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Cooking&Food] 한식의 뿌리 반찬식사의 중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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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슬람·김시연 셰프의 ‘볼매반찬’ 팝업
봄나물·깻잎구이 등 한 상 가득
식사의 균형잡는 ‘볼매반찬’ 선봬
“반찬 만드는 문화 약해져 아쉬워”

셰프들이 흑백요리사에서 선보인 메뉴에 계절 메뉴를 더한 볼매반찬의 한상차림. [사진 온하루]
지난 17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마마리마켓 2층.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었지만 매장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20대부터 5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자리를 채웠는데, 테이블 위에는 동일한 상차림이 놓여 있었다. 크고 작은 그릇들로 채워진 ‘한식 한상’이었다. 익숙한 집밥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동시에 레스토랑처럼 정교하게 다듬어진 차림이었다.
이날 상을 차린 주인공은 송하슬람과 김시연 셰프다. 두 사람은 한국조리과학고 선후배이자, ‘반찬’을 중심으로 요리를 풀어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시즌 1과 시즌 2에 각각 ‘반찬셰프’와 ‘반찬술사’로 출연했다. 방송에서 선보인 요리처럼, 이들이 다루는 반찬은 익숙한 재료를 바탕으로 하되 조리 방식과 조합에서 변화를 주는 데 특징이 있다.
반찬을 중심으로 음식을 풀어내는 김시연 셰프(왼쪽)와 송하슬람 셰프. 두 사람은 흑백요리사에 반찬술사와 반찬셰프로 출연했다.
두 셰프가 운영하는 공간 역시 이러한 철학을 보여준다. 마마리마켓이 익숙한 반찬에 새로운 시선을 더하는 공간이라면, 온하루는 전통 한식의 구조를 기반으로 반찬을 중심에 둔 식문화를 풀어내는 브랜드다. 반찬을 단순한 곁들임이 아닌 ‘식사의 중심’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방향을 같이한다.
이날은 두 셰프가 함께 준비한 팝업 ‘볼매반찬’이 열린 날이다. ‘볼수록 매력 있는 반찬’이라는 뜻의 이번 행사는 반찬을 한 상 차림으로 풀어내며 한식의 구조를 다시 보여주는 자리였다. 특히 이날 상에 오른 메뉴들은 두 셰프가 흑백요리사에서 선보였던 요리들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방송 속 메뉴를 실제 한 상 차림으로 재구성해 사람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식사는 황태채강정과 하루찬 막걸리로 시작됐다. 바삭하게 튀긴 황태에 달콤하고 짭짤한 양념을 더한 황태채강정은 마마리마켓의 시그니처다. 온하루가 선보인 막걸리는 국산 쌀에 토종 쌀을 더해 빚은 무감미료 술로, 산뜻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이어 대삼치조림과 봄나물, 깻잎구이, 더덕나물, 은달래장, 쑥콩탕까지 반찬들이 한 상 가득 채워졌다. 각각의 메뉴는 익숙한 반찬의 범주에 속하지만, 재료 선택과 조리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며 새로운 인상을 남겼다.

봄나물 비빔밥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한 상’의 흐름이었다. 조림과 나물, 구이와 찌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맛의 리듬을 만들었고, 담백함과 짭짤함, 향긋함이 번갈아 나타나며 식사의 균형을 잡았다. 각각의 반찬은 개별 요리로서도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동시에 함께 놓였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구조를 보여줬다. 이는 반찬이 모여 하나의 식사를 완성하는 한식 고유의 특징을 담아냈다.
반찬(飯饌)은 한식의 근간이다. 밥을 뜻하는 ‘반’과 반찬을 뜻하는 ‘찬’이 결합된 말에서 알 수 있듯, 밥과 함께 구성되는 음식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오랜 시간 한식은 여러 반찬을 나누어 먹으며 균형을 맞추는 구조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최근 식생활의 간소화와 외식·배달 문화의 확산, 여기에 서양식 식문화의 영향까지 더해지며 이러한 상차림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한 접시 중심의 식사가 일상화되면서, 반찬을 중심으로 한 식사 방식은 점차 다른 형태로 변주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두 셰프는 반찬의 가치를 다시 꺼내 들었다. 김시연 셰프는 “한식의 기본은 반과 찬 문화인데, 집에서 반찬을 직접 해 먹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그 문화 자체가 약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며 “반찬이 단순히 무료로 제공되는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는 만들고 누군가는 소비해야 이어지는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찬은 식사의 중심이자 한식의 뿌리”라고 덧붙였다.

황태채강정·하루찬 막걸리
송하슬람 셰프 역시 “어릴 때는 집집마다 반찬의 개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경험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마마리마켓은 익숙한 반찬에 새로운 시선을 더하는 공간”이라며 “전체 메뉴의 80%는 익숙한 맛을 유지하되, 20% 정도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반찬의 가능성을 넓히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메뉴에서도 변주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들깨버섯무침에는 표고, 새송이뿐 아니라 양식에서 주로 사용하는 양송이를 더했고, 갈비찜에 옥수수나 방울양배추를 넣는 식의 시도도 이어졌다. 전통에 기반을 두되 그 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려는 접근이다. 그는 “한식의 테두리 안에서 다른 시선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시연 셰프는 반찬을 통해 한식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흔한 재료라도 조리법을 조금만 바꾸면 전혀 다른 요리가 될 수 있다”며 “익숙한 재료도 손질과 조합을 달리하면 충분히 하나의 요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흑백요리사에서 반찬을 선보인 것도, 한식이 특정 메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구조와 문화를 가진 음식이라는 점을 해외에도 알리고 싶어서였다”고 덧붙였다.

익숙한 반찬에 새로운 시선을 더한 메뉴를 소개하는 성수동 ‘마마리마켓’.
행사는 18일 서울 종로구 아름지기 2층에서 ‘찬찬찬 찬찬찬’으로 이어졌다. 스탠딩 파티 형식으로 운영된 이날 행사에서는 봄나물비빔밥과 새우케일전, 연근 닭강정, 떡갈비와 봄나물 겉절이, 해물잣즙냉채, 쑥굴레와 토마토과편 등 반찬을 응용한 안주가 제공됐다. 막걸리와 함께 반찬을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경복궁 돌담을 바라보며 반찬을 경험하는 공간 연출도 더해져,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또 다른 형태의 반찬 문화를 보여줬다.
이번 ‘볼매반찬’은 반찬을 중심에 두고 한식의 구조를 다시 체감하게 한 자리였다. 한 상 차림의 형태는 변화하고 있지만, 여러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균형을 맞추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반찬을 무기로 내세운 셰프들의 시도는, 익숙한 한식의 구조가 지금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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