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옥탑방 무명작가 된 데니안 “god 연습생 시절 짠내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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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일부터 공연되는 연극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로 처음 창작 초연에 도전하는 데니 안. [사진 극단 수]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god의 대표곡 ‘길’(2001)의 가사다. 그 무렵 IMF로 고통받았던 수많은 청춘을 달래준 노래다. 25년의 세월을 넘어 god 멤버 데니안이 연극으로 같은 위로를 전한다. 극단 수의 창작 신작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5월 2일~25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작가 지망생 경민을 연기한다. 서울의 옥탑방에서 성공을 꿈꾸는 무명작가의 현재와 성공의 대명사 에디슨이 좌충우돌하던 100여년 전 시공간이 교차하는 무대로, 20대 후반인 박승규 작가의 데뷔작이다.

2008년 ‘클로저’로 연극에 데뷔했지만 한동안 공백 끝에 2년 전 컴백한 데니안에게도 특별한 의미의 무대다. 창작 초연은 처음이고, 자신의 데뷔 시절을 강제 소환하기도 해서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에 투입됐었지 백지상태에서 시작한 건 처음이에요. 작가가 실제로 느낀 상황과 감정을 녹여냈는데 여러모로 재미있어요. 에디슨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도 확실히 구별되는 연기를 해야 하는 지점이 어렵지만요.”

왜 에디슨일까? 에디슨은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이 동시에 떠오르는 인물. 연극은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가깝지만,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경민과 에디슨은 같은 고뇌를 안고 있어요. 전구로 성공하기 위해 시카고 엑스포를 준비하는 에디슨과 편집장에게 글을 보내려고 애쓰는 경민의 공간이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지는데, 에디슨이 만든 빛이 경민을 어둡게 만들죠. 에디슨도 처음엔 실패하지만, 결국 그 실패가 부를 가져다줍니다. 어려운 대본을 구태환 연출이 센스있게 무대화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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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일부터 공연되는 연극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로 처음 창작 초연에 도전하는 데니 안. [사진 극단 수]

40대 후반의 성공한 가수가 옥탑방에서 11년째 친구와 동거 중인 짠한 청춘을 연기하는 데는 연습생 시절의 기억이 한몫 하고 있다. “그때 기억이 너무 충격적으로 커서 그런지 지금도 또렷해요. 군부대가 있는 깊숙한 산속, 물도 잘 안 나오고 밥도 잘 못먹는 곳에서 거의 2년을 고립되다시피 살았죠. 지금이라면 고소 각인데(웃음), 오로지 앨범에 대한 꿈을 안고 서로 다독이면서 버텼어요. 경민의 고민도 비슷해요. 11년이나 버텼지만 이걸 계속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싶은 거죠. 저처럼 옛날 생각 나는 기성세대도 많을 겁니다.”

데니는 방송에서의 수더분한 이미지 그대로였다. 정점을 넘어선 아이돌로서 화려한 조명 바깥의 고독도 실감할 법한데, “온오프가 확실해서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바로 현실로 돌아와 뭐 먹으러 갈까 고민한다”며 웃는다. “28년째 god로 살고 있지만, 우리같은 직업은 주어진 일을 폐 끼치지 않고 해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 살아가야 하고요. 이제 각자 살아가고 있잖아요. 요즘도 콘서트를 하러 모이면, 여기서 에너지 얻어서 각자 열심히 살다가 또 한번 모여서 놀자고 얘기들 하죠.”

가수로 서는 무대와 배우로 서는 무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고. 관객의 호응과 함성을 받고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는 콘서트에 비해 연극은 관객과 호흡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연극은 호응을 받아도 되받아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계속 느끼면서 가야하죠. 어렵지만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god 팬들도 제 연기를 좋아해주시고, 저 때문에 연극에 입문한 분들도 있죠. 다른 연극 보러 가서 팬을 만난 적도 있어요.”

연기 수업을 따로 받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 동반 출연하는 박윤희, 성노진 배우가 선생님이나 마찬가지다. “무대 오르기 전 루틴이나 준비 자세, 실수에 대한 대처법까지 선배들에게 배워요. 예전에 ‘클로저’에서 배성우 선배와 대사를 채팅으로 주고받는 장면이 있었는데, 한 순간 제가 흐름을 놓친 거예요. 리액션을 해야 되는데 등에서 땀이 흘렀죠. 배성우 선배가 제 모습을 볼 수도 없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눈치를 채고 자기 채팅을 소리내서 읽어주더군요. 역시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기대한 것보다 밝고, 기대한 것보다 어둡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라는 제목처럼 “행복은 작은 틈에 있는 것 같다”는 게 데니의 해석이다. “우리 인생에 그런 게 많지 않나요. 뭔가 잡으면 굉장히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잡고 나면 그저 그런.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웃음), 어릴 때도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빛과 어둠 사이 경계가 누군가에게 작은 안식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작품이 하고 있고, 그 경계를 잘 느끼시면 좋겠어요.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경계에 있는 작품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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