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는 ‘흔들’ 기술은 ‘질주’하는 중국의 딜레마,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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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흔들리는 경제, 질주하는 기술. 젠스파크 생성 이미지

‘흔들리는 경제, 질주하는 기술’. 최근 중국의 경제 침체와 첨단 기술 발전이라는 상반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학계에 중국 ‘경제 위기론’과 ‘기술 굴기론’이 양극단을 이루는 가운데, 이 모순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이목을 끈다. 지난 22일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한중우호협회(회장 신정승) 중국전문가포럼에서다. 이날 발제자인 이현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민생 개선보다 미·중 경쟁 대응을 더 우선시한 시진핑 정권의 정책적 선택이 지금의 딜레마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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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국 경제의 딜레마 : 흔들리는 경제, 질주하는 기술'을 주제로 한중우호협회 중국전문가포럼이 열렸다. 발제자인 이현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이현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발제)
중국을 보면 ‘엄청난 기술 진보가 일어나는 나라에서 왜 경제는 침체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5% 성장률과 달리 중국 경제는 불황의 징후가 뚜렷하다. 공공 예산 수입(-1.7%), 토지 매각 수입(-14.7%), 법인세 수입(-3.1%)만 봐도 알 수 있다. 성장 중인 경제에서는 이런 지표가 나올 수 없다. 전력 소비, 화물 운송량, 은행 대출 증가율로 경제를 가늠하는 ‘리커창 지수’ 같은 보조 지표 역시 경제 둔화를 시사한다.

단기적으로 중국은 심각한 수요 위기를 겪고 있다. 소비 증가율은 3.7%로 GDP 성장률에 한참 못 미친다. 더 심각한 건 1992년 이래 최초로 총투자가 -3.8%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지방정부의 부채 누증이 더해져 중국 정부의 재정 여력도 상당히 축소됐다. 반면 BYD(전기차)·딥시크(AI)·배터리 회사들은 무섭게 발전하며 지난해 기록적 무역흑자(약 1.2조 달러)를 기록했다. 즉 소비, 투자, 정부 재정이 모두 하방 압박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순수출이 억지로 경제를 끌고 가고 있는 국면이다.

현재 중국의 소비 부진은 두 가지 문제가 겹쳐 있다. 하나는 중국 경제 성장 모델에 내재한 오랜 구조적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단기적 영향이다. 소비 억제형 성장 모델, 싼 노동력 확보를 위한 호구제도와 노동시장의 이중화, 취약한 사회안전망, 약한 부의 재분배 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현상이 충격을 증폭시킨 상황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의 정책은 투자 비중을 줄이고 소비를 북돋는 ‘리밸런싱(재균형)’이 아니라, 투자 대상을 부동산·인프라 분야에서 첨단 기술 분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수요 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안전망 확충, 호구(户口)제 개혁, 연금 인상, 의료보험 강화 등 재정 부담이 큰 처방보다는 미·중 패권 경쟁을 위한 첨단 산업에 대한 집중 지원을 선택한 것이다. ‘리밸런싱’ 정책이 경제학적인 해법임을 알고 있지만, 대내외적인 정치·경제학적 장벽에 부딪혀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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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국 경제의 딜레마 : 흔들리는 경제, 질주하는 기술'을 주제로 한중우호협회 중국전문가포럼이 열렸다. 발제자인 이현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투자가 몰린 첨단 산업의 확장은 엄청난 기술 발전을 가져왔지만, 과잉설비와 가격 하락으로 ‘인볼루션(內卷化)’을 가중했다. 또 이는 임금·고용 압박,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 확대로 이어져 글로벌 불균형과 무역 분쟁을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 없는 혁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첨단 분야에서도 수익을 내는 중국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노동력 감소, 과잉투자에 따른 자본의 한계 생산성 저하, 산업정책에 의한 자원배분 왜곡으로 총요소생산성(TFP)이 약화해 잠재성장률이 2~3%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첨단 기술 발전과 수출 증가는 급격하고 내수는 부진한 지금의 양면적 상황은 결국 지난 15년간 시진핑 정권이 선택한 정책의 결과라 볼 수 있다. ‘같은 원인의 두 얼굴’이다. 첨단 산업 집중이라는 정책이 ‘질주하는 기술’과 ‘흔들리는 경제’ 두 현상에 모두 기여했고 이 딜레마는 계속 고착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국가적인 정책 목표를 여전히 미·중 경쟁에서의 승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기술 질주·저성장 지속·무역 마찰 관리라는 현 구조 유지다. 사회안전망 및 재분배 강화로 소비 중심 재균형을 달성하는 개혁 경로와 기술 굴기·디플레이션·인구구조 악화가 상호 압박하는 ‘소비에트형’ 악화 경로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에는 중국의 거시 경제 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보다 장기적인 기술 굴기가 더 큰 구조적 위협이라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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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중국의 하이테크 혁신이 단순히 정부 재정 투입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인재, 기업가 정신, 가격 경쟁력 등 복합적인 성공 요인이 있었다고 본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위주 경제에서 투자 구조조정을 통한 하이테크 혁신 경제로 전환한 정책적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만약 이러한 전환이 없었다면 중국 경제는 어떻게 됐을 것으로 예상하나?

▶이현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부동산에 의존한 성장 모델은 인구 감소로 인해 지속이 불가능한 모델이다. 이 점에서 첨단 제조업 육성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매우 잘한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중국의 정책은 투자 내에서의 성분 조정(부동산 → 첨단 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더 근본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정책 순서는 소비를 저해하는 제도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자원을 투입해 GDP 내 소비 기여도를 높인 다음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 조정을 병행하는 것이다. 시진핑 정부의 기술 굴기 성과는 인정하지만, 거시 경제 전체의 균형과 국민의 복지 수준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제 성장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 복지인데, 미·중 기술 경쟁에만 과도하게 집중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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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수 세종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최필수 세종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중국의 GDP 대비 사회보장 지출 비중은 약 10%로, 미국(20%), 유럽(30%)보다 현저히 낮아 아직 확대의 여지가 있다. 다만 중국의 취약계층(농민 약 4억 5000만 명, 농민공 약 2억 5000만 명)은 미국과 달리 고향에 토지와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경기가 악화하면 귀향해 생활할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 수준까지 사회보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중국의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가능성은 작지만, 정부 부채 급증으로 인한 재정위기 가능성은 존재한다. 다만 중국도 GDP 대비 200%가 넘는 정부 부채를 가진 일본과 유사한 구조라 재정 여력이 아직은 크다고 본다.

▶이현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중국의 사회보장 제도는 미국식 모델과 다르지만, 구조적 침체 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연금 제도와 의료보험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기초연금은 월 5만 원 수준으로 실질적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다. 의료 제도도 중대 질병 발생 시 비급여 항목으로 인해 가계가 파산하기 쉬운 구조다. 현재 중국 경제는 당장의 ‘위기’가 아닌 ‘구조적 장기 침체’로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제도적·구조적 개혁이 필수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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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용 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박준용 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소비는 정부의 재정 지출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더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에 과도한 자산이 묶여 가처분소득이 낮은 것처럼, 중국도 유사한 자산 소유 심리로 인해 소비 행태가 위축되는 구조적 원인이 있나? 중국 정부는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어떤 정책적 노력을 했나?

▶이현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중국의 소비 부진은 낮은 가처분소득과 높은 저축률 두 가지 모두에서 기인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미흡한 사회보장 체제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한 중국인들은 소득 대부분을 저축하는 경향이 강하다. 국영-민영 기업 간 격차, 기업 내 낮은 노동소득 분배율(OECD 국가보다 약 20%P 낮음), 비정규직·농민공의 구조적 저임금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가처분소득 자체가 낮다. 물론 중국 정부가 소비 촉진을 위해 가전제품 교체 시 보조금 지급,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 등 조치를 시행했다. 다만 이런 정책들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가깝다. 진정한 소비율 상승을 위해서는 사회보장 제도 육성, 조세제도를 통한 재분배 강화, 상속세 실질화 등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현재 노력은 본격적인 개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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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마오쩌둥은 사회주의 혁명을 노동자 혁명이 아닌 농민 혁명으로 성공시켰다. 덩샤오핑은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고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다’라는 판단으로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개혁개방 노선을 확립했다. 시진핑도 이런 차원에서 부동산 중심 투자에서 첨단 산업 육성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현재 중국 체제의 정체성은 평등한 분배와 노동자·농민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사회주의 국가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의 가처분소득이 너무 적다. 중국 정부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저항이나 변화의 압력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현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중국이 ‘중국식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를 기치로 발전해온 것처럼 현재의 경기 침체 역시 ‘중국식’ 특성을 보인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어느 특정 국가의 과거 불황 모델을 따르기보다, 여러 요인이 결합한 복합적인 양상을 보인다. 시진핑 지도부는 2020년 국민의 소득 수준이 중간 단계에 진입했다고 선언한 후, 경제 성장보다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것을 더 중요한 국가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첨단 산업에 대한 과잉 투자와 소비 부진을 감수하는 현재 정책은 이러한 국가 목표의 변화를 반영하며, 지도부 내에서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변화의 동력은 사회 내부에 얼마나 불만이 큰가에 달려있겠지만 현재로써는 그 압박이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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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길 전 외교협회 회장.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신봉길 전 외교협회 회장
중국 내에 ‘기본소득’처럼 현금 지원 정책에 대한 논의는 없나? 최근 미국의 행보를 보면 중국의 거버넌스가 미국을 앞선다는 생각이 든다. 의견이 궁금하다.

▶이현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중국 정부는 현금을 살포하는 정책은 국민을 망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아직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거버넌스와 관련해서는 미·중 모두 하향 경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거버넌스는 경제 시스템 운영이고, 경제 성장의 목표는 인민들의 행복한 물질적 삶을 증진하는 것이다. 다만 현재 중국의 거버넌스는 이런 목표에서 조금 어긋나 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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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영 동국대학교 글로벌무역학과 교수.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남은영 동국대학교 글로벌무역학과 교수
오늘 발표자는 전통적인 경제학 모델(생산, 자본, 노동)을 사용해 첨단 기술에 대한 과잉투자가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부정적일 것이라 분석했다. 이를 슘페터의 경제이론(자본, 노동의 혁신, 기업가 정신)으로 전환해 분석할 경우, 중국의 기술 투자가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촉진해 장기 성장에 더 유리할 수 있지 않은가? 중국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서비스 소비 및 서비스 산업 육성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내수 부진 타개책 속에 한국의 기회도 있지 않을까.

▶이현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중국의 혁신 정신과 기업가 정신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특정 산업에서의 눈부신 기술 진보(부분)가 전체 경제의 비효율성(전체)을 가리는 ‘구성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총요소생산성(TFP)이 통계상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현상은 자본이 비효율적으로 분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은 약 15년 전부터 논의됐으나 실제로는 첨단 제조업 위주의 정책이 지속되어 왔다. 정책의 실효성은 정부 예산이 실제로 해당 분야에 투입되는지를 통해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그러한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만약 중국이 실제로 서비스 산업을 육성한다면,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협상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데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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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과거 일본 경제와 비교할 때, 현재 세계 경제 성장률 대비 중국 경제가 가진 완충 영역은 훨씬 넓다. 이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성장 둔화는 저성장 고착이 아닌 ‘소프트랜딩(연착륙)’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요소도 시나리오 분석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현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넘어 1인당 GDP 2만 달러 수준에서 성장률이 둔화한다면 이는 장기 침체라기보다 연착륙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오늘 발표의 목적은 ‘질주하는 기술’과 ‘침체하는 경제’ 사이의 뚜렷한 대비를 나타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침체 측면을 강조한 면도 있다. 과거 10%대 고성장에 익숙했기 때문에 현재의 2~3% 성장이 더 큰 하락으로 느껴지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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