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거대 송유관, 북극 시추, 원전…'脫 호르무즈' 에너지 대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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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바스라의 석유 생산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4개국을 넘나드는 초(超)장거리 송유관, 북극 원유 시추, 원자력 발전(원전) 확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가로막히자 에너지 확보를 위한 각종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더는 호르무즈에 의존하기 어려울 거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실현까지 갈 길이 멀고, 한계도 분명하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개방 여부와 상관없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구조적 변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가 이미 수년 전 구축한 지상 송유관을 다시 가동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우회 경로를 통한 원유 수송량이 최근 일평균 700만 배럴을 넘어섰다. 전쟁 이전 수송량(400만 배럴 미만)의 두 배에 가깝다.

IEA는 최근 대안 수송로로 튀르키예와 이라크를 잇는 송유관 건설을 제안했다. 이미 튀르키예가 남부 항구도시 제이한에서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를 잇는 송유관을 이라크 남부까지 연장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자금 조달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며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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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대형 송유관 건설도 논의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오만을 잇는 약 1800㎞ 길이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건설 비용 550억 달러(약 81조원), 건설 기간은 최대 7년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란이 요구하는 호르무즈 통행료의 최저 추정치가 540억 달러(5년 기준)로 비용이 거의 같다면서다.

유럽연합(EU)은 기존 북극권 원유·천연가스 시추 반대 입장을 철회할지 검토 중이다. 그동안 환경 오염을 우려해 반대했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상황이 바뀌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올해 가을 마감할 북극권 정책 심의에서 북극권에 매장된 원유·석탄·천연가스를 지하에 존치한다는 2021년 제안의 백지화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동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들도 바빠졌다. 미국산 원유·가스 등 대체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석탄 발전 재가동, 원전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2011년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에선 최근 집권 여당이 원전 재가동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올해 들어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확정했다.

다만 당장 분출하는 각종 대안은 구조적 해법보다 제한적인 보완책에 가깝다는 평가다. IEA가 제안한 튀르키예-이라크 송유관만 해도 일평균 원유 수송량이 160만 배럴 수준에 불과하다. 이라크-쿠웨이트-사우디-오만 송유관은 수송량이 500만 배럴 수준이다. 전쟁 발발 전 호르무즈를 통과한 일평균 원유 수송량(2000만 배럴)에 크게 못 미친다. 로빈 밀스 카마르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NYT에 “지도 위에 쉽게 선을 그을 수 있지만,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초크 포인트(choke point·급소)다. 아무 데나 급소라고 하지 않는다. 일단은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고 ▶수요를 억제하고 ▶다른 원유 공급망을 찾는 식으로 버텨야 한다. 결국 호르무즈의 빠른, 완전한 개방만이 오일 쇼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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