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백마탄 왕자 아닌 ‘집돌이 너드남’ 등장…확 바뀐 요즘 드라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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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세포들’시즌3 신순록(김재원). [사진 티빙]

밖에선 ‘저전력 모드’, 집에선 ‘풀 충전’.

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하며 바나나 우유를 마시고, 잠들기 전엔 차분히 독서를 한다. 좋아하는 만두와 붕어빵, 베이커리 취향도 확고하다. 집에서 자신을 돌보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바깥에선 ‘저전력 모드’로 에너지를 아끼며 차분히 일한다. 여성 직장인의 일상이 아니다. 13일 방영하기 시작한 tvN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3 남자 주인공 신순록(김재원) 얘기다.

누적 조회수 35억뷰를 기록하며 1030 여성에게 인기를 끈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만큼, 순록의 팬층도 두텁다. 드라마 속 순록의 모습이 담긴 시즌3 예고편 영상은 지난 7일 공개돼 유튜브에서 70만회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드디어 유미 남편 나왔다!”“순록이만 기다렸다” 등의 댓글도 500건 이상 달렸다. 시즌3는 1회 공개된 직후 티빙 유료가입 기여자 수 1위에 올랐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능력과 재력이 출중한 ‘테토남’(남성성이 강한 남성) 캐릭터가 과거 로맨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었다면,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백마 탄 왕자’‘재벌 3세 실장님’ 대신 평범한 배경에 약간의 판타지를 덧입힌,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가 많아졌다.

두 번의 이별을 겪은 유미가 정착하는 순록이는 차분한 성격의 출판사 편집자다. 요즘 여성들의 이상형이라는 ‘집돌이 너드남’, 즉 ‘무해한 남성’에 해당한다. 잦은 술자리로 꽉 찬 사회생활보다는 집-회사-헬스장을 오가며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한다. 적극적인 애정 공세로 많은 연애 경험을 하기 보다는 차분히 한 여자만 바라볼 것 같은 인상이다. 남녀 갈등이 심화되고, 이별을 통보했다가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사건 사고가 잇달아 터지며 ‘안전 이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세태를 반영한 걸까.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로맨스물의 주소비층인 여성 대부분이 직장인이거나 사회생활을 경험하면서, ‘현실 속 판타지’가 남자 주인공의 덕목으로 꼽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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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남친’ 박경남(서인국). [사진 넷플릭스]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비영어 쇼 부문 글로벌 1위(47개국 1위)에 오른 ‘월간남친’도 마찬가지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사는 웹툰 PD 미래(지수)는 우연히 가상현실 연애 서비스 ‘월간남친’을 접하고 현실에 없는 킹카들과의 연애를 경험한다. 그러나 미래의 선택은 로맨틱한 구석이라곤 없는, 때론 까칠하고 얄밉기까지 한 회사 동료 박경남(서인국). 무뚝뚝한 겉모습과 달리 미술을 전공해 섬세한 취향을 가졌다는 점도 미래의 마음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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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은호(구교환). [사진 쇼박스]

올 초 예상 밖 흥행을 거둔 영화 ‘만약에 우리’도 20대 청춘의 순수하지만 현실적인 연애를 그렸다. 남자 주인공 은호(구교환)는 정원(문가영)과 팍팍한 서울살이를 함께 견디며 게임 개발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키운다. 둘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정원과 헤어지지만 10년 뒤에도 “만약에 우리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지” 곱씹는다.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20대 은호는 지금도 대학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이다. 그는 큰 성공을 거둔 뒤에도 첫사랑에 대한 순애보를 간직하고 있다.

‘월간남친’과 ‘만약에 우리’ 속 남자 주인공은 각각 여자 주인공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는 공통점도 있다. 사내 경쟁자 박경남은 매너리즘에 빠진 미래를 자극하고, 은호는 정원과 어려운 시절을 함께하며 각자의 꿈을 응원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통해 신분상승을 한다는 과거 로맨스물과의 큰 차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판타지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청률 10%를 돌파한 ‘21세기 대군부인’(MBC)의 이안대군(변우석)은 여자 주인공 성희주(아이유)의 신분을 상승시키는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이다. 국정과 사냥에 몰두하며 남성적 매력을 뽐내지만 성희주에게만은 약점을 드러내는 외로운 왕족이다. 그러나 성희주도 신데렐라만은 아니다. 사업 운영 능력이 뛰어난 재벌에, 이안대군에게 적극적으로 청혼하는 목표 지향적인 인물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로맨스에 빠질 수 없는 판타지적 요소를 여주인공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 지위와 능력·외모를 겸비하거나 남녀의 성역할을 전복해 전형성을 탈피하려는 시도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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