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안 본 남자 없다는 비공식 천만 영화 '바람'의 속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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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짱구'는 배우의 꿈을 품고 서울에 상경한 부산 청년 짱구(정우)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비공식 천만 영화’로 불리는 영화 ‘바람’(2009, 이성한 감독).

'바람'의 속편 '짱구' 22일 개봉 #연출 겸한 정우의 자전적 얘기

“그라믄 안돼~” “내 서른마흔다섯살이다” 등 유행어를 낳았던 청춘의 표상 같은 영화다. 어떤 경로로든 이 영화를 안 본 남자가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22일 개봉한 영화 ‘짱구’(감독 정우·오성호)는 ‘바람’의 후속작이다. ‘바람’의 각본에 참여했던 배우 정우(45)가 주연 및 각본·연출을 겸했다. 짱구는 정우의 실제 별명이다.

‘바람’이 부산의 한 상고 학생들의 땀 냄새 물씬 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그렸다면, ‘짱구’는 서울에 상경해 배우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부산 출신 연기 지망생의 애환과 성장통을 담았다.

2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정우는 “독립영화였던 ‘바람’이 10만 관객을 모은 건 큰 성공이었다”면서 “세대를 아우르며 꾸준히 사랑받는 영화라는 점에서 무척 소중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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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짱구'에서 주연과 각본, 연출을 겸한 배우 정우.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짱구’를 세상에 내놓게 된 데는 아내인 배우 김유미의 공이 컸다. 정우는 “‘바람’의 후속작으로 써놓은 이야기가 아내의 눈에 띄며 시나리오가 되고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김유미는 기획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우의 자전적 이야기는 ‘바람’에 이어 ‘짱구’에도 ‘찐하게’ 녹아 들었다. 짱구라 불리는 김정국(정우의 본명)은 전기 요금도 제때 내지 못하는 형편 속에서 수십 번의 오디션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워간다.

오디션을 위해 수영장에서 단체로 연습하는 장면은 영화 ‘실미도’(2003) 오디션 때 정우 자신이 겪은 경험을 녹여낸 것이다.

정우는 “일주일 만에 수영을 배워 ‘실미도’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1년 동안 섬에서 지내야 한다는 말에 포기했다. 다른 오디션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무조건 된다’는 생각으로 달려오다가 ‘이 길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좌절하던 시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우는 장항준 감독의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의 단역으로 데뷔한 뒤 10년에 가까운 무명 생활을 거쳤다. 누구나 거치는 청춘의 통과의례에 가슴 아픈 사랑이 빠질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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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짱구'는 배우의 꿈을 품고 서울에 상경한 부산 청년 짱구(정우)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짱구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민희(정수정)는 밀당의 고수다. 도도하게 굴다가도, 지친 짱구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첫사랑의 이미지 그대로다.

정우는 “‘건축학개론’(2012)의 서연(수지)처럼 모두가 공감할 만한 첫사랑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짱구 입장에선 나쁜 여자일 수 있지만, 민희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대보다 더 불안하고 힘든 시기인 20대가 겪는 꿈과 사랑에 대한 성장통을 영화 속에 그려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솔직하면서도 거칠다. 영화 초반 나이트클럽 부킹 장면 등 요즘 감성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꿈을 향한 짱구의 간절한 노력이 도드라지지 않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진정성 만큼은 스크린에서 물씬 느껴진다. 배우의 꿈을 키웠던 정우의 아버지 사진이 영화 속에 나오고, 아버지 이름이 엔딩 크레디트에도 포함됐다. 그는 영화 ‘바람’에서처럼 정우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세상을 떠났다.

정우는 “지금 ‘바람’을 봐도 아버지 장면에서 여전히 울컥 한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속편에 담아내고 싶었다”면서 “아버지와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짱구’엔 짱구가 오디션 보는 장면이 수 차례 나온다. 힘이 들어간 과장된 연기로 심사위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 “왜 연기를 하느냐”는 질문에 당황해 하는 장면은 정우의 실제 경험담이다. 정우는 이 장면들을 통해 “세상의 모든 초짜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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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짱구'는 배우의 꿈을 품고 서울에 상경한 부산 청년 짱구(정우)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로 천만 감독이 된 장항준 감독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짱구의 마지막 오디션 심사위원 역할이다. 장 감독은 정우가 첫 오디션 때 만났던 연출가다. 정우는 “처음 오디션을 봤던 감독님 앞에서 20여 년이 지나서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꿈 같은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과거의 저와 현재의 제가 교집합되는 순간이어서 기분이 묘했어요. 그 장면 리허설을 하는데 울컥하더라고요. 장 감독님이 큰 힘을 주셨죠. ‘왕사남’ 촬영지 헌팅을 가기 전날이었는데, 새벽까지 촬영을 기다려주셨습니다. 답례로 ‘왕사남’ 촬영 때 커피차를 보내드렸어요.”

연기는 학창 시절부터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꿈이라는 정우는 “‘짱구’ 흥행 여부를 떠나 계속 글(시나리오)을 쓸 것”이라며 “글 쓰는 게 연기 만큼이나 재미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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