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상선 공격 vs 美군함 타격…협상 앞둔 호르무즈 다시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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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오전 SNS에 "협상단이 파키스탄으로 출발했다"고 밝히며 2차 협상 재개를 공식화한 뒤, 이날 오후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던 이란 국적 상선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의 봉쇄선을 뚫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려던 이란 국적의 화물선에 함포 사격을 가해 나포했다고 밝혔다. 그 직후 미국에 대한 즉각적 보복 공격을 예고한 이란 군부는 무인항공기를 동원해 미군 군함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맞대응했다.

휴전 종료를 이틀 앞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단을 지난 11~12일 1차 협상이 열렸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보내 2차 협상을 재개할 뜻을 공식화했지만, 호르무즈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기관실에 구멍 냈다”…첫 봉쇄 대응 공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SNS)에 “길이 900피트(약 275m)로 항공모함만큼 무게가 나가는 ‘투스카’라는 이름의 이란 화물선이 해상봉쇄를 뚫으려 했다”며 “우리 해군 군함이 (투스카호의) 기관실에 구멍을 내 멈추게 했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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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영상에 미 해군 구축함 스프루언스호(DDG 111)가 이란 국적의 화물선 투스카호를 차단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미군은 이날 투스카호에 함포 사격을 가한 뒤 선박을 해상에서 나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이어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프루언스가 오만만에서 투스카를 가로막고 정지하라는 정당한 경고를 했지만 이란 선원들이 응하지 않았다”며 “지금 미 해병대가 그 선박을 잡고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미군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대한 전면적 해상봉쇄 작전을 시작한 이후 이란 상선에 실제 공격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발표 7시간 전인 이날 오전만 해도 “나의 대표단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고 있다. 그들은 협상을 위해 내일(20일) 저녁 그곳에 있을 것”이라며 협상 재개를 기정사실화 했다.

‘공격 영상’ 공개…주일미군 투입된 듯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선박을 향해 함포를 발사한 영상까지 공개했다. 공개된 30초짜리 영상엔 미군이 컨테이너 등을 싣고 항해 중인 투스카호를 향해 경고 방송을 보낸 뒤 최소한 3차례 함포 사격이 이뤄지는 장면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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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X계정을 통해 호르무즈해협 상공을 비행하는 아파치 헬기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리고 19일엔 이란 국적 선박에 대한 함포 사격을 가한 뒤 선박을 해상에서 나포했다. AFP=연합뉴스

중부사령부는 “투스카호가 미군의 봉쇄를 위반하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6시간 동안 따르지 않았다”며 “미군이 기관실 소개(疏開)를 명령한 뒤 구경 5인치(127㎜)의 MK45 함포 여러 발을 쏴 추진장치를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어 “31해병원정대가 투스카호를 장악한 뒤 투스카호를 억류했다”고 덧붙였다. 31해병원정대는 주일미군에 배치돼 있던 병력이다. 주일미군 일부가 이미 중동으로 이동해 이란 봉쇄작전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해당 병력이 실제 투스카호에 투입되는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협상 발표 직후 ‘공격 명령’…최대 압박 의도

미군이 이날 함포 공격을 가하기까지 걸린 6시간을 감안하면 이란 선박에 대한 사격 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협상 재개를 공식화한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공격과 관련 오는 21일 종료되는 휴전 종료 시점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압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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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실제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해상봉쇄 개시 이후 25척의 상선에 회항 또는 이란 항구로의 복귀를 지시했지만, 봉쇄선을 돌파하려던 선박을 공격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날 공격이 군의 독자적 결정 권한을 넘어선 백악관의 결정일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지난 17일 이뤄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합의에 맞춰 호르무즈해협을 재개방했지만, 미국의 대이란 봉쇄가 해제되지 않자 재개방 하루 만에 해협에 대한 재봉쇄를 결정했다. 미국과의 재협상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를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자 이날 오전 SNS에 “20일 저녁 협상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더 이상 ‘착한 사람 행세’를 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주 공정하고 합리적 제안을 했고 그들이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며 “그러지 않으면 미국은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교량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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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네바다와 애리조나주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무인기 공격 맞대응…미국측 반응 없어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 전략에 이란은 맞대응을 택했다. 이란의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군이 무인항공기(UAV)를 이용해 미군 군함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하탐 알안비야 이란 중앙사령부 대변인은 통신에 “미군 군함에 대한 타격은 선박 나포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해적행위와 공격이 지속될 경우 이에 대한 군사적 대응도 계속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미군 함정을 공격했다는 이란의 주장이 실제 이뤄졌는지, 아니면 이란 자국내 여론을 감안한 정치용 선전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군 역시 이란의 군함 타격 주장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불참한다던 밴스 투입…유가 급등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BC·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가 이슬라마바드로 갈 것이고, (사위)재러드 쿠슈너도 화요일(21일) 협상에 관여할 것”이라면서도 1차 협상을 이끌었던 JD밴스 부통령은 “보안상의 이유”로 불참한다고 밝혔다. 최고위 인사가 불참할 경우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의사 결정권에 한계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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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이란과의 1차 협상에 앞서 파키스탄 총리를 접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밴스 부통령의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의 파르스 통신은 “2차 협상 참석 여부를 결론내지 않았고, 대체적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다”며 “밴스가 나오지 않으면 갈리바프(이란 의회의장 겸 1차 협상단 대표) 등 최고위급은 협상단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백악관 관계자는 “밴스 부통령이 2차 협상을 위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정했다.

협상에 대한 이란의 분명한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에 대해)괜찮게 느끼고 있고, 합의의 기본틀이 잡혔다”며 “(협상을)완료할 가능성을 매우 크게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이 요구하는 사실상의 영구적 핵포기를 거부하며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고집하고 있어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합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협상을 앞두고 이뤄진 이란 상선에 대한 공격으로 무력 공격 재개 우려가 확대되면서 국제유가는 일제히 급등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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