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해 막힐라” 다급한 美…‘아프리카의 북한’과 위험한 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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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의 한 교차로를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부르며 멀리했던 에리트레아와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홍해 바브엘만데브해협이 또 다른 중요 초크포인트(해상운송 요충지)로 떠오른 가운데, 에리트레아를 비롯한 이 일대 국가들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돈인 마사드 불로스 미 대통령 아랍·아프리카 담당 선임고문은 지난 20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국이 조만간 에리트레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계획을 밝혔다. 이집트는 미국과 에리트레아의 관계 정상화 협상 중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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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드 불로스 미국 대통령 아랍아프리카 선임고문이 지난해 11월 이집트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에리트레아가 1993년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한 직후 외교관계를 맺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009년 에리트레아 정부가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 알샤바브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유엔(UN)이 부과한 제재에 미국이 동참하면서다. 유엔은 2018년 제재를 해제했지만, 미국은 에리트레아가 에티오피아 티그레이 내전에 개입했다며 2021년 독자 제재를 부과했다.

관계 회복 논의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불로스 고문은 지난해 9월 뉴욕, 12월 카이로에서 오스만 살레 모하메드 에리트레아 외무장관과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을 차례로 만났다. 제재 완화와 양국 외교 관계 재개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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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예멘 사나에서 후티 반군 군인이 지난 2023년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는 라이베리아 국적 선박의 모습을 담은 디지털 광고판 앞에 서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불로스 고문이 이집트를 다시 방문하는 등 미국의 발걸음이 최근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리트레아는 홍해를 따라 1100km 이상 해안선을 갖고 있다. 특히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봉쇄 위협을 가하는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해협과 가깝다.

WSJ은 “후티 위협으로 해상 교통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정부는 에리트레아와 관계를 개선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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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2월 지부티 수도 지부티 시티 상공에서 찍은 촬영한 사진. 지부티 시티 앞 바다가 홍해 바브엘만데브해협이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에리트레아를 비롯한 이 일대 아프리카 3개국의 가치는 커지고 있다. 이들 국가에 군대를 주둔할 수 있다면 인접한 후티를 무력으로 견제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미 에리트레아의 이웃 국가 지부티에는 미국과 중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의 군사 기지가 밀집해있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2월 지부티 동쪽에 위치한 미승인 국가 소말릴란드를 세계 최초로 국가로 인정한 것도 군대 주둔을 위한 거란 해석이 나온다. 후티 수장인 압둘말리크 후티는 이스라엘의 승인 발표 직후 “소말릴란드 내 모든 이스라엘의 존재를 우리 군의 군사 목표물로 간주한다”며 “이는 소말리아와 예멘에 대한 침략 행위이자, 지역 내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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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대한 논란도 크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세계 국가 자유지수 평가에서 에리트레아를 북한과 함께 최하위로 꼽아 왔다. 93년 독립 이후 에리트레아를 통치해 온 아페웨르키 대통령이 반대 세력 탄압, 강제 징집, 종교 자유 제한 등을 자행해 와서다. 미 의회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에리트레아를 ‘아프리카의 북한’이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캐머런 허드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제재 해제엔 그에 상응하는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에리트레아는 변한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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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소말릴란드를 방문한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압디라흐만 모하메드 압둘라히 소말릴란드 대통령을 대통령궁에서 만나 소말릴란드를 국가로 승인한 것을 기념해 소말릴란드의 영토을 그린 동판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소말릴란드 승인도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곳에 이주시키기 위한 것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하산 셰이크 모하무드 소말리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소말릴란드가 이스라엘의 국가 승인의 대가로 팔레스타인 주민 정착과 이스라엘 군사 기지 건설,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소말릴란드를 국가로 인정하면 아프리카 전역에 혼란이 발생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민족 구성 등을 이유로 분리 독립 요구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아프리카·중동 국가로 구성된 이슬람 협력기구(OIC)는 “이스라엘의 조치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큰 영향을 준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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