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03구 중 직구 2개뿐…그래도 경기 다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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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구종을 활용해 타자들을 현혹시키면서 한국 무대 연착륙에 성공한 KT 위즈 우완 보쉴리. [뉴스1]
프로야구 선발투수들은 경기 당일 ‘영업 비밀’을 실시간 공개한다. 소속팀이 취재진에 제공하는 투구분석표에는 당일 던진 구종과 구속이 이닝 별로 빼곡히 담겨 있다. 투수가 상대 팀 타선과 마주하며 어떤 구질을 배합해 던졌는지, 구속이 얼마나 나왔는지 낱낱이 드러난다.
그런데 유난히 투구분석표가 ‘지저분한’ 투수들이 있다. 다채로운 구종을 던져 분석표에 표기할 항목이 많은 선수들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올 시즌 초반 KT 위즈의 순항을 이끄는 외국인 에이스 케일럽 보쉴리(33·미국)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다가 올해 KT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그는 최근 한 달 간 말 그대로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등판한 4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총 23이닝을 던지는 동안 자책점은 단 2점(평균자책점 0.78)에 불과하다. 변화무쌍한 공으로 타자들의 눈을 현혹 시키는 ‘팔색조’ 보쉴리를 최근 창원 원정길에 만났다.
보쉴리의 최대 무기는 다양한 구질이다. 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스위퍼와 체인지업, 커브, 커터, 직구(포심 패스트볼)까지 고르게 구사한다. 103구를 던진 지난 12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직구는 단 2개 뿐이었다. 대신 41개의 투심 패스트볼과 32개의 스위퍼를 핵심 구종으로 활용했다. 여기에 체인지업과 커브, 커터도 10개 안팎으로 섞어 던졌다.
보쉴리의 다양성은 과거 해태 타이거즈에서 활약한 ‘원조 팔색조’ 조계현을 떠올리게 한다. 전성기 시절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체인지업, 싱커, 팜볼 등 10개 가까운 구종을 자유롭게 던진 레전드의 투구 패턴과 많이 닮았다.
보쉴리는 “마이너리그 진입 초기인 2017년에는 던질 줄 아는 공이 직구와 커브 뿐이었다”면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인지업을 추가했고, 투심에 커터까지 차례로 연마했다”고 말했다. 이어 “KBO리그 타자들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공을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다. 때문에 투심과 스위퍼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두 구질은 같은 궤적에서 출발하지만 투심은 우타자 기준 몸쪽, 스위퍼는 바깥쪽으로 휘어 타자에게 혼란을 준다”고 덧붙였다.
구질의 다양성은 배우려는 자세가 남다른 성격의 산물이기도 하다. 제춘모 KT 투수코치는 “(보쉴리는) 나이가 적지 않은데, 여전히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도 있다”면서 “기존에 던지던 공도 어떻게든 바꿔보려 애쓴다. 최근에는 이강철 감독님과 상의해 체인지업의 구속을 조금 낮추는 대신 손가락 그립을 완전히 바꿨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용 중인 스위퍼는 흥미롭게도 메이저리그(MLB) 최고 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고안한 형태다. 보쉴리는 KT 동료 맷 사우어에게 스위퍼를 배웠는데, 사우어는 앞서 다저스에 몸담던 시절 한솥밥을 먹던 오타니에게 전수 받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보쉴리는 타고난 손의 감각을 활용해 스위퍼를 빠르게 습득했는데, 정작 사우어는 이 공을 완성도 있게 던지지 못 한다”며 웃었다.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보쉴리는 어릴 적 소프트볼 선수로 뛴 누나들의 영향으로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23년 평소 응원하던 MLB팀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한국에서 새출발한 그는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기 위해 다채로운 구질로 경쟁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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