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치와 음악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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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음악 에디터

“정권이 바뀌면 고국에 돌아갈 건가요?”

지난달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73)에게 서면으로 물었다. 그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답했다. “저에게 예술과 정치, 예술과 사회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입니다.” 헝가리의 16년 집권 여당이 무너지기 한 달쯤 전이었다.

헝가리 피아니스트 고국행 결정
잘츠부르크 축제, 예술감독 해임
예술과 정치 점점 단단하게 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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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16년 동안 고국에서 연주를 하지 않았지만 정권 교체 후 귀환을 선언했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쉬프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세심하게 음악을 들여다보고,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동유럽의 음악 강국인 헝가리 태생인데 2010년 이후 한 번도 고국에서 연주한 적이 없다.

그가 고향에 돌아가지 않은 기간은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집권과 정확히 일치한다. 오르반 정권은 2010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사법 기관을 장악했고 반이민 정책을 시작했다. 쉬프의 부모는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각자의 배우자와 자녀를 잃은 경험을 가진 채 만났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지막으로 헝가리에 돌아가지 않았고, 공연 또한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오르반 정권은 이달 12일 총선에서 무너졌다. 쉬프는 그 직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내로 헝가리 공연을 열겠다”고 했다. 새로운 정권에 대해 “어쩌면 새로운 세상의 시작일 수 있겠다”고 기대하면서.

쉬프는 정치 상황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는 음악인이다. 그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에서도 연주하지 않는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부당한 일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했다.

최근 세계 음악계는 정치 상황과 아주 가까이에 있다. 그 와중에 어떤 음악가들은 거리를 둔다. 워싱턴 DC의 케네디 센터가 트럼프 케네디 센터로 이름을 바꾼 후에도 계속 머물며 지휘를 하기로 한 음악가도 있다. 푸틴 정권의 후원을 받으며 침묵 속에 무대에 오르는 지휘자도 있다. 다른 쪽에는 쉬프처럼 격렬히 저항하고 발언하는 이들이 있다.

곳곳에서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오스트리아의 명망 있는 잘츠부르크 축제는 정식 예술감독 없이 여름 음악제를 시작한다. 이사회가 지난달 예술감독인 마르쿠스 힌터하우저를 해임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잘츠부르크 축제의 기획자로 일했고, 2017년 예술 감독직을 시작했던 인물이다. 축제의 명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실험 또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 번째 임기를 9월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이사회는 이미 체결됐던 계약을 갑작스럽게 해지했다.

해임 원인이 기밀로 유지되는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관계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잘츠부르크 축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의 여름 축제 개막 무대부터 쿠렌치스를 기용했다. 뉴욕을 비롯한 유럽이 쿠렌치스의 출연을 속속 취소하던 와중이었다. 특히 힌터하우저는 “쿠렌치스는 전쟁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을 뿐 동조한 적도 없다”는 논리로 그를 옹호해 왔다. 그 결과 쿠렌치스와 그의 악단은 올해 여름까지도 잘츠부르크 출연을 예고하고 있다.

쿠렌치스의 지휘는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그의 충격적으로 새로운 해석은 청중을 만족시켰을 수 있다. 예상치 못하게 두 오페라를 결합하고, 익숙한 음악을 새롭게 들리게 하는 지휘자다. 잘츠부르크 축제의 청중은 정치적 상황으로 그에게 야유한 적이 없었다.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공연 후에는 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잘츠부르크 예술감독의 해임으로 국면이 달라졌다. 정치 상황에 대해 침묵하고 외면하는 음악가의 설 자리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4년 마치 세계정세의 무풍지대처럼 보였던 잘츠부르크의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

쉬프는 이미 오래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면 답변으로 도착했던 그의 말투는 단호했다. “제 의견이 현실을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다에 떨어지는 물 한 방울과 같습니다. 많은 물방울이 모이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는 또 덧붙였다. “예술은 사회와 동떨어진 상아탑에 있지 않습니다. 역사의 흐름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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