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나포에 격앙된 이란…강경파 득세 속 호르무즈 통제법 곧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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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선박 나포에 맞서 드론으로 미 군함을 타격하는 등 군사적 공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가운데 호르무즈해협을 이란이 관리한다는 내용의 해협통제법도 곧 시행할 예정이다.
이란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사령부는 20일(현지시간) 대변인을 통해 자국 선박을 나포한 미국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미 군함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고 타스님 등 이란 매체들이 전했다. 다만 미군은 이란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중앙사령부는 “오만만에서 미국이 이란 상선을 향해 발포해 휴전을 위반하고 해상 해적 행위를 자행했다”며 보복을 다짐한 바 있다. 전날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도 X(옛 트위터)에 영어로 올린 글에서 “미국의 봉쇄는 협정 위반이자 불법적이고 범죄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나포를 맹비난한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X(옛 트위터) 글. 사진 X 캡처
이번 긴장의 직접적 계기는 19일 오만만 인근 호르무즈해협에서 벌어진 이란 선박 나포 사건이다. 미군은 이란 국적 컨테이너선 ‘투스카(Touska)’를 나포했다고 밝혔다.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트래픽과 베슬파인더에 따르면 길이 약 294.1m 규모의 이 선박은 말레이시아 포트클랑을 출항해 이란 반다르아바스로 향하던 중이었다. 미군은 약 6시간 동안 해당 선박이 봉쇄를 위반했다며 반복적으로 경고한 뒤, 구축함의 5인치 MK-45 함포로 기관실을 타격해 추진력을 무력화했다. 이후 병력을 투입해 선박에 승선했으며 현재까지 미군이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해협에서는 이미 봉쇄와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란이 18일 해협을 다시 봉쇄한 뒤 상업용 선박에 대한 공격이 최소 2~3건 발생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도 유조선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속정 두 척으로부터 사격을 받았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봉쇄 이후 배 23척이 미군 지시에 따라 회항했다.
미 중부사령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이란 컨테이너선 투스카 나포 현장. 사진 미 중부사령부
해협 통제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이란의 전략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RGC 출신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고위 의원은 19일 BBC에 “호르무즈 통제권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이 통행 권한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제1부통령도 X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는 공짜가 아니다”라며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한하면서 다른 나라의 안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해협 통행을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는 법안의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다고 파르스통신이 19일 전했다. 법안에는 이스라엘 관련 선박의 통과 금지와 적대국 선박 제한, 전쟁 피해 보상 요구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앞서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제재 강화에 대응해 해협을 ‘주권적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최근에는 선박 한 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 부과 가능성과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방식까지 거론됐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구상을 제도화해 해협 통제를 장기적인 협상 카드로 고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엔켈랍 광장에서 알리레자 탕시리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 사령관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란 국민들. EPA=연합뉴스
이란 내부에서는 강경파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강경 진영에선 1차 협상 대표였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을 “배신자”라고 비판하며 쿠데타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이란인터내셔널이 보도했다. 이는 갈리바프가 최근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간접 협상을 옹호하며 협상을 “전장의 연장”이라고 규정한 데 따른 반발이다. 그는 외교를 군사적 성과를 정치적 결과로 연결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하며 “전장과 협상 테이블은 다르지 않다”, “국민의 권리를 위해 생명과 명예를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휴전 기간 이란은 군사·경제적 재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지드 무사비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은 19일 이란 매체 누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휴전 기간에도 미사일과 드론 비축 보충 속도가 전쟁 이전보다 더 빠르다”고 밝혔다. 동시에 정부는 전쟁으로 훼손된 국유 건물을 매각하거나 교환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등 재정 확보 조치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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