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모보단 ‘밥벌이’…한눈 판 적도 없다, 펭귄 부부의 사랑법

본문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의 펭귄 아일랜드엔 50여 마리의 아프리카 펭귄이 산다. 그중에서도 동갑내기 펭삼(15·수컷)·펭육(15·암컷) 부부는 닭살 커플로 유명하다. 붙어 다니는 게 이들의 일과다.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서로 털을 골라주는 등 애정 행각을 벌인다. 여러 마리가 무리 지어 있는 아프리카 펭귄들 사이에서 유독 다정해 보이는 두 마리가 있다면 십중팔구는 펭삼이와 펭육이라는 것이 이들을 돌보는 박영호(33) 주키퍼(사육사)의 설명이다.

btc0bfd32ebdcb79e2bd8b930aa6d73a06.jpg

경기 용인 에버랜드 펭귄 아일랜드에 사는 아프리카 펭귄 펭삼(왼쪽, 수컷)과 펭육(오른쪽, 암컷) 부부. 뒤에 있는 아프리카 펭귄은 지난 1월 이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펭진이다. 에버랜드

‘세계 펭귄의 날’(4월 25일)을 맞아 펭삼이와 펭육이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래·외모보단 ‘능력’… 아프리카 펭귄의 사랑법

펭삼이와 펭육이는 2011년 에버랜드에서 태어났다. 아프리카 펭귄은 외모가 비슷해서 배의 점 모양이나 개수, 위치 등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펭삼이는 배 오른쪽에 3개의 점이, 펭육이는 배에 북두칠성과 비슷한 숫자 6모양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새과 동물이 매력을 과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구관조처럼 구애의 노래를 부르거나 공작같이 화려한 깃털을 뽐내며 외모를 뽐낸다.

bt580bdc006254b221b00d874ff0b5eddb.jpg

펭귄 아일랜드에 사는 아프리카 펭귄들. 에버랜드

아프리카 펭귄은 다르다. 능력이 관건인데 그 중 제일 중요한 건 ‘밥벌이’다. 에버랜드 펭귄 아일랜드의 아프리카 펭귄은 현재 3개의 무리로 돼있다. 펭삼이는 이중 가장 작은 3번째 무리의 대장이다. 호기심이 많아서 주키퍼들이 정어리 등 먹이를 주려고 다가오면 제일 먼저 달려가 싱싱하고 맛있는 먹이를 낚아채는 능력을 인정받아 대장이 됐다고 한다.

펭삼이의 또 다른 능력은 ‘내 집 마련’이다. 펭삼이는 2019년 성 성숙이 끝나자 견고한 둥지를 지었다. 무려 3단 둥지였다. 둥지 곳곳을 예쁜 돌로 꾸미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른 수컷들이 만든 1단 둥지들 사이에서 펭삼이의 3단 둥지는 단연 돋보였다. 펭육이가 펭삼이의 둥지에 관심을 보였다. 그해부터 둘이 교미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부부의 연을 맺은 해에 첫째 펭막내가 태어났고, 2021년엔 나리와 펭엘, 2022년엔 송동, 2023년 펭엔젤에 이어 올해 1월 22일 여섯째 펭진이가 태어났다. 박 주키퍼는“암컷 아프리카 펭귄은 수컷이 얼마나 견고한 둥지를 짓는지와 먹이를 얻는지 등을 매력으로 여긴다”며 “펭삼이가 가장 힘이 센 것은 아니지만 가장 화려한 둥지를 가지고 있어서 펭육이가 끌린 것 같다”고 말했다.

bt0b44de678f9368012b1656e1f64dc6db.jpg

경기 용인 에버랜드 펭귄 아일랜드에 사는 아프리카 펭귄 펭삼(왼쪽. 수컷)과 펭육(오른쪽, 암컷) 부부가 서로의 깃털을 다듬어주고 있다. 뒤에 있는 아프리카 펭귄은 지난 1월 이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펭진이다. 에버랜드

바람 잘 날 없는 펭귄 아일랜드 속 굳건한 사랑

다른 펭귄들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펭귄 역시 일부일처제다. 그러나 수십 마리가 모여있다 보니 곳곳에서 유혹이 발생한다. 짝이 있는 암수가 눈이 맞기도하고, 짝이 없는 펭귄과 가정이 있는 펭귄의 은밀한 밀애도 목격된다.

그러나 펭삼과 펭육 부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외도가 없다고 한다. 맛있는 먹이를 발견하면 서로에게 달려가서 건네고 당나귀 울음 같은 소리를 내며 연신 정담을 나눈다. 박 주키퍼는 “대장인 펭삼이 부부가 서로만 바라봐서 그런지 펭삼이 무리에 속한 다른 펭귄들도 한눈을 팔지 않는다”고 했다.

bt66191532131a6b98a54120671c3a318a.jpg

에버랜드 펭귄 아일랜드의 아프리카 펭귄들. 에버랜드

펭삼과 펭육의 최대 관심사는 ‘육아’다. 1월에 태어난 펭진을 위해 펭삼과 펭육이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부모의 사랑 덕분인지 3개월 만에 아빠 펭삼만큼 커졌다. 부화한 새끼는 1년 6개월에 걸쳐 4번의 환모(털갈이)를 한 뒤 어른이 된다. 벌써 성인이 된 펭삼·펭육의 자녀들은 현재 첫 번째, 두 번째 무리의 일원이 됐다고 한다. 박 주키퍼는“엄마 펭육도 모성애가 강하다”며 “부부가 건강해서 그런지 새끼들도 모두 건강하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이 된 아프리카 펭귄 

지구 온난화와 바다 오염 등 문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2000년까지만 해도 20여만 마리였던 야생 아프리카 펭귄은 현재 1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10년 아프리카 펭귄을 멸종취약(Vulnerable)에서 한 단계 높은 멸종위기(Endangered)로 지정했다.

아프리카 펭귄의 평균 수명은 23년 정도. 에버랜드는 한창나이인 펭삼과 펭육 부부가 펭진이 외에도 건강한 새끼들을 더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지구온난화와 해양오염, 서식지 변화 등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이 된 아프리카 펭귄의 종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5,33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