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리로 가른 승부, 마음으로 넣은 골…전북맹아학교, 전국 첫 학생 쇼다운대회 '초대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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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전국장애학생 쇼다운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전북맹아학교 선수단. 왼쪽부터 임이삭(고3·남자부 2위)·송영조(고3·남자부 1위)·조유나(고1·여자부 1위)·한재경(고1·여자부 2위) 선수와 박성준 체육교사. 사진 전북맹아학교
‘제1회 전국장애학생 쇼다운대회’ 종합우승
눈을 가린 채 오직 귀와 집중력, 공간 감각으로 승부하는 스포츠, ‘쇼다운’. 국내 첫 전국 단위 시각장애학생 쇼다운대회에서 전북맹아학교가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전북맹아학교는 “지난 16~17일 서울청소년국제센터에서 열린 ‘제1회 전국장애학생 쇼다운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고 20일 밝혔다. 한국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대한장애인쇼다운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한 이번 대회엔 서울맹학교·한빛맹학교·전북맹아학교 남녀 학생 14명이 참가했다.
익산에 있는 전북맹아학교는 남녀 개인전에서 모두 1·2위를 차지하고, 혼성 단체전까지 우승하며 사실상 전 종목을 석권했다. 수도권 강호들을 제치고 이룬 성과다. 중증 시각장애인인 송영조(18·고3)군과 조유나(16·고1)양이 각각 남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학교 임이삭(18·고3·시각장애 경증)군과 한재경(16·고1·시각장애 경증)양은 나란히 남녀 준우승을 차지했다.

'제1회 전국장애학생 쇼다운대회' 남자 개인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전북맹아학교 임이삭(18·고3·시각장애 경증)군의 경기 모습. 사진 전북맹아학교
1977년 캐나다 시각장애인 고안…국내 2011년 도입
쇼다운(Showdown)은 1977년 캐나다인 전맹(全盲) 시각장애인 조 루이스와 패트릭 요크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고안한 스포츠다. 탁구와 비슷해 보이지만, 단단하고 매끄러운 재질의 지름 6㎝ 공 안에 작은 쇠구슬이 들어 있어 소리가 난다. 선수는 공이 굴러가는 소리를 듣고 공의 위치를 파악한다. 안대와 장갑, 보호안경을 착용한 뒤 길이 30㎝ 나무 배트로 공을 쳐 테이블 벽면을 부딪힌 다음 센터 스크린 밑을 통과해 상대편 골 포켓(주머니)에 넣으면 점수를 얻는 방식이다. 한 세트 11점씩 3세트 경기로 진행한다. 모든 선수가 공평하게 안대를 착용하기 때문에 시력 유무보다 집중력·청각·공간 지각력이 승부를 가르는 종목이다.
국내엔 2011년 전후에 도입됐다. 2022년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전시 종목으로 첫 선을 보이고 전국체전에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쇼다운 단일 종목만 따로 분리해 시각장애학생만을 대상으로 열린 전국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북맹아학교 측은 “현재 전국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는 12곳”이라며 “대부분 거리 문제와 시험·행사 등이 겹치고, 일부 학교는 쇼다운 종목이 활성화되지 않아 첫 대회는 3개 학교만 참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제1회 전국장애학생 쇼다운대회' 여자부 개인전 모습. 사진 전북맹아학교
남 1위 송영조 “꿈에서도 경기…스포츠맨십 배워”
전북맹아학교는 수년 전부터 학생 체력 증진과 자신감 회복을 위해 교내 쇼다운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했다고 한다. 훈련 시설이 넉넉지 않은 환경이지만, 유·초·중·고 전교생 105명 중 절반가량이 방과 후 시간과 점심시간을 쪼개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이 학교 박성준(42) 체육교사는 “쇼다운은 학생들에게 운동 능력뿐 아니라 공간 감각과 집중력 향상, 또래 관계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무엇보다 장애라는 한계를 넘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운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남자부 1위 송군은 “대회를 마치고 익산으로 내려오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도 쇼다운 경기를 하고 있었다”며 “승패보다 서로 존중하는 스포츠맨십을 배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다. 여자부 1위 조양은 “많은 경기를 치르느라 힘들었지만, 경기장에 울려 퍼지던 공 소리와 선생님의 함성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정문수(56) 전북맹아학교 교장은 “학생들의 땀과 노력이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며 “이번 우승이 시각장애학생 체육 활성화와 쇼다운 저변 확대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제1회 전국장애학생 쇼다운대회' 종합우승 상장과 트로피. 사진 전북맹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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