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질서 파괴자’ 된 트럼프, 11월 중간 선거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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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대 중동전쟁 통해 본 이란전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군사력을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전쟁을 끝내기로 결정한 것 같다. 그는 미국이 군사적으로 모든 것을 달성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갈수록 민심을 잃는 전쟁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온라인매체 악시오스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을 인용해 전한 내용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2차 종전 협상이 무산되자 당초 천명했던 공격 재개 대신 휴전 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했다.
이처럼 전쟁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 4~5주 정도면 이란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이미 빗나갔고, 오히려 장기전의 수렁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이번 사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JD 밴스 부통령이 종전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떠났으며 현지에 곧 도착한다”고 말했지만, 로이터통신에 의해 그 시간 밴스는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급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이란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지 못하고 장기전이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겐 분명한 악재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계획대로 단기전으로 승부로 보고 그 전리품을 국민들 앞에 꺼내놔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전쟁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고, 또 예상되는 현재까지의 전략적 득실은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이번 전쟁의 목표는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이란의 신정 체제 전복 ▶핵무기 개발 저지를 위한 핵 프로그램 폐기 ▶장거리 미사일 개발 금지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 세력들과의 관계 단절 ▶이란 내 인권 상황 개선 등이다.
이중 최상의 목표는 이란의 신정 체제를 무너뜨리고 친미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핵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했던 사례를 기대했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는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을 앞세운 친미 체제가 구축됐다. 마침 지난해 말 시작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로 인해 3만 명이 숨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국제사회에서도 이란 권부에 대한 비난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이에 편승해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시위하고 기관들을 장악하라” “도움이 가고 있다”면서 반정부 시위를 부추기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더이상 불붙지 않았다. 전쟁 개시일인 지난 2월 28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권부 핵심 인사들이 대거 제거됐음에도 이란의 신정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다. 따라서 미군이 막대한 희생이 따르는 지상 작전을 벌이지 않는 한 이란의 체제 전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차선책으로 핵무기 원료로 쓰일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의 금지를 전리품으로 챙기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양측은 우라늄 농축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 개발 제한과 관련해서도, 이란 정부는 주권의 문제라며 수용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PMF) 등 이란이 지원하는 ‘저항의 축’ 세력들과의 관계 단절도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헤즈볼라는 지금도 이스라엘과 맹렬히 전투를 벌이고 있고, 후티 반군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PMF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지속적인 드론 공격을 퍼붓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목표 중 달성된 것은 이란의 핵 시설과 군사 시설을 상당수 파괴한 것이다. 하지만 이란의 핵 개발이 중단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는 없다. 특히 이란은 여전히 60% 농축 우라늄 440㎏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핵무기 10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무기급인 90% 농축하는 데는 수 주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소득은 이란의 핵 개발을 다소 유예시킨 것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전쟁은 작지 않은 손실을 안겨줬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비난 ▶국제 질서 파괴자라는 오명 ▶불투명해진 11월 중간선거 승리 ▶자신의 지지율 하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한국·일본 등 동맹과의 관계 악화 ▶멀어진 노벨평화상 등이다.
우선 글로벌 경제는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지고 있다. AP통신 등은 “호르무즈해협은 이번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가 됐다. 이란은 과거에도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경고하곤 했지만 실행에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그 파장에 대해 오판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이란의 강력한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첫날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 등 이란의 권부를 대거 살상한 것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가 크다. 국제 질서를 철저히 무시한 무력행사로 주권 침해 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것은 이번 전쟁의 여파로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레임덕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유가 인상 등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반전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지지율도 추락하고 있다. 21일 AP통신과 시카고대가 공동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보다 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권 2기를 시작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벌이면서 동맹인 나토와 한국·일본 등을 비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하면서 관계를 악화시켰다. 동맹국들이 전쟁에 동참 또는 지원해달라는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착해왔던 노벨평화상도 이번 전쟁으로 인해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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