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Cooking&Food] 샐러드·베이커리·시리얼맛있게 변주되는 통곡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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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의 재료 넘어 핵심 식재료로 자리매김
혈당 안정적 유지, 장 건강 도와
곡물 특유의 풍미·식감으로 인기
외식업계, 곡물 활용한 메뉴 확대
출처: GettyImagesBank
최근 식탁에서 ‘곡물’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밥을 짓는 재료를 넘어, 한 끼 식사의 구성과 균형을 좌우하는 핵심 식재료로 쓰임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무엇을 먹느냐 뿐 아니라, 어떤 재료로 식사를 구성하느냐에 대한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
파로·퀴노아·렌틸 등 곡물 선택지 다양
과거에는 쌀과 보리, 현미 등 익숙한 곡물 위주로 소비가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파로, 퀴노아는 물론 렌틸, 병아리콩 같은 콩류까지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식감과 풍미, 영양 성분에 따라 식재료를 고르는 소비가 늘면서, 이들이 하나의 ‘식사 베이스’로 함께 활용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밥에 섞어 먹는 잡곡을 넘어 메뉴의 중심을 이루는 재료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외식업계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지난해 9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에 문을 연 유러피안 델리 ‘베키아에누보 가스트로’는 월평균 방문객 2만 명을 기록하며 누적 방문객 15만 명을 넘어섰다. 이 매장은 파로, 퀴노아, 병아리콩 등 통곡물과 콩류를 활용한 샐러드를 중심으로 약 30여 종의 메뉴를 판매하는데, 파로 파스타나 카무트를 활용한 샐러드 등 곡물을 주재료로 한 메뉴들이 인기다. 오히려 매대에서 잎채소 위주의 샐러드는 찾아볼 수 없다. 채소 위주의 구성이던 샐러드에서 곡물 중심 메뉴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신세계푸드 최정용 R&D 담당은 “중장년층에게는 생 잎채소보다 익힌 채소가 소화에 부담이 적고 포만감도 크다”며 “이 같은 점을 반영해 곡물과 익힌 채소 중심의 샐러드를 개발·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는 일찍이 나타났다. 2007년 창업한 미국의 대표적 샐러드 브랜드 스위트그린(Sweetgreen)은 곡물 기반의 ‘그레인 볼’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은 퀴노아, 와일드 라이스(Wild Rice), 파로(Farro) 등 다양한 통곡물을 베이스로 한 ‘웜 보울(Warm Bowls)’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곡물 샐러드를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더 샐러드』의 저자 장연정은 “샐러드가 단순한 곁들임이 아니라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결합된 ‘주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곡물 활용이 늘어났다”며 “포만감과 영양 균형을 동시에 고려하는 식사를 선호하면서 나타난 변화”라고 분석했다. 곡물을 활용한 식사는 기능적인 장점도 갖는다. 장연정 작가는 “통곡물은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식후 피로감을 줄이고 에너지를 지속해서 공급한다”며 “장 건강과 혈관 관리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곡물마다 다른 풍미와 식감을 지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식사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곡물을 주재료로 만든 샐러드 등을 판매 중인 ‘베키아에누보 가스트로’. [사진 신세계푸드]
실제 소비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게 증명된다.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에 따르면, 2024년부터 이어진 ‘저속노화(Slow Aging)’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정착되면서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통곡물과 잡곡류의 수요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과거에는 잡곡이 단순히 영양을 보완하는 보충재였다면, 이제는 곡물 특유의 풍미와 식감을 즐기는 미식의 요소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컬리 김신희 MD는 “톡 터지는 쫄깃함과 은은한 단맛은 매일 먹는 밥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라며 “밥의 찰진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먹는 식감의 재미를 주는 보리, 귀리, 율무, 치아시드 등 잡곡류는 영양 측면뿐 아니라 여러 요리에 응용이 가능하다는 편의성 덕분에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이 지속함에 따라 올해 전체 곡물 판매군 내 잡곡 비중은 50~60% 선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는 베이커리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프렌치 블랑제리 ‘보앤미’는 통곡물 기반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실제 호두 호밀식빵, 사워도우, 깜빠뉴 등 통곡물 제품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파리바게뜨도 저당·고단백·통곡물을 앞세운 ‘파란라벨’ 제품군을 확대했다.
맛·부드러움 모두 잡은 제품들 대거 출시

특히 식감이 거칠고 풍미가 떨어진다는 통곡물 빵에 대한 고정관념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최근 발효 기술의 발전으로 맛과 부드러움을 모두 잡은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즐겁게 건강식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선택을 이끌어내고 있다. 건강과 맛을 함께 고려한 소비자들의 실속 있는 선택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간편식 시장에서도 통곡물 소비는 꾸준하다. CJ제일제당의 ‘햇반 파로 통곡물밥’은 2024년 11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700만 개를 돌파했다. 통곡물 수요 확대에 맞춰 곡물의 쓰임새는 음료 영역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햇반 파로 누룽지차’와 같이 고대 곡물을 활용한 액상차 형태의 제품도 출시됐다.
곡물의 활용 범위는 시리얼 시장으로도 확장 중이다. 최근 당을 줄이고 식이섬유를 강화하는 식단 관리 방식이 확산하면서 통곡물을 활용한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켈로그는 파로를 포함한 다양한 통곡물을 활용한 저당 그래놀라(사진)를 선보였다. 당 함량을 낮추면서도 식이섬유를 강화해 가볍지만, 균형 잡힌 한 끼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통곡물의 다채로운 조합으로 식감과 풍미를 살린 점 역시 눈에 띈다.
이처럼 곡물은 더는 단순한 ‘밥의 재료’에 머물지 않는다. 샐러드, 베이커리, 시리얼, 간편식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한 끼 식사의 중심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식재료의 선택 폭이 넓어짐에 따라, 우리가 식사를 구성하고 즐기는 방식 또한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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