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이란 데스노트’ 띄웠다…협상 걸림돌 ‘강경파 핀셋 참수’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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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란 전쟁과 관련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하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기회조차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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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부담 때문에 협상에서 조급함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에 대한 반박이다. 동시에 협상을 통한 종전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시간을 끄는 이란에 심리전으로 맞대응하는 한편, 완전한 비핵화 등 가시적 성과를 제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설득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속전속결 대신…“영구적인 것 원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의료비 절감’ 행사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과 관련 “서두르고 싶지 않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이어 “나는 영구적인 것을 원한다”며 “그들이 (핵무기를) 갖지 못 하고, 가질 기회조차 없게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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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의료비 관련 일정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특히 비핵화를 전제로 한 종전을 ‘훌륭한 합의’라고 지칭하며 “핵무기를 가진 미치광이들로부터 우리나라와 전 세계가 안전해지는 합의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재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고 봉쇄 때문에 아무 사업도 할 수 없다”며 전쟁의 장기화로 압박을 받는 쪽은 오히려 이란이라고 주장했다. 시간을 끌고 있는 이란에 대한 심리전이다.

세번째 항모 도착…‘데스노트’로 압박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란의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발언이 나온 이날 미 중부사령부는 “조지 HW 부시 항공모함과 호위 전단이 이란 인근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이 운용 중인 4척의 항모 중 3척이 동시에 이란전에 투입됐다는 의미다. 미 해병대 11원정대를 포함한 복서 상륙준비전단 소속 4000여 명의 추가 병력도 곧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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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말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기지를 떠나는 미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내가 조급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겠다”며 “나에게는 시간이 무한정 있지만 이란은 그렇지 않고, 시계는 가고 있다”고 적었다.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미군의 총공격이 시작될 거란 경고다.

별도의 글에선 “이란의 완고한 지도자들을 겨냥하면 합의 없이도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을 게시하고는 “정말 맞는 말”이라고 적었다. 우선 제거할 대상을 적은 일종의 ‘데스노트’다. 실제 CNN은 “미군이 협상을 방해하는 인사들을 표적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흐마드 바히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그는 은둔 중인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협상의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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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이간책 병행…이란 강경파 ‘결속’ 강조

그러면서 회유책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이란에 핵무기를 사용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을 받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핵무기 사용은 강경파와 온건파를 포함한 이란 전체의 초토화를 의미한다. ‘문명 소멸’ 발언 이후 제기됐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은 이란 내 온건파들을 협상에 응하는 조건으로 수용하겠다는 일종의 이간책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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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아라비아해에서 이란 국적 선박 투스카호를 미 해병대가 나포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미군은 이날 오만만에서 미 해군 봉쇄를 피해 도주하려던 이란 국적 화물선을 구축함이 발포해 나포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내 강경파를 겨냥한 심리전을 펼치자 이란의 최고지도자 모즈타바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적의 미디어 작전은 국민의 심리를 직접 타격함으로써 내부의 단결을 저해하고 국가 안보를 흔들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내부 결속에 나섰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X(옛 트위터)에 “이란에 강경파나 온건파는 없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자 국무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고위급 회담 장소를 백악관으로 옮겨 진행한 뒤 “양측의 휴전이 3주 연장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은 이란이 협상의 전제로 제시했던 조건이다. 당초 25일에 끝날 예정이던 휴전 기간을 다음달 중순으로 연장한 것은 이란 온건파에게 3주의 협상 데드라인을 제시한 의미가 있다.

시간표 고려?…“중국이 보낸 선물은 극비”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3주는 정치 일정과도 연관이 있다. 전쟁권한법에 따라 의회의 승인 없이 시작된 이번 군사 작전은 의회 통보 시점인 3월 2일을 기준으로 60일 뒤인 5월 1일까지로 제한된다. 다만 대통령이 불가피성을 입증하면 30일 연장이 가능한데, 휴전을 통한 협상 진행 상황이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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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구역에서 이란 연계 선박 나포하는 미군. 사진 미국 국방부 영상 캡처

이 기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일정과도 맞아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말로 예정됐던 방중 일정을 이란 전쟁을 이유로 다음달 14~15일로 미뤘다. 미국 측은 중국이 의존하고 있는 중동 에너지 패권을 확보한 뒤 이를 희토류, 대두, 첨단기술 등을 다룰 미·중 정상회담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만약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시 주석을 만날 경우 협상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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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김해공항 나래마루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지난 20일 나포한 이란 관련 선박 ‘티파니호’에 “뭔가가 실려 있었다”며 “그것이 무엇인지는 극비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21일 인터뷰에선 배에 실린 화물을 “중국에서 보낸 선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쟁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며 중국이 이란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증폭시키며 시 주석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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