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말 협상' 무산…전세계 불확실성 볼모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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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됐던 미국과 이란의 ‘주말 재협상’이 결국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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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전용기를 타고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백악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이란의 대면 협상 요청으로 협상단을 파키스탄에 파견한다”고 밝혔지만, 이란 협상단은 자신의 요구 사항만 전달하고 파키스탄을 떠났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협상단 파견 계획을 취소했다. 이번 전쟁이 서로 “시간은 우리의 편”이라며 버티는 초장기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전세계적 불확실성도 장기화될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요청’이라더니…할 말만 하고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서 이란 측과 만나려던 우리 대표단의 방문 일정을 방금 취소했다”며 “이동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낭비되고 할 일도 많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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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무부는 25일(현지시간) 아르그치 외무장관이 파키스탄을 방문해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과의 회담 장면을 공개했다. 백악관은 당초 파키스탄에서 이란과의 대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아라그치 장관이 이날 파키스탄을 떠난 직후 협상단 파견을 취소했다. EPA=연합뉴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취소 발표 1시간 전 전날 파키스탄에 도착했던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협상단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오만으로 출국해버렸다. 이란측은 “이란이 대면협상을 요청했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만날 뜻이 없다”며 미국과 대면 협상이 성사됐다는 주장 자체를 부인해왔다.

시간 상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취소 발표는 이란이 협상장을 떠난 뒤에 나온 셈이다. 스티브 위코프 중동특사와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날 출국해 이란이 요청한 협상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던 전날 백악관의 발표가 이란의 일방적 대화 거부로 하루도 안돼 뒤집혔지만 백악관은 이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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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협상단 파견이 번복된 하루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을 받자 “달라진 것은 없다(nothing)”고 답했다. 그러면서 “단지 그들이 우리에게 더 나았어야 할 문서를 가져왔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란의 미국의 요구하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흥미롭게도 내가 (협상단 파견을) 취소하자마자 10분도 안 돼 우리는 훨씬 더 나은 새로운 문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는 복잡하지 않고 매우 간단하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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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부사령부는 24일(현지시간) 미 해군 구축함 USS 라파엘 페랄타(DDG 115)가 호루무즈해협에서 작전을 진행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다만 해당 작전이 어디에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미국이 요구해왔던 사실상 영구적 핵무기 포기와 관련해 불만족스러운 답변을 줬다가, 협상 취소를 통보한 뒤 다소 개선된 추가 제안을 보내왔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핵과 관련해 이란이 어떠한 입장 변화를 보였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이란이 핵과 관련한 변화된 입장을 피력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이미 합의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가, 나중에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모든 카드는 우리가 갖고 있고, 그들(이란)에게는 아무런 카드가 없다”며 이란을 재차 압박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필요한 상대라면 누구와도 협상을 벌인다. 대화하기를 원한다면 전화를 하면 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놨다.

여전히 큰 간극…전세계 볼모 치킨게임

대면 회담을 공언하고 협상단 파견을 공식 발표했던 백악관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관련 선박을 나포하는 초강수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기한을 3주 연장하는 유화책까지 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해협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입장차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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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대면협상 가능성이 제기됐던 24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소총을 든 경찰이 경비를 선 가운데 양측의 협상을 알리는 포스터가 거리에 설치돼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무것도 아닌 얘기를 주고받으려고 18시간이나 비행기를 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핵심 쟁점에 대한 이란의 진전된 입장을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이란전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현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로는 전쟁을 재개하거나 이란이 굴복할 때까지 장기 압박을 이어가는 방안 등이 꼽힌다. 모두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결정이다. 내키지 않는 이란의 협상안을 수용하고 전쟁을 끝낼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전쟁을 벌인 명분 자체가 무력화되며 패전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그라치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외교에 진심으로 진지한지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슬람혁명수비대도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면서 미국과 백악관의 지지자들을 그 억지 효과의 그림자에 가두는 것이 이란의 결정적 전략”이라고 밝혔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오히려 압박하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전세계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원유 공급 패닉에 노출된 채 양측의 대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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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20일 이란 국적의 화물선 투스카호 나포를 위해 헬리콥터를 통해 병력이 승선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이란의 IRNA통신은 이날 “아라그치 장관이 오만 일정을 마친 뒤 러시아로 가기 전 파키스탄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의 대면 협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상황에 따라 대면 협상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라그치 장관은 26일 파키스탄·오만·러시아를 잇는 3국 순방을 이어가며 전쟁 종식과 외교 해법 모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전날 X(옛 트위터)를 통해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을 “형제적 지원”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외교 진정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 오만 수도 무스카트로 이동해 하이삼 빈 타리크 국왕과 회담을 갖고 휴전 및 중재 방안을 논의했다. 또 이집트·튀르키예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도 휴전 협상과 지역 정세를 공유하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지만, 미 해상 봉쇄 해제를 협상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며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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