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法 “3000억 태안 피해기금, 관선이사 파견” 조정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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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로 피해를 본 충남 주민들이 지난 2008년 1월 18일 태안 버스터미널에서 특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중앙포토

태안 기름 사고 수습을 위해 조성된 3000억원 규모의 기금이 피해 복구 대신 관련 피해민 단체 집행부의 억대 임금 등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기금 환수를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법원이 “현 집행부가 물러나고 관선(외부)이사 체제를 받아들이는 게 어민을 위한 최선”이라며 조정을 제안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부장 남인수)는 지난 23일 오전 모금회가 태안 유류 피해민 단체인 서해안연합회(연합회)와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조합)을 상대로 낸 배분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양측 현 집행부에 관선(외부)이사를 선출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 뒤 현 대표자들은 책임을 지고 그만두라는 취지로 제안했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는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과 홍콩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는 해양 오염 재난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2월 피해지역 단체와 협약을 맺고 지역발전기금 2900억원을 법정기부금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했다.

이후 모금회는 2018년 11월 기금 원금에 이자를 포함한 총 3067억원을 연합회와 조합에 각 1042억원, 2024억원씩 지급했으나 제대로 쓰이지 않자 2023년 8월 배분금 환수를 통보했다. 두 단체 모두 환수에 응하지 않아 모금회는 2023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배분금 반환 청구을 제기했다.

9차 변론기일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법원은 조정을 위해 이사회에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모금회와 해수부 추천 관선이사로 채우도록 정관을 개정하지 않으면 배분금 환수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했다. 연합회와 조합 모두 관선이사 파견에 미온적인 입장을 피력하자 사업 계약서를 근거로 환수 조치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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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8일 충남 태안 소원면 의항리 바닷가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기름유출의 피해를 제일 먼저 받은 곳으로 굴 껍데기 위로 고인 바닷물엔 기름 띠가 여전하다. 중앙포토

재판부는 특히 연합회 측에 기금을 최우선 목적인 유류피해 지역민들의 피해 복구에 대부분 사용하지 않고 1억원이 넘는 급여와 이사진 회의비, 연구비 등으로 착복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제기했다. 2022년 말 기준 실제 집행액은 총 배분금 대비 9.5%(288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합회 측은 관선이사 파견을 수용하는 대신 현재 이사 수를 15명에서 21명으로 늘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사 정원 15명 중 당연직 이사인 7개 지역(보령·홍성·군산·부안·신안·무안·영광) 피해민 대표 7인을 그대로 두고 관선이사 14명(의결 정족수 3분의 2)을 임명해 21인 체제로 이사회를 꾸리자는 논리다.

연합회 이사장 최모씨는 이날 법정에서 “피해민들에게 선출된 이사장으로 임기가 남아 있는데, 나가라는 건 맞지 않는다”며 “사업비는 5년(2019~2023년) 안에 쓰게 돼 있어서 4년째 용역을 마치고 집행하려 했더니 2023년 4월부터 해수부와 공동모금회가 발목 잡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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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 동대동 서해안연합회 건물 앞에 입간판이 있다. 서해안연합회 현 이사장이자 전 보령수협 조합장 최모(63)씨는 현직 수협 조합장 시절 이 건물 1층과 3층에 보령수협을 들이는 사실상 자기거래 임대차 계약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손성배 기자

조합 측은 연합회와 달리 방만 운영하지 않았고 사업 기간도 남아있기 때문에 변론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분금 반환 소송 전 조합에서 손을 뗄 테니 대안(반대 급부)을 달라고 했지만, 모금회가 응하지 않았다는 발언도 했다.

조합 이사장 국모씨는 “협동조합은 절차가 복잡해 정관을 개정하려면 최하 15개월이 걸린다. 절차 안 지키면 하나 마나”라며 “피해민과 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주면 기금을 다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모금회가 대안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그럼 정관 개정을 안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피고들이 기금을 지키고 싶다면 현 집행부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금회와 해수부 주도의 관선이사 체제를 수용하라”고 했다.

법원은 7월 23일 10차 변론기일을 예고하며 피고 측에 정관 개정을 마무리 단계까지 진행해오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소송이 길어지면 그 시간만큼 기금을 집행하지 못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진다”며 “현 집행부 대표자들께서는 와신상담한다는 자세로 관선이사 선출을 위한 정관 개정에 협조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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