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실체 드러난 ‘수상한 잭팟’…트럼프 “세계가 도박판,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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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소문으로만 떠돌던 ‘내부 정보’를 활용한 도박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 참여했던 특수부대원이 예측 시장인 ‘폴리마켓’에 돈을 걸어 6억원을 번 혐의로 기소되면서다.

지난해 9월 미국 워싱턴 독립기념탑 앞 내셔널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들고 있는 동상이 전시돼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23일(현지시간)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의 일’처럼 말했지만, 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기소된 군인이 도박을 벌인 ‘폴리마켓’과 ‘칼시’ 등 블록체인 기반 베팅 플랫폼의 투자자이자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두로 체포’에 풀베팅…6억 벌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육군 특수부대원인 개넌 켄 밴 다이크(38) 상사가 이날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대배심에 의해 기소됐다. 마두로 대통령 생포 작전이 실행될 것을 미리 알고 폴리마켓에 3만3000 달러(4900만원)를 걸어 41만 달러(6억 1000만원)를 벌어들인 혐의다.
지난 1월 5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배우자 실리아 플로레스가 법원 출석을 위해 호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이크 상사는 마두로 체포 작전의 계획 단계이던 지난해 12월 8일부터 작전에 투입됐다. 그는 체포 계획이 구체화되자 같은 달 26일 폴리마켓 계정을 만들었고, 바로 다음날부터 ‘미군의 베네수엘라 진입’, ‘시점은 1월 31일 이전’ 등의 베팅에 13차례 돈을 걸어 ‘잭팟’을 터뜨렸다.
그가 미리 알고 있던 일정대로 미군은 1월 6일 베네수엘라에 진입해 마두로를 생포했다.
다이크 상사는 배당금을 암호화폐 보관소의 가명 이메일 계정으로 옮긴 뒤 이메일 접속 권한을 상실했다며 폴리마켓에 계정 삭제를 요청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지만 덜미를 잡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건이 미 법무부가 예측시장에 내부자 거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사상 최초 사례”라고 전했다.
예측 시장 웹사이트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마두로의 축출 시점을 놓고 베팅이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작전 성공’에 베팅했으니 괜찮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연장 관련 일정 중 내부거래 혐의로 기소된 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잘 모르는 일이지만 흥미롭다”며 “그가 마두로 체포에 돈을 걸었느냐”고 반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내부정보를 활용해 체포작전 성공에 베팅한 범죄행위를 “그것은 마치 피트 로즈가 자기 팀에 베팅한 것과 같다”며 과거 야구 경기 결과로 도박을 한 혐의가 드러나 야구계에서 영구 퇴출된 피트 로즈 사례에 비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로즈는 자기 팀이 이기는 쪽에 베팅했다는 이유로 명예의 전당 입성이 거부됐다”며 “만약 그가 자기 팀이 지는 쪽에 베팅했다면 나빴겠지만, 그는 이기는 쪽에 걸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즈의 복권과 ‘명예의 전당’ 입성을 반복적으로 주장해왔고, 결국 메이저리그(MLB)는 트럼프 당선 이후인 지난해 5월 로즈의 사후 복권 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기소된 군인이 ‘작전 성공’에 베팅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전 세계가 도박판”…도박판 고문은 장남
트럼프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요즘은 온 세상이 카지노 도박장이 된 것 같다”며 “유럽을 비롯해 모든 곳에서 도박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경기를 관람하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미국은 이란과의 종전합의를 시도했지만, 파키스탄에서 진행된 협상은 결렬됐다. 연합뉴스
이어 “나는 온갖 일에 베팅이 이뤄지는 데 그다지 찬성하지 않고 개념적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면서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정말 미친 세상이지만, 또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번 알아보겠다”며 내부정보를 활용한 내부자의 도박 사례 등을 점검해 볼 가능성을 시사했다.
BBC는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자 가능성에 대해 폴리마켓 등의 투자자이자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트럼프 주니어의 입장을 요청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8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뉴욕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쟁 변곡점마다 수상한 거래 반복
이란 전쟁 이후 “사람의 목숨과 전세계의 경제를 ‘판돈’으로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베팅 플랫폼을 비롯해 선물시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과 관련한 주요 발표를 할 때마다 ‘수상한 거래’가 반복되고 있다.
현지시간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레바논 주미대사 나다 하마데 모아드와 이스라엘 주미대사 예히엘 라이터와 함께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3주 휴전 연장안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력 인프라에 대한 공격 연기를 발표하기 불과 15분 전 5억 달러(7412억원) 규모의 원유 선물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7일 이란과의 2주일 간의 휴전 발표 직전엔 9억 5000만 달러(1조 4083억원), 17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항해 허용 발표 20분 전엔 7억 6000만 달러(1조 1267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무기한 휴전 연장’을 발표한 21일에도 4억 3000만 달러(6374억원)의 선물이 거래됐다.
이들 4차례의 발표 이후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정산가(종가) 이후 거래량이 극히 적은 시간대에 대규모 선물 물량을 팔아치운 ‘누군가’는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 국제유가 추이
야당은 이러한 거래가 반복되자 내부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백악관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지난달 24일 이메일을 통해 공직을 통해 얻은 정보를 선물 거래에 활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한다. 내부정보를 활용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 출범부터 내부정보 관련 의혹
트럼프 행정부의 내부정보 불법 활용 의혹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지속돼 왔고, 해당 의혹의 중심엔 트럼프 대통령이 위치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법원에 의해 ‘위법’으로 최종 결론난 상호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 발표된 상호관세로 전세계 주식시장이 7일 연속 곤두박질 치던 같은달 9일 오전 9시 37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지금이 매수하기 매우 좋은 시점”이란 글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9일(현지시간) 오전 9시 37분께 자신의 SNS에 ″지금이 매수하기에 좋은 시기!!! DJT(THIS IS A GREAT TIME TO BUY!!! DJT)″라는 한줄짜리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이날 오후 1시 38분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 부과하기 시작한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는 글을 썼다. 트럼프 SNS 캡쳐
그날 오후 1시 38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적용을 90일간 유예한다”는 글을 올렸고, 주가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당시 주가 폭등에 따른 수익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월가의 ‘큰손’들이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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