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설의 ‘크라켄’ 실존했나…19m 거대문어, 백악기 바다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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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문어 상상도. 사진 일본 홋카이도대
약 1억년 내지 7200만년 전 백악기 후기에 크기가 19m에 이르는 거대한 문어가 먹이사슬 최상위를 차지하고 바다의 지배자로 군림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화석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홋카이도대 지구·행성과학 부문 연구원 이케가미 신 박사와 이바 야스히로 부교수 등은 23일(현지시간) 이런 두족류 연체동물에 대한 논문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일본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섬에서 발견된 화석화된 부리 27점을 분석했다. 두족류 연체동물은 뼈가 없고 살이 연해서 화석으로 남기 어렵지만 단단한 키틴질로 구성된 부리는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연체동물 부리의 위치와 역할은 척추동물의 턱과 유사하다.
분석 결과 이 화석들은 크게 2개 종으로 분류됐으며, 그중 1개 종은 2008년 발표된 ‘나나이모테우티스 젤레츠키’(Nanaimoteuthis jeletzkyi)였고 길이가 3∼8m로 추산됐다.
다른 1개 종은 그보다 훨씬 컸으며, 몸통부터 다리까지 합한 각 개체의 길이가 짧게는 7m에서 길게는 19m로 추정됐다. 이는 현대 연체동물 중 가장 큰 대왕오징어(최대 13m)보다 더 자랄 수 있는 것으로, 과학계에 알려진 역대 최대의 무척추동물이라는 뜻이다.
이 거대 문어는 덩치만 가장 큰 게 아니라 백악기 후기 바다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부리 화석에서 딱딱한 물질을 씹어 생긴 긁힘과 마모의 흔적이 나타났는데, 이는 물고기뿐만 아니라 단단한 뼈와 껍질을 가진 해양 파충류나 암모나이트 등을 부리로 으깨어 먹는 육식동물이었음을 시사한다.
부리의 마모 양상이 좌우 비대칭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특정 방향의 다리를 주로 사용하는 ‘편측성’ 행동을 보였고, 이런 특성으로 미뤄봤을 때 뇌와 지능이 고도로 발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 전설에 나오는 바다 괴물 ‘크라켄’을 연상케 하는 이 연체동물에 대해 논문 저자들은 ‘나나이모테우티스 하가티’(Nanaimoteuthis haggarti)라는 학명을 붙였다.
‘나나이모’는 밴쿠버 섬에 있는 지질층인 ‘나나이모 층’을, ‘테우티스’는 그리스어로 오징어나 문어 등 두족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가티’는 캐나다 지질조사국에 근무하면서 나나이모 층의 백악기 화석 연구에 크게 기여한 고생물학자 제임스 W. 해거트 박사의 이름을 땄다.
이번 연구에선 ‘디지털 채굴’이라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정밀도로 12건의 부리 화석을 분석할 수 있었다. 정밀 기계를 이용해 사람 머리카락보다 얇은 층으로 암석을 발라내 각 층의 사진을 찍은 뒤 인공지능(AI)으로 숨겨진 화석을 파악해 3차원 모델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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