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마이클 라이더가 보여준 올해 겨울 '셀린느 옷장' [더 하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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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가을·겨울 파리 패션위크 리포트 ㅣ 셀린느

“당신의 옷장이 되어 주겠다.”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라이더가 올해 두 번의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전한 말이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기 전, 이미 9년 여의 시간동안 셀린느의 디자이너로 재직하며 브랜드 DNA를 체화시킨 인물. 그런 그가 우리의 옷장이 되어주겠다는 메시지는 셀린느 자체를 하나의 ‘스타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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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 2026 겨울 컬렉션 쇼의 피날레. 전통적인 프렌치 스타일에 마이클 라이더의 날카로움을 더해 새로운 '셀린느 스타일'을 선보였다. 사진 셀린느

프랑스 파리 센강 강변에 위치한 프랑스 최고 학술기관인 프랑스 국립 학술원(l'Institut de France). 이곳에서 지난 3월 초 파리 패션위크 기간 열린 셀린느의 2026년 겨울 컬렉션은 마이클 라이더가 선보이는 세 번째 무대였다.
앞선 두 시즌이 새로운 수장의 등장을 알리는 예고편이었다면, 이번 겨울 컬렉션 무대는 그가 구축하려는 ‘셀린느 문법’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쇼 공간을 프랑스 지성과 문화의 핵심 기관들이 모여 있는 프랑스 국립 학술원으로 선택한 것 또한, 셀린느와 프랑스의 문화 유산이 가진 지적·예술적 권위를 자신의 세계로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쇼를 위해 국립 학술원 안쪽에 마련된 공간은 박공지붕 모양의 유리 천장을 가진 온실 같은 공간이다. 유리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온통 흰색으로 칠한 벽, 바닥으로 이루어진 미니멀한 공간엔 프랑스 사운드 아티스트 마테오 가르시아와 협업한 대형 스피커 오브제만이 설치됐다. 음악에 대한 마이클 라이더의 애정이 드러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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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스피커만을 오브제로 둔, 하얀 온실 같은 쇼 공간. 사진 셀린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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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 2026 겨울 컬렉션 쇼 현장. 사진 셀린느

마이클 라이더에게 늘 따라붙던 ‘프레피(미국 명문 사립학교 학생들의 복장에서 유래한 스타일)’는 이번 컬렉션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쇼가 끝난 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라이더는 “프레피 스타일은 이제 끝났나”는 기자의 질문에 “특정 스타일에서 멀어진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우리는 일종의 ‘알파벳’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중에서 지금 이 순간 가장 적절하다고 느껴지는 몇몇 글자를 골라 조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프레피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엔 셀린느와 나에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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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링이 잘 된 검정 코트에 클래식한 모자, 여기에 스키니 부츠를 신은 모델은 새로운 셀린느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사진 셀린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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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핑크 셔츠와 레드 컬러 팬츠로 컬렉션의 포인트가 된 룩. 사진 셀린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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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어깨에 각이 잘 잡힌 재킷에 짧은 길이의 컬러풀한 팬츠를 함께 스타일링한 룩. 목에 감은 새틴 스카프는 과할 정도로 얼굴을 가려 점잖은 클래식 스타일을 뒤트는 재미를 담았다. 사진 셀린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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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피룩에서 잘 보이는 피코트를 확대한 것으로 보이는 카멜 컬러 롱 코트. 사진 셀린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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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딱 맞는 실루엣의 더블 브레스트 재킷에 발목길이의 팬츠로 경쾌함을 더한 룩. 사진 셀린느


‘날카로움’이 만든 감각적 실루엣
이번 컬렉션은 이전 시즌보다 보다 간결한 실루엣의, 몸에 잘 맞게 테일러링된 옷이 돋보인다. 특히 이번 쇼에서는 여성복과 남성복을 함께 선보였는데, 공통적으로 어깨를 단정하게 정리하고, 몸에 잘 맞는 코트와 수트가 등장했다. 이에 더해 길이가 짧은 플레어 팬츠와 프렌치 피코트를 변형한 디자인도 함께 선보였다.
특히 라이더는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바이트(Bite, 물어뜯는 듯한 날카로움)”를 꼽았다. 이는 옷에 하나의 강렬한 요소를 넣어 생동감과 재미를 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클래식은 하나의 기준이지만, 우린 바이트(날카로움)을 좋아한다. 한 벌의 재킷이라도, 중요한 건 그 옷의 캐릭터를 찾아내는 것이다. 나는 옷이 사람의 내면을 가리는 방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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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모델의 머리를 장식한 깃털 장식. 사진 셀린느

모델들의 머리 장식으로 쓰인 깃털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깃털 장식은 컬렉션을 낭만적이면서도 어딘가 반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얼굴을 덮을 정도로 올려 묶은 쿠튀르풍 새틴 머플러는 지난 시즌 컬렉션에서 이어진 것으로, 더 커지고 풍성해졌다.
“깃털 장식은 아티스트 프린스에게 영감을 받았다. 그가 아무런 예고 없이 등장해 뿜어내는 독보적인 존재감에서 얻은 영감을 시적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유산의 뿌리 위에서 날카로운 감각으로 피어난 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는 이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피비 파일로와 에디 슬리먼이 남긴 아카이브에 대한 무게에 대해 존중의 뜻을 남겼다.
“나에게 아카이브는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 아니라 창작을 더 즐겁게 만드는 자유로운 원동력이다. 특히 에디 슬리먼이 이끌었던 시간을 매우 존중하며 브랜드에 어떤 연속성이 흐르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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