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람이 못먹을 맛” 혹평에도…불닭 매출 3조 넘보는 비결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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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한 개씩 나눠 먹어도 된다. 2012년 출시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누적 판매량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80억개, 그것도 80%는 한국 밖에서 팔린다. 해외 매출 비중으로는 네슬레·다농 같은 글로벌 식품 공룡들과 비슷한 구조다. 출시 초반, “너무 매워 먹을 수가 없다”던 불닭볶음면은 이제 세계인이 즐기는 먹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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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은 브랜드 '불닭'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데이팅 리얼리티 쇼 '히트 매치'를 미국에서 공개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히트 매치'에 등장하는 불닭 버스. 사진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지난해 사상 첫 매출 2조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3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지난해엔 국내 식품 업계 최초로 시총 10조원도 달성했다. 코카콜라가 소프트 드링크를, 레드불이 에너지 드링크 대표하는 것처럼 불닭볶음면은 ‘매운맛 누들’ 카테고리를 선점한 브랜드가 됐다. 불닭볶음면이란 단일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을 지배한 삼양식품은 무엇이 달랐을까.

‘K-매운맛’ 대표주자, 불닭은 어떻게 흥했나

“우리는 앞으로 매운맛의 바이블이 돼야 한다. 현재 부드러운 매운맛의 까르보불닭이 가장 사랑받는 것처럼 매운맛에 대해 더욱 탐구하고 세분화해 범위를 넓혀 나가 매운맛 바이블의 면모를 보여드리겠다.”

지난해 6월 경남 밀양 2공장 준공식에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은 이렇게 선언했다. 매운맛의 ‘바이블’이 된 불닭볶음면의 탄생 비화는 유명하다. 김 부회장은 2010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딸과 함께 들렀던 명동 골목 매운 불닭집에 생긴 긴 줄을 본 뒤 슈퍼마켓에서 매운 소스들을 사 연구소로 보냈다. 닭 1200마리와 소스 2t의 시행착오 끝에 2012년 ‘사람이 못 먹을 매운맛’이라는 혹평을 받으며 불닭볶음면이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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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마민아 디자이너

불닭볶음면은 이름만큼 맵다. 스코빌 지수 4404 SHU로 청양고추(약 4000~1만 SHU)와 유사한 정도의 맵기를 자랑한다. 혀가 얼얼할 정도의 매운맛에 출시 초반 어린 애들이나 먹는 라면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곧 전세가 역전됐다. 2014년부터 ‘영국 남자’를 비롯한 유튜브 채널의 먹방 챌린지에 불닭볶음면이 단골 소재로 떠오르면서다. 극한의 매운맛은 사람들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고, 불닭을 먹고 난 뒤의 극적인 반응은 재미있는 콘텐트가 됐다. 이후 유튜브·틱톡 등의 숏폼 콘텐트 열풍은 2016년 해외로 나간 불닭에 날개를 달아줬다. 특히 유튜브와 틱톡은 글로벌 사용자들의 주 무대. 따로 광고비를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바이럴(입소문)이 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라면이 아니라 재미를 판다

2010년대 후반 K팝의 부흥과 더불어 불닭은 자연스레 매운 K푸드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기존 한식을 상징하던 ‘건강한 맛’이 아니라 ‘독특한 매운맛’으로 주목받았다. 이른바 푸드테인먼트(food+entertainment) 콘텐트로 퍼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제품의 속성이 시대적 맥락과 맞아떨어지면서, 불닭의 매운맛이 단지 맛이 아니라 도전·경험·재미로 받아들여졌다. 소비재가 경험재로, 제품이 미디어가 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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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 올라온 '파이어 누들 챌린지.' 조회수 1148만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삼양은 콘텐트와 결합한 마케팅으로 이 흐름을 강화했다. 이른바 문화 마케팅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밀양 2공장 준공식에서 “불닭 브랜드를 문화의 아이콘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그동안 삼양은 해시태그(#) ‘불닭 챌린지(buldakchallange)’ 같은 바이럴 캠페인을 벌였고, 소비자 경험에 초점을 맞춰 ‘불닭 빨리 먹기 대회’ ‘불닭 댄스 챌린지’ 같은 참여형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 체험 부스를 마련, 젊은 세대에게 음악만큼 강렬하고 즐거운 경험으로서의 불닭 소스를 각인시켰다.

최근에는 데이팅 리얼리티 쇼 히트 매치(Heet Match)에 불닭을 접목해 출연자들이 불닭의 매운맛을 즐기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장면을 연출하거나, K팝 보이그룹이 출연하는 뮤직 비디오를 공개하는 등 글로벌 MZ 세대를 겨냥한 콘텐트로 브랜드 각인에 나서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은 챌린지로 시작해 글로벌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브랜드로 소비자와의 감정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감정적 경험 축적을 통해 브랜드를 일상화(ritual)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더 놀라운 영업이익률 

불닭 하나로 매출 3조원 전망. 하지만 삼양식품이 만든 기록에서 더 놀라운 숫자는 따로 있다. 바로 20%대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이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양은 올해 1분기에만 매출 6831억원, 영업이익 1605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률은 23%다. 흔히 3조 클럽으로 불리는 국내 주요 식품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7%. 라면 업계 경쟁사도 5~6%대에 머무르는 것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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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마련된 불닭 부스 전경. 사진 삼양식품

삼양은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한 뒤 주로 국내서 판매하는 내수 식품 업체와 완전히 다른 구조를 만들었다. 공시에 따르면 삼양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80.1%를 기록했고, 제품 판매 단가가 높은 미주·유럽의 비중도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다. 매출의 80% 이상이 달러 등 외화로 결제되는 구조적 이점도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원화 약세에 따른 수혜에 힘입어 완만한 평균 판매 가격(ASP)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 브랜드 전략이 신의 한 수인 이유

무엇보다 불닭이라는 강력한 단일 브랜드 집중 전략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생산 라인이 단순해지면서 가동률이 올라가고, 단위당 생산 원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초반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챌린지 영상을 찍어 올리는 구조에서 광고비 없이도 브랜드가 확산했다. 강한 브랜드는 판관비를 줄이고, 원가를 낮추고, 환율 수혜까지 끌어안는다. 삼양의 20%대 영업이익률은 결국 마케팅 성공의 결과가 아니라, 브랜드 집중이 만들어낸 구조적 산물이다.

다만 전체 매출의 80%가 불닭 단일 브랜드에 집중된 구조는 위험 신호다. 높은 불닭 의존도는 삼양식품의 약점으로 꾸준히 언급된다. 삼양식품이 최근 불닭 소스·불닭 스낵 등 카테고리 확장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삼양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보다, 불닭이라는 우산 아래 카테고리를 넓히는 방식을 택했다. 브랜드 희석이 아닌 브랜드 생태계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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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의 불닭 시리즈. 사진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 “현재 가장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집중해 어떤 경쟁자도 따라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생산량 증대·해외 공장 진출·생산 현지화 실현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제품 생산 역량을 지금보다 강력히 내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닭 하나로 글로벌 식품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된 경험, 그것이 향후 다른 제품군에서도 복제될 수 있는 성공 공식이 될지가 삼양의 다음 과제다. 어쩌면 삼양은 ‘원 히트 원더’가 아니라, 강력한 원 브랜드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모델을 증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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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브랜드는 개인의 가치관을 담는 중요한 소비 기호죠. 치열하게 ‘자기다움’을 직조하는 브랜드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남다른 브랜드의 흥미로운 디테일을 따라 가며 설레는 여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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