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도체 호황이 부른 역설…성장률 뛰자 금리 인상 압력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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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올해 3월 수출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에 힘입어 50% 가까이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사진은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성장이냐 물가냐’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통화정책의 무게추가 다시 물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예상치를 크게 웃돈 성장률이 확인되면서 인하 기대는 빠르게 식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성장률(1.7%)이 경기 둔화 우려를 지워내자, 정책 우선순위가 성장 방어에서 물가 안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고채 금리는 1분기 성장률이 공개된 지난 23일 큰 폭으로 뛰었고, 다음 날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과 24일 이틀 사이 3년물 금리는 0.131%포인트 상승하며 연 3.496%로 올라섰다. 국고채 전 구간에서 금리가 일제히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걷히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1분기 성장률(1.7%)은 2020년 3분기(2.2%) 이후 약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초 중동발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공급망 충격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호황이 이를 압도했다.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며 순수출이 성장률을 견인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플러스로 전환되며 경기 회복 흐름이 확인됐다. 전쟁 리스크보다 반도체 사이클의 상승 탄력이 더 크게 작용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한국 경제의 복원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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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수입물가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3.0%로 끌어올렸고, 씨티은행도 2.9%로 올렸다. 국내에서도 NH투자증권이 2.5%로 전망치를 높이고 수출 증가율을 30%로 제시하는 등 경기 회복 기대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성장 회복이 역설적으로 통화정책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성장 둔화 우려가 줄어든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를 명분은 약해졌다.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긴축 실행에 대한 걸림돌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성장 방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인하 기대는 빠르게 후퇴하고 긴축 가능성이 재부각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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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 국내총생산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실제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률이 16%(전월 대비)를 웃돌고 기대인플레이션도 2.9%(전년 대비)로 상승하는 등 물가 상방 압력이 지속하고 있다. 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용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

통화정책 판단의 기준은 결국 물가라는 점에서 긴축 쪽으로의 기울기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신현송 총재 역시 성장과 물가가 충돌할 경우 “물가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긴축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시장에서는 인상 시나리오를 다시 기준금리 전망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JP모건은 올해 11월과 내년 11월 각 0.25%포인트씩 인상을, 씨티은행은 7월·10월 인상으로 연말 연 3.0%, 내년 3.25~3.5%를 제시했다. 삼성증권도 기존 장기 동결 전망을 수정해 내년 두 차례 인상(연 2.5→3.0%)을 반영했다.

당장 이번 주 예정된 ‘통화정책 수퍼위크’도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유럽중앙은행(ECB)·영란은행(BOE)·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 회의가 줄줄이 열리는 가운데 기준금리는 대체로 동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글로벌 긴축 신호가 강화될 경우 국내 금리 인상 기대도 더 커지며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지만, 관건은 성명서 문구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유가 관련 발언”이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0~1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며, 여전히 높은 만큼 Fed가 유가발 물가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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