명의 경찰병력을 시내에 배치하는 등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고 한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샤리프 총리와 무니르 총사령관이 과연 이번엔 세계를 환호하게 할 종전 선언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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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석기시대 88분 남기고…트럼프 협상 이끈 ‘파키스탄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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