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UAE, 美 향해 “달러 안전판 제공해달라”…중동, 외환 방어 급한 불 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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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이 에너지 시장을 넘어 금융 시장을 흔들자 중동 국가들이 달러 안전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걸프의 금융허브 국가까지 나서 미국과 통화스와프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이례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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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현지시간)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의 석유 시설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UAE, 美 책임론에 달러 위상 하락 가능성까지 꺼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칼레드 모하메드 발라마 UAE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주 워싱턴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연준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리들과 만나 통화스와프 라인 구상을 꺼냈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공식 요청 단계가 아닌 예비적·예방적 논의라는 입장이지만 UAE는 전쟁 여파가 길어지면 달러 부족을 메울 구명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미 측에 밝혔다고 한다.

UAE가 미국에 사실상의 책임론도 펼쳤다고 WSJ는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UAE 측은 미 당국자들에게 “이란을 공격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었다”며 “그 결정이 UAE를 파괴적 분쟁에 끌어들였다”고 강조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판매가 차질을 빚으면서 UAE의 달러 수입 기반이 흔들리고 석유·가스 인프라 피해와 투자심리 악화 우려가 겹쳤다고 WSJ는 설명했다.

UAE는 달러 패권을 겨냥한 경고로도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달러가 부족해질 경우 위안화나 다른 통화로 원유 판매와 거래 결제를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석유 결제를 독점하며 기축통화 지위를 확고히 해 온 달러 위상에 위협을 시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준 스와프의 좁은 문…UAE는 기준 밖

문제는 UAE가 연준의 스와프 기준에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연준은 통화 스와프를 미국 경제로 파급될 수 있는 심각한 위기를 완화하는 경우에만 엄격히 허용하고 있다. 현재 상시 스와프 대상은 영국·캐나다·일본·스위스·유럽중앙은행(ECB) 등 5개 기관에 불과하다. WSJ는 “기존 스와프 체결 국가들에 비해 UAE는 미국 시장과 연계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다만 WSJ는 미 재무부가 환율안정기금(ESF)을 통해 UAE에 대안적 스와프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ESF는 의회 승인 없이 재무장관 판단으로 외국 통화를 사들일 수 있는 사실상 재무부의 독자적 외환 지원 수단이다. 최근 사례인 아르헨티나의 경우 미국은 200억 달러(약 29조2000억원) 규모 페소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환율 방어를 지원한 적이 있다.

걸프 전역 달러 확보 경쟁…사모 방식으로만 100억 달러

외부 자금줄에 목말라 하는 곳은 UAE만이 아니다. 바레인 중앙은행과 UAE 중앙은행은 이달 약 50억 달러(약 7조3000억원) 규모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며 “양국은 이 협정이 금융·통화 협력을 확대하고 금융안정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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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과 맞닿은 UAE 푸자이라 해상에 지난 2월 25일 화물선과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AFP=연합뉴스

사모 방식의 달러 조달도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들어 걸프 국가들은 약 100억 달러 규모 달러를 사모 방식으로 끌어왔다.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호국 중 하나인 아부다비는 45억 달러(약 6조6000억원), 카타르는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 쿠웨이트는 20억 달러(약 2조9000억원)를 확보했다. 해당 방식은 일부 대형 투자자에게 비공개로 직접 채권을 팔아 공모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 신속한 유동성 확보가 그만큼 우선시됐다는 의미다.

외화 불안감은 걸프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번지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5일 “최소 12개국이 전쟁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새 대출 프로그램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신규 자금 수요가 200억~500억 달러(약 29조2000억원~73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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