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드라이브스루부터 화덕피자까지...단체급식 ‘맞춤형·차별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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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 앞에 멈춰 선 차량의 창문이 스르르 내려온다. 운전석에 앉은 직원은 내리지 않은 채 손만 내밀어 식당 안에서 건네는 도시락을 받아 든다. “맛있게 드세요.” 짧은 인사에 미소로 답한 그는 곧장 차를 몰아 사무실로 향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부지 내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구내식당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다.

국내 단체급식이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직장ㆍ군대ㆍ학교 등에서 급식이 핵심 복지로 떠오르고, 고물가 여파인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급식을 찾는 발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높아진 미식 기준과 개인화된 식문화가 더해지며 급식은 이제 단순한 ‘식사 때우기’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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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소에 있는 드라이브 스루 구내식당. 사진 풀무원푸드앤컬처

포스코는 2021년 7월 포항제철소에 이어 올 2월 광양제철소의 구내식당에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했다. 이용자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도시락ㆍ샐러드ㆍ버거 등 메뉴를 사전 주문한 뒤 차량 안에서 받아갈 수 있다.

이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경북 포항시 남구에 있는 포항제철소의 면적은 여의도 3배 규모인 950만㎡에 달한다. 사업장 내 이동 거리가 길어 중앙 구내식당을 기준으로 가장 먼 사무실의 경우 차량으로 이동해도 약 20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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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제철소에 있는 드라이브 스루 구내식당. 사진 포스코

드라이브 스루 도입 이후 직원들 사이에선 “주차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자리를 오래 비우지 않아도 돼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풀무원푸드앤컬처 관계자는 “‘제철소의 특성을 반영하면 좋겠다’는 포스코 측의 제안으로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했다”며 “하루 평균 250식이 이 방식으로 제공될 만큼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건강 맞춤형 급식’도 확산하는 추세다. 현대그린푸드는 일부 사업장에서 ‘런치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간편식을 먹은 뒤 남는 점심시간에 요가ㆍ줌바, 체형 교정 트레이닝 등을 사내 강사에게 무료로 배우는 방식이다. 올해 1~3월 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 사업장 전체 식수 가운데 간편식 코너 이용률은 약 30%로, 2022년 대비 7배 증가했다. 혼밥 문화 확산과 점심을 가볍게 먹고 운동이나 취미를 즐기는 이른바 ‘갓생(부지런한 삶)’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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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린푸드가 일부 직장 급식에서 운영하는 '런치 피트니스' 프로그램. 사진 현대그린푸드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간편식 수요 증가 흐름에 착안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웰스토리도 이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건강식을 제공하고 있다.

급식 업계는 20대가 주류인 Z세대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일부 군부대에서 비건(채식주의자) 식단을 사전 주문받아 제공하고, 알러지ㆍ종교 등을 고려한 대체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또 Z세대 장병들의 입맛을 반영한 특별 메뉴를 강화했다.

삼성웰스토리는 20대 수요를 노리고 군부대와 대학 구내식당에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콘셉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만 게임, 스타 셰프 등 90개 브랜드(IP)와 손잡고 선보인 메뉴를 1200만명이 이용했다. 건강 관리를 원하는 수요를 위해 고객들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맞춤형 영양 코칭과 건강식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솔루션’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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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푸드앤컬처가 운영하는 한 군대 급식에 제공된 메뉴. 사진 풀무원푸드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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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푸드앤컬처가 운영하는 한 군대 급식에 제공된 메뉴. 두쪽쿠 등 Z세대 장병들에게 인기 메뉴도 보인다. 사진 풀무원푸드앤컬처

‘프리미엄 급식’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일부 직장 급식에서 화덕을 두고 갓 구운 피자나 셰프가 즉석에서 직화 요리를 선보이는 코너 등을 운영 중이다. 아워홈은 최근 메뉴 3종이 급식업계 최초로 맛집에 주는 ‘블루리본 서베이’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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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루리본 서베이 인증을 받은 아워홈의 메뉴들. 사진 아워홈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급식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만족도로 직결될 만큼 중요성이 커졌다”며 “단체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관련 투자가 더욱 증가하고 시장도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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